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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 과세. 사실은 '눈가리고 아웅' 아닌가?

'이전과 달리' 종교계가 종교인 과세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종교인 소득에 세금을 매기는 법안이 지난달 3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했다. 이에 대한불교 조계종 관계자는 1일 이와 관련해 "그동안 조계종단은 종교인 과세에 원칙적으로 찬성해 왔다"라고 강조했다. 조계종 총무원 기획국장 남전 스님은 "소득이 있는 사람에게 세금을 내게 해야 한다는 원칙을 견지한다"며 "종단은 처음부터 정부와 협의할 때마다 찬성 입장을 냈다"고 말했다.

전주교 역시 1994년부터 납세를 공식 결정하고 교구별로 방침을 지켜왔다. 한국천주교 주교회의의 이영식 미디어부장은 "천주교 입장은 이전부터 종교인 과세에 대해 찬성이었다"며 "국민의 일원으로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내야 한다는 원칙을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종교인 과세에 반대해왔던 기독교 역시 마음을 돌렸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의 강석훈 목사는 종교인 과세를 골자로 한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 소관 상임위를 통과한 것에 대해 "종교인도 사회 구성원으로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납세에 동참하게 돼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종교인 과세, 논의 시작한 지 벌써 28년째

종교인 과세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1987년 기독교 계열 시민단체 '기독교윤리실천운동'에서 "기독교인은 자신의 삶을 도덕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라며 납세를 추진하려 했으나, 종파와 계파별로 종교인 납세에 대한 해석을 달리 해 추진이 되지 않았으며, 국세청도 1992년 "자율에 맡기겠다."라며 방관했다.

그러나 종교인 납세에 대한 국민의 요구는 점점 커졌고 2006년엔 국세청장이 종교인 탈세를 유기했다는 혐의로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당하기도 했다. 이에 국세청은 기획재정부에 "종교인에 대한 과세가 가능한가?"라고 질의했고, 이에 기재부는 "종교인이 속한 가관에서 후원금을 수입으로 잡은 뒤 종교인에게 임금 명목으로 지급했으면 근로소득으로 간주해 과세가 가능하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검찰은 "종교인을 과세하지 않는 건 관행이며, 국세청장의 비과세를 고의적 직무 태만으로 볼 수 없다."라며 무혐의 처분했다.

그로부터 6년 뒤인 2012년, 당시 박재완 기재부 장관이 "사회적 공감을 이루기 위해 종교인 과세를 해야 한다."라고 말하며 종교인 과세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바로 다음 해인 2013년엔 정부가 종교인 과세 방침을 밝히고 관련 법안을 마련할 정도로 법 제정이 빠르게 진행됐다.

그러나 종교인 소득을 노동의 대가인 '근로소득'이 아닌, 신도의 '사례금'으로 해석해 '기타소득세'를 부과하기로 했다는 점이 국민의 반발을 샀다. 기타소득세는 세율이 사업소득세에 비해 낮아 일반인과 종교인 간 납세 형평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국 과세 법안 처리는 불발로 그쳤고, 2014년 역시 정부 주도로 종교인 소득세 신설을 검토했지만 일부 종교계의 반대와 개정안 자체의 결함으로 결국 무위로 돌아갔다.

그러나 점점 늘어나는 재정적자로 인해 국가부채가 증가하며 정부 역시 세수를 확충해야 할 유인이 커졌으며,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GPD 대비 26.3%나 되는 지하경제 비율을 줄여야 한다."라고 강조한 탓에 더 이상 종교인 비과세를 묵인할 수도 없게 되었다.

권 전문위원은 "국민 개세주의 원칙상 종교인만 과세대상의 예외로 인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외국의 경우도 종교인 소득에 전면 비과세 하는 사례가 없는 점, 그리고 여론조사에서 대다수 국민이 종교인 과세 필요성에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난 점 등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뜨거운 감자 :  근로소득 vs 기타소득

문제는 종교인에 부과하는 세율 근거를 '근로소득으로 볼 것이냐, 아니면 기타 소득으로 볼 것이냐'에 있다. 현재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세법 개정안을 보면 이 논란을 피하기 위한 '꼼수'로 '기타소득 중 종교소득'이란 분류를 신설한 것을 알 수 있다.

종교소득은 소득 수준에 따라 20~80% 필요경비 공제를 적용했으며,  종교인이 받는 학자금, 식비, 10만 원 이내의 출산, 양육 지원비, 사택 사용 이익 등은 비과세 소득으로 지정했다. 이같은 내용은 사실상 기타소득 세율 방식에 가깝다.

기타 소득과 사업소득의 차이는 수입이 일시적이냐, 혹은 지속 반복적이냐의 차이에 있다. 월급처럼 주기별로 얻는 이정 수준의 수익은 사업소득세를 내야 하며, 헌금과 같이 시기와 금액이 일정하지 않은 소득은 기타 소득세를 내게 된다.

기타소득은 표면적으로 소득세율이 20%로 높지만, 인적용역을 제공하고 받는 소득에 대해선 80%를 필요경비로 인정받기 때문에 실제 세율이 4%에 불과하며, 필요경비를 제외한 소득금액이 300만 원 이하면 분리과세가 되기 때문에 합산신고(가족 소득을 합해 납세신고 하는 것) 할 필요도 없다. 소득이 클수록 세율이 낮아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종교인에게 근로소득 세율을 적용하는 것이 불합리한 걸까? 한국납세자연맹은 지난 8월 <종교인 소득을 근로소득으로 과세해야 하는 7가지 이유>라는 자료를 배포하며 과거 대법원이 종교인을 '근로자'로 판결한 사례가 있음을 강조했다.

대법원은 2014년 해고무효소송에서 "부목사는 임금을 목적으로 교회와의 종속적 관계에서 사용자인 교회에 근로를 제공했다고 봄이 상당해 부당해고에 해당해 그동안 받지 못한 급여를 지급하라고 판결"하여 종교인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임을 확인했다. 이는 사법 기관이 종교인의 소득을 계속적이고 반복적인 것으로 해석했다는 의미다.

또한 천주교 등 일부 종교인이 이미 오래전부터 근로소득으로 세금을 내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획재정부가 종교인 소득을 기타소득이라고 우기다면, 이미 낸 근로소득세는 부당이득에 해당하므로 환급해줘야 한다는 것이맞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