자녀 특혜 채용 의혹을 받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박찬진 사무총장과 송봉섭 사무차장이 25일 전격적으로 동반 사퇴했다.
선관위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자녀 특혜 의혹 대상이 되어 온 박 사무총장과 송 사무차장은 사무처 수장으로서 그동안 제기돼온 국민적 비판과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고, 현재 진행 중인 특별감사 결과와 상관없이 현 사태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오늘 오전 현안 관련 긴급 위원회의를 개최했다"며 "최근 드러난 미흡한 정보보안 관리 및 고위직 간부들의 자녀 채용 특혜 의혹 등으로 국민께 큰 실망과 걱정을 끼쳐드린 점에 대해 그 책임을 깊이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도 계속해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하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박 총장과 송 차장은 모두 자녀가 지방 공무원으로 근무하다 선관위 경력직 공무원으로 채용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박 총장 자녀는 2022년 선관위에 들어와 전남 강진군 선관위에서 근무 중이며 송 차장 자녀는 2018년 채용돼 충북 선관위에서 근무하고 있다.
앞서 김세환 전 사무총장도 대선 당시 '소쿠리 투표' 논란에 이어 자녀 채용 특혜 의혹까지 터지며 지난해 3월 사퇴한 바 있다.
김 전 사무총장 자녀는 강화군청에서 일하다 2020년 인천 선관위로 이직한 뒤 반년 만에 7급으로 승진하고, 미국 출장 기회 등 특혜를 받았다는 논란이 있었다.
선관위는 김 전 총장과 달리 박 총장, 송 차장 자녀는 채용 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됐으며 이후에도 특혜를 받지 않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 '아빠 찬스'라는 여권의 거센 비판에 박 총장과 송 차장은 작년 6월 취임 후 임기를 1년도 채우지 못하고 결국 사퇴하게 됐다.
선관위는 "사무총장·차장 사퇴와 상관없이 현재 진행 중인 특별감사 및 자체 전수조사를 통해 전·현직 공무원의 자녀 채용 관련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그 결과에 따라 징계 또는 수사 요청 등 합당한 모든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혜 채용 의혹과 함께 불거진 북한 해킹 의혹과 관련해서는 "선관위 정보보안체계에 대한 국가정보원,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등 외부 기관과의 합동 보안 컨설팅 절차도 신속하고 차질 없이 진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선관위는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후속 사무총장·차장 후임자를 인선해 조속히 조직을 안정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정하고 중립적인 선거관리라는 헌법적 책무를 수행하기에 충분한 능력과 도덕성을 갖출 수 있는 헌법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개혁 조치들을 지속해 단행함으로써 내년 실시하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사무총장·차장 동반 사퇴로 선관위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잠잠해질지는 미지수다. 여권은 사무총장·차장을 넘어 노태악 선관위원장의 사퇴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 회의에서 "노 위원장은 도대체 왜 그 자리에 앉아있는 건가. 총체적 관리 부실에 대한 일말의 책임감도 느끼지 않는 건가"라며 "그러려면 차라리 그 자리를 내놓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