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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에 기회 있다더니... 저유가로 대형 플랜트 수주 줄어 건설사 수익 감소, 해외 사업 비중 축소도 검토중

8월 말 현재 324억 달러 그쳐...'텃밭' 중동 수주부진 영향
올해 500억 달러도 장담 못해...정부·CEO 현장 뛰며 수주 안간힘

올해 해외건설 수주 시장이 저유가와 세계 경제 불안 등의 여파로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저유가의 장기화로 '중동 특수'가 실종된 가운데 국제 유가가 최근 배럴당 40달러 밑으로 떨어지고 중국발 세계 경제 위기론까지 등장하면서 해외건설 수주에 암운이 드리워지고 있다.

해외 수주 의존도가 높은 일부 대형 건설사 가운데는 앞으로 해외사업 비중을 축소하는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꿔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 유가 40달러로 급락, 중국 리스크 겹쳐 수주 '먹구름'
27일 국토교통부와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해외건설 수주액은 이달 26일까지 총 323억8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간 실적인 422억9천만 달러에 비해 23.4% 감소한 것이다.

이 가운데 우리 수주의 텃밭이던 중동 수주물량은 전체의 36%선인 약 117억3천만 달러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수주한 259억5천만 달러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대우건설[047040] 등 국내 5개사가 연초 총 45억5천만 달러를 수주한 쿠웨이트 알주르 신규 정유공장(NRP)의 계약이 최근 확정되며 체면치레를 했지만 전체 수주액의 80%를 차지하던 예년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8월 현재까지 지역별 수주액도 아시아가 146억7천만 달러로 오히려 중동보다 많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유가 급락과 세계 경제 위기에 대한 우려는 해외 수주 시장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유가가 배럴당 50달러를 오갈 때도 중동 산유국들이 발주에 소극적이었는데 최근엔 40달러 안팎으로 내려앉으면서 투자 축소가 불가피해진 까닭이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중동 산유국 대부분이 연초 유가를 배럴당 60∼70달러 안팎으로 보고 예산을 수립했는데 50달러를 깨고 40달러대로 떨어지면서 재정 악화가 현실화되고 있다"며 "중동 산유국들이 긴축에 나서면서 올해 대규모 발주는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중동의 부진으로 업체별 해외수주 실적도 참담하다.

해외 공사 비중이 큰 삼성엔지니어링[028050]은 올해 수주액이 5억4천800만 달러에 그쳤다. 그나마 이미 진행중인 공사의 증액분 등이며 신규 수주는 한 건도 못했다.

포스코건설은 올해 해외공사 수주액이 공사 증액분까지 합해 8억2천700만 달러로 1조원에도 못미친다.

해외 연간수주액 100억달러 시대를 열었던 현대건설[000720]과 삼성물산[000830]은 올해 수주액이 각각 20억6천400만 달러, 12억5천500만 달러로 저조하다.

중동의 석유화학 및 발전 플랜트 시장의 강자인 대림산업[000210](16억3천만 달러). 대우건설(23억5천600만 달러), SK건설(28억5천600만 달러)도 지난해 동기보다 수주액이 줄었다.

이에 비해 중동이 아닌 투르크메니스탄·동티모르 등 신시장에서 선전한 현대엔지니어링(52억9천100만 달러)과 역시 중남미 베네수엘라에서 대규모 가스 플랜트 공사를 확보한 GS건설[006360](38억1천만 달러) 정도가 예년보다 수주액이 늘었다.

문제는 저유가 속에서 9월 이후에도 중동에서 대형 플랜트 공사 발주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당장 중국 경제 위기설로 각종 원자재 가격 추가 하락이 예상되는데다 세계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산유국들이 플랜트 공장 증설에 나설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올해 해외건설 수주액이 지난해 수주액인 660억 달러는 물론 500억 달러에도 못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해외건설 수주액이 500억 달러 밑으로 떨어지는 것은 2009년(491억4천800만 달러) 이후 처음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미국의 셰일가스 공급 확대 등으로 앞으로 중동산 원유의 수요가 더 줄어들면서 과거처럼 대규모 플랜트 발주가 가능할 지 의문"이라며 "우리 건설사들이 과거처럼 중동시장만 바라보고 있다간 큰 코 다칠 수 있다"고 말했다.

◇ 기업·정부, 신시장 개척 안간힘..."투자개발형 사업 확대해야"
이처럼 해외건설 수주가 난항을 겪으면서 기업 CEO들과 정부가 수주 물량 확보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상황이 좋지 않은 중동 보다는 중남미·아프리카·동남아시아 등 신시장 개척에 주력하고 있다.

포스코건설 황태현 사장은 최근 급감한 해외 실적을 만회하기 위해 휴가도 반납한 채 중남미 시장 수주지원에 나섰다.

최근 검찰 수사 장기화로 어려워진 수주여건을 타개하려고 직접 현장에 뛰어든 것이다.

황 사장은 지난 12∼21일까지 9박10일간 브라질과 에콰도르, 칠레 등에 진출해 있는 건설현장을 방문해 직원들을 독려하고 발주처와 만나 신규 수주 지원을 요청했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최근 유가 급락에 따른 중동지역의 발주가 지연되면서 중남미 등 신시장 개척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중남미 인프라 수주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 정수현 사장, 대우건설 박영식 사장 등도 틈나는대로 중남미·아시아 현장과 발주처를 방문해 수주 물량 확보에 공들이고 있다.

정부는 최근 핵협상 타결로 미국의 경제제재 해제가 기대되는 이란 시장 공략에 나섰다.

내년 이후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대규모 인프라와 플랜트 발주 물량을 선점하기 위해 유일호 국토부 장관을 대표로 한 민관합동 수주지원단이 지난 21일부터 이란 정부와 발주처를 방문했고 알제리·몰타 등에서도 수주 지원활동을 펼친다.

정부는 중동 등 해외수주 감소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투자개발형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신흥 저개발 국가들의 상당수가 재정난으로 인해 사업자가 자금 조달과 시공·운영 관리까지 맡는 투자개발형 사업을 선호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프리카·중남미 등 신흥 시장은 물론 중동도 저유가가 지속되면서 재정 투입을 꺼리는 상황"이라며 "건설사들이 단순 시공자 지위에서 벗어나 진정한 디벨로퍼로 변신해 투자개발 사업에 적극 참여해야 해외수주 부진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