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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로 퍼지는 감산 바람···산유국들 실제 감산 이행 여부는 '불투명'

지난달 30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석유수출국기구(OPEC) 정례회의에서 원유 하루 최대 생산량을 3,250만 배럴로 한정하는 합의가 이뤄진 이후 OPEC 비회원국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러시아를 중심으로 비회원국들 사이에서도 감산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지난 정례회의에서 OPEC이 하루 평균 120만 배럴 감산 합의에 이른 것에 이어 러시아가 하루 30만 배럴 감산을 약속한 가운데 지날 주말 러시아를 제외한 나머지 10개 비회원국들이 25만8천 배럴을 감축하겠다고 동참의사를 밝히며 유가 상승에 기름을 붓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실제 감산 합의가 이행될 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OPEC 정례회의에서 '맹주' 사우디아라비아가 스스로 120만 배럴 감축분 중 48만 6천배럴을 감당하겠다고 밝히며 그간 예외 요구를 해오던 이라크와 이란의 합의를 이끌어내며 장시간 회담 끝에 결국 감산 합의는 최종 결정에 도달하게 되었다.

지난 9월 말 알제리 회담에서 시장의 예상을 깨고 감산 합의안에 도출되면서 국제유가는 배럴당 50달러선에 진입하는 등 호재를 보였다. 그러나 OPEC 회원국 중 2위와 3위를 차지하고 있는 이라크와 이란이 각각 IS(이슬람국가)와의 전쟁 비용과 경제제재 이후 산유량 회복을 이유로 감산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이어오며 국제유가는 또 다시 내리막 길을 걸었다.

하지만 이후 정례회담에서 결국 감산 합의에 성공하며 국제유가는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1월 인도분 가격은 아시아 시장 개장 직후인 12일 오전 8시 14분(한국시간) 전 거래일 대비 5.84% 급등한 배럴당 54.51달러를 기록했다.

국제유가 벤치마크인 북해 브렌트유의 2월 인도분 가격은 이날 오전 8시 11분에 전 거래일 종가 대비 무려 6.55% 치솟은 배럴당 57.89달러를 나타냈다.

이는 모두 지난해 7월 이후 1년 5개월여 만에 장 중 최고치를 보였다.

최종 감산 합의가 최종 타결된 직후 원유 관련 전문가들은 향후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선을 가볍게 뛰어넘어 최대 70달러선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내년 1월 부터 시행되는 감산 합의가 결국에 지켜질 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산유국들이 지난 수십 년 간 감산 합의를 하고도 이를 지키지 않은 전례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지난 1982년부터 현재까지 OPEC은 17번의 감산 합의를 이뤄냈다. 하지만 이러한 합의가 실제 이행된 것은 60% 수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를 두고 "감산 합의를 하는 것은 수월한 부분이었고 이를 강제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설명했다.

로이터 통신은 OPEC 소식통에 따르면 사우디는 지난달 하루 평균 1천72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했다고 밝혔다. 이는 10월 생산량인 1천62만5천 배럴보다 약 10만 배럴 늘어났으며, 종전 기록인 7월 1천67만 배럴도 뛰어 넘은 수치다.

사우디를 비롯한 OPEC 회원국들은 9월 말 알제리 회담에서 감산 합의안을 도출해 냈지만 실상은 꾸준히 증산해 온 셈이다.

이 때문에 사우디 투자사인 자드와인베스트먼트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과거의 사례를 볼 때 OPEC 회원국이 감산 합의를 지키지 않을 가능성이 여전하다고 우려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