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난히 긴 폭염 영향으로 배추를 비롯한 원예농산물의 생육이 전반적으로 부진해 지난해보다 가격이 높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배는 일소(햇볕 데임)와 열과(갈라짐) 증상 때문에 생산에 차질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김장철을 대비해 김장 재료로 쓰이는 채소류 등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이달 말까지 김장 재료 수급 안정 대책을 수립하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15일 밝혔다.
배추, 무, 상추, 깻잎, 시금치, 오이, 애호박 등은 지난해보다 가격이 많이 올랐다.
지난 8∼9월 지속된 고온과 집중호우로 생육이 부진해 공급량이 감소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배추 상품 평균 도매가격은 한 포기에 8천920원으로 작년보다 128% 비싸며 무 가격은 한 개에 2천391원으로 1년 전보다 105% 높다.
청상추와 시금치 가격은 작년보다 각각 50% 넘게 올랐다. 깻잎과 오이, 애호박도 작년 대비 20∼40% 비싸다.
다만 전날 기준 양파와 대파는 작년보다 각각 11%와 28% 저렴하고 양배추 가격은 3% 낮다.
사과와 포도도 이달 상순 도매가격이 작년보다 40%가량 낮다.
농식품부는 이달 중순까지는 출하 장려금을 지원해 배추 시장 공급량을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현재 강원 평창·횡성·강릉 등에서 준고랭지 2기작이 주로 출하되고 있으나, 아주심기(정식) 기간인 지난 8월 초순부터 결구기인 추석 이후까지 고온이 이어져 생육이 부진했다.
이에 따라 이달 중순까지는 출하량이 작년이나 평년보다 적지만 이달 하순부터 출하 지역이 경북·충북 등으로 확대되면 출하량이 현저히 늘어날 것이라고 농식품부는 전망했다.
해당 지역 가을배추 작황은 초기에 생육이 부진했지만, 현재는 나아지고 있다.
박순연 농식품부 유통소비정책관은 브리핑에서 중국산 수입 배추 48t(톤)을 들여와 김치 가공업체와 식자재 마트에 판매를 완료했으며 추가 54t이 오는 17일 평택항으로 들어온다고 말했다.
이어 "당초 수입 배추 구매 의향을 밝혔다가 취소하는 곳이 많다"고 전했다.
무는 여름무 재배 면적이 줄고 작황이 부진한 데다 배추 대체 수요까지 더해져 가격이 작년이나 평년보다 강세다.
농식품부는 김장철에 사용하는 무가 본격적으로 출하되는 다음 달부터는 가격이 안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상추·깻잎은 고온으로 생육이 부진하고 주산지인 논산·익산 지역 침수 피해로 출하량이 감소한 상황이다.
농식품부는 피해 농작물의 생육이 회복하는 이달 하순 이후에는 가격이 내림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했다.
시금치는 추석 이후 수요 둔화로 가격이 하락세다.
토마토와 오이, 애호박은 폭염과 일조시간 감소, 급격한 기온 변화 등으로 전북 장수(토마토), 충남 천안(오이) 등 주 출하지 작황이 좋지 못해 농협을 통해서 생육 회복을 위한 영양제 할인 공급을 하고 있다.
사과는 추석 전에 출하하지 못한 홍로가 이달까지 출하되면서 출하량이 작년보다 늘어 도·소매 가격은 낮은 수준이다.
이달부터 출하되기 시작한 후지도 일교차가 커진 영향으로 작황이 양호해 생산량이 평년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배는 추석 이후까지 지속된 고온과 집중호우로 경남 진주 등지에서 일소(햇볕 데임)와 열과(갈라짐) 증상이 발견되고 있다.
농식품부는 농촌진흥청, 지방자치단체 등을 통해 피해 상황을 조사해 대응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배 생산량은 평년보다 15.6% 늘어난 21만3천t(톤)으로 전망했지만 햇볕 데임과 열과 피해가 발생하자 전망치를 조정하고 있다.
박 유통소비정책관은 "평년 수준인 19만5천∼19만8천t 수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햇볕 데임 등 피해로 생산량이 최대 1만5천t 가량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배추·대파 등 노지채소 주산지인 전남 남해안(해남·진도군) 지역에 강한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됨에 따라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하고 비가 그친 후에는 영양제를 살포해 생육관리를 철저히 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