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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기변동성 OECD 절반…"소비·투자 활력 떨어졌다"

우리나라 경기변동성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크게 떨어졌다는 한국은행 분석이 나왔다.

이는 가계, 기업의 활력이 약해진 영향이라는 점에서 우려되는 현상으로 지적됐다.

한국은행 동향분석팀 이홍직 차장과 김태경 과장, 허수정 조사역은 8일 조사통계월보에 실린 '경기변동성 축소에 대한 재평가'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들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현재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경기동행지수 등 거시지표를 분석한 결과, 경기변동성은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세계적으로도 우리나라 경기변동성 축소는 두드러진다.

2010∼2017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GDP 변동성은 위기 이전(2000∼2007년)과 비교해 평균 0.9배이지만 한국은 0.48배로 분석됐다.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GDP 변동성 축소폭은 OECD 35개국 가운데 3번째로 컸다.

특히 경기가 좋아지는 확장 국면에서 변동성이 크게 축소됐다.

지출부문별로는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에서 변동성이 크게 줄었다.

보통 경기변동성 축소는 경제 성숙이나 경제운영 효율성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으로 인식된다.

예컨대 미국 경제가 호황을 보인 이른바 '대완화기'(Great Moderation)에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 등의 경기 변동성은 축소됐다.

보고서는 그러나 "우리나라 경기변동성 축소는 미국 대완화기와 같이 긍정적 효과를 수반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최근 경기변동성 축소가 경제 전반 활력 저하에 기인하는 측면이 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경제주체 보수적 행태가 강화되고 있다.

가계는 비관적 경기 전망, 채무상환 부담, 노후불안 등으로 저축을 늘리면서 소비 증가가 상대적으로 더딘 것으로 분석됐다.

소득 감소기에도 저축을 별로 줄이지 않았다.

2010∼2015년 우리나라 가계 순저축률(순저축액을 처분가능소득으로 나눈 비율)상승 폭은 OECD 회원국 중 노르웨이, 스웨덴 다음으로 3번째 수준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가계 순저축률은 8.1%를 기록했다.

기업 역시 보수적·안정지향적 경영 행태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와 유가 하락으로 늘어난 수익을 부채 감축과 저축에 주로 활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우리 경제가 경기회복 모멘텀(동력)을 강화하려면 일자리 창출을 통한 가계 안정적 소득기반을 확충하고 기업 혁신역량 강화를 통한 생산성 향상에 정책적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보고서는 경기변동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진단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최근 민간소비가 부진한 상황에서 순환주기가 짧은 수출이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며 "소비 등 내수 동향에 보다 유의하면서 경기흐름을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