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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모터쇼] '로봇 박사' 데니스 홍 교수, "자동차의 본질은 인간을 위한 것"



▲데니스 홍 UCLA 기계공학과 교수가 4일 2017 서울모터쇼 부대행사로 진행된 국제컨퍼런스에서 '인간을 위한 이동성'이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데니스 홍 UCLA 기계공학과 교수가 4일 2017 서울모터쇼 부대행사로 진행된 국제컨퍼런스에서 '인간을 위한 이동성'이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무엇이 당신의 가슴을 설레이게 하는가? 그것이 당신의 생각을 바꾸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지난 달 31일부터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2017 서울모터쇼'가 진행되고 있다. 4일, '자동차의 미래를 여는 혁신과 열정'이라는 주제로 국제컨퍼런스가 진행됐고, 총 6명의 연사가 강연을 했는데 이중 가장 기억에 남은 이는 '인간을 위한 이동성(Mobility for Humanity)'이라는 주제로 강연한 데니스 홍 UCLA 기계공학과 교수(로봇공학자)였다.

솔직히 "식상한 컨퍼런스가 아닐까?"란 생각을 가지고 이 행사를 지켜봤지만, 연사가 강연 도중 어떤 감동으로 눈물까지 흘리는 상황이 있을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는 강연을 위해 많은 준비를 한 것으로 보였고 전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나 많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강연은 진실했고, 청중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었다.

홍 교수는 강연을 통해 미래 모빌리티에 영향을 주는 그의 도전과 열정에 대해 전했다. 그 내용은 시각 장애인용 자동차와 자율주행 로봇에 관한 것이었다. 그는 "무인차와 시각 장애인차로 얘기를 풀어가고 싶다"고 말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2007년만해도 무인차는 공상 과학에나 있을만한 것이라고 생각되던 때였다. 그는 이 당시 대회에 나갔다. 무인차에 대해 공상 과학에나 나올 차로 생각됐지만 생각이 바뀌게 됐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차를 만들면 좋지않을까"란 생각을 하게 된다. "이 때 생각을 하면 지금도 떨린다"고 홍 교수는 말했다.

첫번째 미팅 날이 됐다. 이날에 대해 홍 교수는 "자신의 인생 중 가장 큰 쇼크를 먹은 날"이라고 했다. 부푼 마음을 안고 미팅 장소로 갔는데, 그런데 이게 왠걸 그 미팅에 참여한 사람은 당시 그 뿐이었다. 이 대회는 자동차에 시각 장애인을 태우고 돌아다니는 대회가 아니라 시각장애인이 직접 운전을 하는 대회였던 것이었던거다. 대회의 성격을 그가 제대로 알지 못하고 대회에 나서기로 결정하게 된 것이었다. 말그대로 실수로 지원하게 된 것.

이후 주변에서 그의 결정을 두고 많은 말들이 나왔다. "시각 장애인 자동차를 만들어서 뭐해. 불쌍한 애들이 무슨 운전이야. 그냥 집에 있으라고 해." 홍 교수는 이와 같은 말들을 듣게 됐고 고민에 빠졌다. 주변에서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도전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그러나 문제는 고민을 해도 아이디어가 도통 나오지 않는다는 거였다. 어느날, "시각장애인 자동차 개발을 위한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는 이유가 그들을 이해하지 못해서가 아닐까"란 생각을 하게 된다. 이후 하루는, 아침에 "오늘 하루 동안 안대를 하고 살아야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러나 너무 답답하고 이리, 저리 부딪히다가 견뎌내지 못하고 얼마지나지 못해 안대를 벗어버렸다. 이후 그는 학생들을 데리고 시각장애인협회에 공부를 하러 가게 된다. 2박3일간 시각장애인들과 생활하는 시간을 갖고자 함이었다.

이 과정을 통해 홍 교수와 그의 학생들은 그들과 친구가 됐고, 집으로 돌아오며 그때 그는 단순하지만 중요한 진리를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시각 장애인은 우리와 똑같다'라는 것이었고, 똑같이 권리를 누려야 한다는 것을 발견하게 됐다"고 홍 교수는 말했다.

이후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그런데 돈이 없었다. 기업과 같은 곳에 요청을 했고 기부를 받았다. 그렇게해서 시각장애인 자동차 하나를 만들어냈다. 첫번째 테스트를 하던 봄날이었다. 미국 남부의 볼티모어에서 시각장애인을 초청했고 시각장애인에게 운전을 하도록 했다. 당시 그는 차를 보지 않고 컴퓨터 화면을 보고 있었는데, 그러다가 고개를 드는 순간 그는 자신의 인생을 바꿀 뭔가를 보게 된다. 그건 차를 운전한 시각장애인의 '행복한 얼굴'이었다. "저는 태어나서 이렇게 행복한 미소를 본적이 없었다"고 홍 교수는 말했다.

 <사진=박성민 기자>
<사진=박성민 기자>

시각장애인 자동차는 지각 즉 장애물 판별을 하며 움직이고, 또 운항 즉 어떻게 운전해야 효율적인지를 판단하게 된다. 운항을 위한 정보와 지식을 주게 되는데 이것은 시각장애인이 낀 장갑을 통해 정보 전달이 이뤄진다.

이런 과정을 거쳐 세계 3대 내구레이스인 롤렉스 데이토나 24시 경기 개막식에서 해당 차량을 일반에 공개했다. 당시 영상이 강연 현장에서 보여졌는데, 시각장애인이 많은 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주행을 완주했고, 마지막에 홍 교수가 운전자였던 시각장애인과 함께 차 옆에서 축하를 나누는 장면을 끝으로 영상이 끝이 났다. 이후 홍 교수는 다시 강연을 이어가야 했지만 그는 그날의 감격이 떠올라 눈시울을 붉혔고 다음 말을 잠시동안 잇지 못했다.

마음을 가다듬은 홍 교수는 "이 때 전 저의 꿈을 이뤘다. 대회가 끝나고 호텔로 돌아와 굉장히 많이 울었다"며 "슬픔이 아닌 감격의 눈물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런 생각을 했다. 전 대학 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또 연구소에서 개발을 했다. 그러나 개발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걸 머리로는 알았지만 제대로 알지 못했다"며 "이날 저는 가슴으로 알게 됐다. 정말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걸 느꼈다"고 했다.

그가 개발한건 시각장애인을 위한 차만 있는건 아니다. 손이 없는 사람에게 인공으로 만들어 붙이는 '의수', 화재 상황에서 불을 끄는 개발품, 또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같은 상황에서 쓸 수 있는 것 등이 있다. "인류에 공헌하고 인류를 구하는 것이 저의 목표"라고 홍 교수는 말했다.

한국의 시각장애인 아이를 위해 현대자동차와 개발한 어린이 차는 그의 철학을 바꿔놓기도 했다.

강연이 막바지로 접어들며 그는 물었다. "자동차의 본질은 뭐라고 생각하나. 이동을 위한 것이다. 그런데 뭔가 더 큰게 있는거 같다. 자동차의 본질이 무엇인지 잊기 쉬운거 같다. 결국, 인간을 위한 것이 자동차라고 생각한다."

한국계 미국인 가정에서 태어난 홍 교수는 3살때 한국으로 들어왔고, 고려대학교 재학 당시 위스콘신 대학교 매디슨으로 편입하게 되는 과정이 있었다. 이후 그는 UCLA 기계공학과 교수로 임용됐고 로봇공학 연구소인 로멜라(RoMeLa)를 설립하고 초대 소장으로 취임했다.

로봇 박사인 홍 교수는 최초의 자율주행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했다. 휴머노이드는 사람과 같이 두 팔, 두 다리, 머리를 가지고 있으며 지능을 가지고 있는 로봇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