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중국 현지 매출 3조원 안팎 롯데·이랜드 '긴장'

최근 중국 언론들이 연일 "사드가 배치되면 한국 기업이 큰 피해를 볼 것"이라는 식의 협박성 보도를 쏟아내면서 중국 사업이 활발한 업체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특히 '사드 부지 제공' 당사자인 롯데의 경우, 중국 현지에서 연 3조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수 조 원대의 대형 복합몰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 가장 큰 피해가 우려된다.

중국인 매출 의존도가 80%에 이르는 면세점업계나 약 20년 동안 중국에서 대대적 사업을 벌여온 이랜드 등도 속이 타기는 마찬가지다.

롯데 성주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제공하는 이사회 결의를 앞두고 중국 언론들의 '롯데 때리기'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난 21일 중국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사평에서 "롯데가 입장을 바꿀 수 없다면 중국을 떠나야 한다"며 "롯데의 면세점 수입을 비롯한 영업 전망이 점점 나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19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롯데그룹이) 지역 관계를 격화시킬 수 있는 불장난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현재 롯데가 중국인을 상대로, 또는 중국 현지에서 벌이는 사업 규모를 고려하면 중국 언론의 이런 압박을 '엄포'나 '허풍'으로 치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롯데에 따르면 1994년 롯데제과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유통·화학·관광 등의 업종에서 롯데 계열사의 중국 시장 진출이 이어졌다. 그 결과 현재 24개 계열사가 중국에서 사업 중이고, 현지에 모두 2만여 명에 이르는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유통의 경우 현지에서 수 천억 원의 적자를 내며 '쓴맛'도 봤지만, 아직 중국 내 약 120개 점포(백화점 5개·마트 99개·슈퍼 16개)를 운영하고 있다.

롯데시네마도 현재 12개 점, 90여 개 상영관을 운영하고 있고, 롯데제과·롯데칠성·롯데케미칼·롯데알미늄 등도 모두 중국 내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이들 유통·제과·화학 등 계열사의 중국 현지 매출은 한 해 약 3조2천억 원에 이른다.

중국에서 롯데가 추진하는 쇼핑·레저 기능을 결합한 복합단지, 복합몰 건설 프로젝트도 사드 논란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중국 인허가 과정이 까다로운데, 중국 당국이 고의로 규제에 나설 경우 추진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롯데자산개발 등은 2019년 완공을 목표로 중국 청두(成都)에 연면적 57만㎡ 규모의 복합상업단지 '롯데월드 청두'를 짓고 있고, 선양(瀋陽)에서도 테마파크(롯데월드 선양)·쇼핑몰·호텔·아파트 등을 모아 '롯데타운'을 건설하는 사업이 진행 중이다.

이미 이번 겨울 들어 롯데월드 선양 공사가 중단된 것을 두고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중국 당국이 직접 전면에 나서지 않고 중국 소비자들이 '불매운동' 형태로만 반발해도 큰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걱정했다.

롯데는 실제로 다음 달 15일 열리는 중국 '소비자의 날' 행사를 전후로 현지에서 어떤 형태로든 롯데와 관련된 언급이 나올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랜드는 현재 패션 부문에서만 중국에서 스파오(SPAO)·미쏘(MIXXO)·슈펜(SHOOPEN) 등 44개 브랜드의 7천 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진출한 유통 부문까지 더해 중국 현지 한 해 매출은 무려 2조7천억 원에 이른다. 아직 대부분의 중국 매출은 패션 부문에서 나오는데, 현재 국내 이랜드의 패션 매출(2조 원)과 비교해 중국 매출이 훨씬 더 큰 셈이다.

사드와 관련된 중국 내 반한 감정 등과 관련, 이랜드 관계자는 "'이랜드 중국' 법인은 그동안 전체 직원 3만 명의 대부분을 중국 현지인으로 채용하고, 사회공헌 활동도 활발히 했기 때문에 중국 안에서는 이랜드를 중국 기업으로 아는 소비자가 많다"면서도 "하지만 워낙 사안이 민감한 만큼, 중국 현지 소비자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