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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스캔들에도 중국은 무풍지대... 현대기아차 끼어들 틈 없다

 

폭스바겐 본사 신차 출고장
폭스바겐 본사 신차 출고장

폭스바겐이 가장 많이 팔리는 나라는 어디일까? 미국이나 유럽 국가일 것 같지만 의외로 중국에서 폭스바겐 차량을 가장 많이 구매한다. 중국 시장은 폭스바겐 판매량의 40%를 차지한다.

폭스바겐은 1990년대 초반 중국이 국가 산업정책 부응을 추진할 시기에 조기 진출하여 독점적 지위를 누려왔다. 당시 중국 자동차 시장이 초기 단계였던 탓에 경영상 이익을 기대할 수 없었고, 해외 자본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했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업체가 중국의 손길을 외면했다. 하지만 일찌감치 중국 시장의 가능성에 주목한 폭스바겐은 과감하게 중국 진출을 결정했고, 그 덕에 중국 정부의 지원과 혜택하에 거대한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다. 이후 1996년에 이르러서야 도요타가 겨우 중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던걸 생각하면 선견지명이 있었다 볼 수 있다.

현재 폭스바겐의 경영성과는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선두를 유지하고 있으며 폭스바겐과 현지 기업의 합자 회사인 제일기차와 상해기차 역시 전국 승용차 생산량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2014년 기준 시장점유율은 22.6%로 현대기아차의 두 배에 달한다.

폭스바겐 디젤 스캔들은 미국과 유럽은 물론, 한국까지 들썩이게 만들었지만, 중국의 반응은 잠잠하다. 디젤차가 인기가 없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국가별 디젤 차량 판매량'조사에서 중국의 디젤 차량 판매량 비중은 전체의 1%에 불과했다. 이는 48%인 독일, 66%인 프랑스는 물론 한국의 23%에도 한참 못 미치는 비중이다.

실제로 폭스바겐의 연간 중국 판매량 300만 대 중 디젤차는 1000대 미만으로 극소량에 불과하다. 폭스바겐은 2000년부터 20008년까지 중국 정부를 상대로 디젤차 현지 생산 로비를 벌이기도 했으나 환경오염을 이유로 거부당했다. 중국인들 역시 디젤을 경운기 연료로나 쓰는 촌스러운 것으로 생각해 가솔린차 선호도가 높다. 폭스바겐이 중국에서 판매하는 디젤차가 유럽에 수입돼 택시용으로 사용될 정도다.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폭스바겐에게 '숨 돌릴 틈'을 줄 거란 전망도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1일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1천600cc 이하의 승용차에 대해 취득세를 기존 10%에서 5%로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지방정부가 전기차 구입이나 운행에 대해 규제하는 것을 금지하고 신재생 에너지 차량과 배터리 개발을 촉진하는 지원책을 내놓는 등 자국 내 친환경 차량 시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각 차량별로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보유한 폭스바겐에겐 호재가 된 셈이다.

국내에선 폭스바겐 스캔들과 중국의 정책적 지원으로 자동차 업종 호재를 예견하지만 실제 시너지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가 중국 시장에서 폭스바겐을 밀어낼 가능성은 크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전기차와 관련된 자동차 부품 업종은 장기적인 수혜를 볼 것으로 보인다. 삼성 SDI와 LG화학 등 국내 전기차 배터리 공급 업체는 폭스바겐을 포함해 르노와 GM, 아우디, 포드, 볼보, 상하이자동차 등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산업의 움직임은 주식이나 이슈보다 훨씬 느리게 움직이겠지만, 시진핑 정권의 친환경 정책은 점점 그 속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