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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경제, 세계경제 냉각에 '살얼음판'

[재경일보 박성규 기자] = 유럽과 일본 등 주요국 경제가 휘청거리는 반면, 미국 등 일부 선진국은 양호한 경기 회복세를 보이면서 조기 금리 인상론이 불거지고 있다.

유럽은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다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이중 침체'(더블딥)가 불가피하는 관측이 나오고 있고 일본은 성장률 후퇴로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총리의 경제 정책)에 빨간 불이 켜졌다.

중국은 경착륙 우려가 완화됐지만 불안이 사라지지 않았고 선진국들 중 미국은 '나 홀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경기 하락세 속에서 세계 경기마저 둔화하는 불투명한 상황을 맞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 경제 디커플링 가속화로 경기 회복 속도가 다른 상황에서 미국이 조기에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국제금융시장의 대혼란이 예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금리 인상에 나서기 전에 경기 회복세를 다져놓지 않으면 한국 경제 역시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 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경제는 한마디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가뜩이나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지난 4월 세월호 참사 여파로 소비 심리까지 악화되면서 경기 회복이 지속되고 있는지를 의심하는 시각이 많다.

통계청이 내놓은 6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2분기 전체 산업생산은 1분기보다 0.6% 감소했다. 1분기에 전분기보다 0.6% 증가했던 점을 감안하면 제자리걸음을 한 것이다.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 전월차는 4월과 5월, 6월 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4월과 5월에 부진했던 경기가 6월에 반짝 반등하는 모습을 보인 점이다.

한국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는 대외 돌발변수는 미국·유럽을 중심으로 세계 각지에 산재해 있다.

우선, 미국의 기준금리 조기 인상이 꼽힌다.

한국은행이 최근 1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상황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 조기 인상이 현실화하면 국제 금융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

이에 더해 유럽 부진은 세계 경제의 엔진을 약화시키고 있다. 특히 유럽 경제의 실질적인 맹주인 독일의 2분기 성장률이 -0.2%, 프랑스가 0.0%를 기록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 가자지구, 이라크 등을 둘러싼 국제 정세는 중동의 불안을 심화시켜 국제유가의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빚어진 미국·유럽연합(EU)과 러시아 간 갈등이 '경제 전쟁'으로까지 번질 경우 세계 경제가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소비세 인상 여파가 3분기에도 강한 영향을 미치거나 중국 경제가 경착륙할 경우 한국 경제에도 상당한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이에 전문가들은 미국이 금리 인상에 나서기 전에 한국이 경기 회복세를 공고히 하지 않으면 상당한 어려움에 부닥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한국 입장에서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과 인상에 따른 신흥국 금융불안 가능성이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한국도 자본 유출을 막으려면 금리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는데, 경기가 좋지 않을 때 금리를 올리게 되면 타격이 클 수 있다"며 "미국 금리 인상 전에 경기를 회복시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