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수 회복 지연을 4개월 연속 경기 개선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KDI는 10일 발표한 '10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이 양호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으나, 건설투자를 중심으로 내수 회복이 지연되면서 경기 개선이 제약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이달 '내수 회복 지연' 진단의 주 배경으로는 건설투자 부진을 꼽았다.
건설투자의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소매판매와 서비스업생산도 낮은 증가율을 기록하는 등 내수가 미약한 수준에 그쳤으며 내수기업의 업황 전망도 낮은 수준을 지속됐다고 KDI는 분석했다.
선행지표인 건설수주의 누적된 부진을 감안하면 당분간 건설투자가 내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KDI는 말했다.
지난 8월 건설기성(불변)은 1년 전보다 9.0% 줄어 전월(-5.2%)보다 감소 폭이 커졌다.
이러한 건설투자 위축은 누적된 수주 부진에 따른 것으로 건축 부문(-8.6%→-12.4%) 투자의 감소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게 KDI의 평가다.
다만 선행지표인 건설수주는 토목 부문이 3.6% 증가하는 등 양호한 흐름을 유지했다.
건설경기 부진으로 8월 건설업생산은 9.0% 줄며 전월(-5.2%)보다 감소폭이 커졌다.
서비스업생산(1.7%→0.9%)은 정보통신업(5.4% → 1.0%)의 증가폭이 축소되고 금융⋅보험업(2.7% →-0.3%)도 감소로 전환되며 완만한 증가세에 머물렀다.
광공업생산(5.2% →3.8%)은 자동차생산 차질이 완화되면서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였으며 계절조정 전월대비로도 증가하며 전월(-3.9%)의 부진을 만회했다.
KDI는 선행 지수의 부진이 완화되고 있다면서도, 작년부터 누적된 건설수주의 감소가 시차를 두고 파급되면서 당분간 건설투자는 위축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ICT 수출이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제조업생산이 일시적 조정에서 벗어나며 회복세를 지속했다. 9월 수출은 1년 전보다 7.5% 늘었다.
생산설비 정비 임금 협상 등에 따른 자동차생산 차질이 완화되며 생산과 출하가 증가하는 등 제조업은 회복 흐름을 유지했다.
수입은 주요 에너지자원 (16.7% → -8.0%)이 감소로 전환되며 전월(6.0%) 보다 낮은 2.2%의 증가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37.7억달러 →66.6억 달러) 는 흑자 기조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그러나 소비는 상품소비를 중심으로 미약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8월 소매판매는 1.3% 감소해 전월(-2.2%)에 이어 감소세가 이어졌다. 상품소비는 고금리 등의 영향이 계속되면서 부진한 양상이다.
서비스소비는 숙박·음식점업의 부진이 완화되면서 완만한 증가세를 지속했다.
감소세를 지속하던 숙박·음식업생산은 전월 -3.3%에서 0%로 보합을 기록한 가운데 예술·스포츠·여가 관련 서비스업 생산은 3.4%로 전월(-0.8%) 보다 증가세로 전환됐다.
또한 9월 소비자심리지수는 현재경기판단(73→71)과 향후경기전망(81→79) 등 경기 관련 항목을 중심으로 전월(100.8)보다 소폭 낮은 100.0을 기록했다.
설비투자는 운송장비를 중심으로 높은 증가율을 기록하였으나 고금리 기조가 지속됨에 따라 기계류는 낮은 증가세에 그쳤다.
8월 설비투자(18.7% →7.8%)는 기저효과 및 운송장비의 급증으로 높은 증가율을 기록하였으나 기계류의 증가세는 완만한 수준에 머물렀다.
다수의 선행지표가 전월 큰 폭의 증가에서 조정되었으나 반도체 관련 선행지표에서는 긍정적 신호도 나타났다.
운송장비수주(62.2% →4.5%)의 증가폭이 크게 축소되고 9월 운송장비 수입액(21.3%→-8.0%)이 감소로 전환되는 등 향후 운송장비 증가세가 조정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9월 반도체제조용장비 수입액 (14.7% → 62.1%)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관련 투자가 개선될 가능성이 보인다고 KDI는 말했다.
8월 취업자 수가 전월(17만 2천명)보다 낮은 12만 3천명명의 증가폭을 기록하며 고용 증가세의 둔화 흐름이 지속됐다.
불확실성 요인으로는 중동지역 분쟁을 언급했다. 최근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공습하고 이란 보복 계획을 언급하는 등 중동 지역의 갈등이 커지는 양상이다.
물가상승세의 둔화 흐름이 유지된 가운데 국제유가 하락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9월 소비자물가(1.6%)는 전월(2.0%)에 이어 상승세가 빠르게 둔화됐다.
석유류(0.1% → -7.6%)는 기저효과와 두바이유가격 하락으로 상승세가 크게 둔화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폭 축소의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기조적 물가상승세를 반영하는 근원물가(2.1% → 2.0%)도 상승세둔화 흐름을 유지했다.
중동 지역의 갈등으로 국제 유가가 상승한다면, 최근 상승률이 1%대로 안정된 흐름을 보이고 있는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홍해를 이용하는 물류의 흐름도 저해할 수 있다.
세계경제는 물가상승세 둔화와 정책금리 인하 기조가 이어지면서 완만한 성장세가 유지되고 있으나,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불확실성은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