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틸러슨 美국무 "대러제재 유지"…미러 정상회담 후 첫 입장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부 장관은 9일(이하 현지시간)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제재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7일 미국과 러시아의 정상회담 이후 나온 미국의 첫 공식 입장으로 주목된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경제제재는 논의하지 않았다고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서 밝힌 바 있다.

AP·AFP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틸러슨 장관은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페트로 포로셴코 대통령과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러시아가 (제재를 유발한) 행동을 되돌릴 때까지 경제제재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 반군 간의 휴전 협정인 '민스크 협정'을 충실히 이행하지 않아 "실망했다"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긴장 완화를 위해 먼저 조치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러시아가 분리주의자들을 억제하고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무기를 제거하는 동시에 우크라이나와의 국경을 존중할 때까지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방문에는 며칠 전 임명된 커트 볼커 우크라이나 협상 특별대표가 동행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주재 미국 대사를 지낸 볼커 대표는 우크라이나에 남아 민스크 협정 이행 강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포로셴코 대통령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직후 이뤄진 틸러슨 장관의 방문에 "상징적이고 시기적절한 방문"이라 평가하고,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통합에 대한 미국의 약속 유지에 감사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국의 대러 제재가 시작된 것은 2014년이다.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속했던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하고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무장 분리주의 운동에 개입한 것에 항의하는 의미로 제재를 결정, 이를 계속 연장해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2015년 민스크 협정을 맺고 우크라이나 내 분쟁 종식에 합의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대러 해제 가능성을 언급, 논쟁의 불씨를 댕겼다.

미 상원은 오히려 대러 제재를 강화하는 법안을 지난달 압도적인 표 차이로 가결했다. 또 대통령이 제재를 완화하거나 해제하려 할 때는 의회의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명시, 트럼프 대통령의 제재 완화 시도를 원천적으로 봉쇄했다.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이 현안으로 부상한 가운데 열린 미·러 정상회담 이후 러시아 측은 '러시아는 미 대선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푸틴 대통령의 발언을 트럼프 대통령이 받아들였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회담의 배석자였던 틸러슨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재차 부인하며 "대선 개입이 회담의 첫 번째 주제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더는 선거 개입이 없도록 러시아와 '대화'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양국이 '사이버 보안대'를 조직하기로 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과 관련, "중요한 것은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확실히 하는 것"이라며 "사이버 위협·보안·침입이란 복잡한 이슈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 합의하기 위한 뼈대를 만드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틸러슨 장관은 우크라이나에 이어 터키, 쿠웨이트 등을 순차적으로 순방 중이다.

터키에 도착한 그는 이스탄불에서 열린 세계석유회의(WPC)에서 '듀허스트 상'을 받았다.

석유회사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그는 "미국과 전략적 요충지인 터키와 '에너지 안보'를 위해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에너지업계의 친구, 동료, 파트너들을 잊지 않겠다"며 2020년에는 미국에서 열리는 WPC에 참석하겠다고 덧붙였다.

쿠웨이트에서 그는 '카타르 단교 사태' 해결을 위한 중재에 나설 계획이다.

틸러슨 장관의 이번 순방을 두고 워싱턴포스트(WP)는 "외교 경험이 없는 엑손모빌의 전 CEO의 중심축이 외교로 이동하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