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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전 협력업체 채권단 10여명 신라호텔 점거 농성

삼성전자의 전 협력업체 지원산업사와 주식회사 엔텍 중소기업 피해배상촉구채권단이 3일 오전 10시 20분 부터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14층 객실에서 납품대금과 손해배상 지급을 요구하며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전 협력업체 지원산업사와 주식회사 엔텍 중소기업 피해배상촉구채권단이 3일 오전 10시 20분 부터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14층 객실에서 납품대금과 손해배상 지급을 요구하며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다.

 

[재경일보 박성민 기자] 삼성전자 전 협력업체 채권단 13명이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3박4일간의 농성에 돌입해 호텔신라가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삼성전자에 부품을 납품했던 지원산업사와 엔텍 중소기업 피해배상 촉구 채권단이 신라호텔의 한 객실을 점거하고 현수막을 내걸고 유인물을 뿌리며 확성기로 "이건희 회장을 불러달라"고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어 직·간접적인 피해를 고스란히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또 신나와 가스를 들고 객실에 들어갔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어 안전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4일 호텔신라 등에 따르면 `중소기업 피해배상 촉구 채권단`을 자처하는 이들은 지난 3일부터 호텔신라 14층 객실을 점거하고 농성 중이다. 지난 2일부터 객실을 예약하고 신라호텔 1446호 객실에 입실한 뒤 이튿날인 3일 10시 30분께 갑자기 객실에서 수백장의 유인물을 뿌리면서 본격적인 농성에 들어갔다. 이들은 오는 6일까지 객실 예약을 했다고 호텔측은 말했다.

호텔신라 입장에서는 엔텍 채권단 등 관계자들과 일절 관계도 없을뿐더러 이들의 요구도 호텔신라와 무관하기 때문에 황당한 상황이다.

호텔 객실에 있는 채권단 연령층은 50대에서 80대 사이로 알려졌다.

채권단 측은 "엔텍과 지원협력사 두 곳에 미지급한 납품대금 10억원과 부도 피해 및 보상금 203억6천만원을 지불하라"며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나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엔텍은 지원협력사를 운영하다가 삼성그룹의 권유해 2000년 5월 18일 약 100억원을 들여 하청업체인 엔텍을 세웠고 그렇게 약 10개월간 삼성전자에 부품을 공급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동일한 하청업체를 만든 뒤 엔텍과 협력관계를 끊었고 손실액만 203억6천만원이 발생했지만 피해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 측은 엔텍이 은행에서 대출을 많이 받으려 설비매각 계약서와 인감까지 위조해 삼성전자 설비가 마치 엔텍 소유인 것처럼 꾸미고 삼성전자 담당직원에게 뇌물을 줬고, 삼성전자가 이 일에 연루된 삼성전자 직원을 징계하면서 내부 윤리규정에 따라 엔텍과 거래를 중단하게 됐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여태순 엔텍 대표이사는 "삼성측 주장대로 라면 삼선전자에 들어가 인감을 훔쳐 설비매각 계약서를 조작했다는 것인데,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며 "삼성전자 측이 내놓은 합의서 역시 필적감정을 받아 허위라는 증명자료를 갖고 있다"고 반박했다.

서울 중부경찰서가 강제 진압을 고려했다가 엔텍 관계자의 안전 등의 문제로 보류한 상태고 호텔 내에서 난동을 부리거나 집기를 부수지 않는다면 문제 삼지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농성자들은 "금요일(6일)까지 대화와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엄포를 놓은 상태다.

호텔신라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13층부터 15층 객실을 모두 비운 상태지만 우려되는 것은 외국인 이용률이 높은 신라호텔의 이미지 하락에 따른 피해다. 농성에 들어간 13명에 대해서는 업무방해 등으로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