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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유년, 새로운 희망의 돛을 올리자

정유년 새벽이 밝아오는 때에 맞추어 첫 닭이 울었다. 한 마리가 소리 지르자 다른 닭들도 목놓아 울기 시작한다. 희망의 서곡이다. 우리는 지난해 이미 정유년 희망을 잉태하기 시작하였다. 광장에서 수 백 만 명이 모여 촛불을 밝히며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손잡고 염원하였다. 쓰라린 과거와 부끄러운 행적, 그리고 목타는 설움을 잊고 정유년에는 웃으며 살자고 다짐하고 또 다짐하였다.

정치가 극도로 혼란스럽고 경제가 지극히 어려운 지난해 우리 국민들은 그래도 잘 버티고 무던히 견뎌내었다. 수출과 내수가 줄어들고 투자의욕이 무참하게 사라지는 가운데서도 용케 버티고 참아서 병신년의 고통을 너도 나도 잘 견뎌내었다.

이제 새 출발이다. 너도 나도 손잡고 새로운 희망의 돛을 올리자. 푸른 물결을 헤치면서 다시 행복의 등불을 향해 노를 저어 나가자. 정치, 경제, 사회문화 여러 가지 차원에서 새로운 생각으로 새로운 역사를 창조해 나가도록 하자.

닫힌 정치보다는 열린 정치, 끼리끼리 뭉치는 패거리 정치보다는 너와 내가 함께하는 시민참여가 꽃피는 정치, 한 두 사람의 권력엘리트가 좌지우지하는 정치보다는 주권자인 국민모두가 공권력을 공유할 수 있는 정치, 한 두 사람의 명리와 사욕보다는 국민 다수의 공리와 민복을 위하여 권력이 행사되는 정치가 이 땅에 뿌리를 내리도록 하자.

무엇보다도 내년에 우리 국민들의 중요한 정치적 과제는 훌륭한 지도자를 뽑는 것이다. 유능하고 도덕적인 대통령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선장이 신통찮으면 배는 목표를 위한 항로를 찾지 못하고 풍랑에 휘말려 침몰할 수도 있다. 우리는 그런 역사적 경험을 최근에 너무나 뼈아프게 겪고 있다. 나와 성이 같고 고향이 같고 학연이 있다고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를 위하여 정말 멸사봉공하고, 민족을 위하여 헌신할 수 있고, 국내외 어려움을 슬기롭게 타개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아야 할 것이다. 우리 국민들에게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하여 국민적 에너지를 모을 수 있는 사람을 우리의 지도자로 선출하여야 한다.

올 해는 어떻게 해서든 암울한 저성장의 늪에서 헤어나도록 하자. 사라져가고 있는 성장 잠재력을 회복하도록 하자. 악화되고 있는 분배와 복지의 형평성이 회복되도록 하자. 우선 국민 각자가 노동의 가치가 높아지도록 단련하고, 국제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창출하도록 땀 흘리지 않으면 안 된다. 상당한 고통과 인내가 요구될 것이다. 그러나 이는 선진국을 향한 통과의례이니 어쩔 수 없다. 정부는 경제지원자, 공정한 조정자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역할은 역대 우리정부에서 가장 잘 못하는 부분이다. 다시 이런 부문의 정책이 잘못되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암담하다. 정의롭고 살기좋은 나라를 만드는 것은 허황한 꿈으로 끝날 것이다.

사회문화적으로 우리는 다시 ‘하나의 국민’이 되어야 한다. 계층간, 지역간 이질성으로 국민들이 뿔뿔이 흩어진 ‘모래알 사회’로 변질된 사회체제로서는 진정 행복한 사회가 될 수도 없고, 분단이 고착화되어 가고 있는 남북을 통일하기는 더욱 어렵다. 우리 국민 각자는 이제 남을 좀 더 이해하고, 이웃을 배려하고, ‘혼자 잘살기’보다는 ‘더불어 잘살기’ 위하여 양보와 타협에 충실한 사람들이 되도록 하자.

정유년의 새해는 밝게 우리를 비추고 있다. 불과 한 세대 만에 가난을 극복한 에너지와 반만년 동안 무서운 외적의 침입에서 살아남은 끈기가 우리 민족의 핏속에 도도히 흐르고 있다. 불의에 대한 저항과 압제에 대한 용기로 민주주의체제를 되찾은 용기가 우리 국민들의 정신에 깊숙이 깔려 있다. 이제 우리는 민족의 이런 집단에너지와 용기를 앞세워 어려운 정유년이지만 새로운 희망의 돛을 올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