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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지진과 대입수능

어제 포항에서 지진이 발생하여 오늘 전국에서 치르게 되어 있는 대입수능이 일주일 뒤로 연기되었다. 수능을 치르게 되어 있는 학교의 시설훼손도 없지 않았지만 더 우려스러운 것은 여진의 발생으로 학생들이 위험에 빠지거나 수능이 혼란스러운 결과를 초래할까 걱정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사태는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 해 경주에서 5.8의 지진이 발생하였을 때만 하더라도 지역사회를 제외하고는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 그러나 이번 포항지진은 5.4정도로 경주지진 보다 진도가 낮기는 하지만 지표에서 더 가까운데서 발생하였기 때문에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서 흔들림이 감지되었다.
이번 포항지진으로 우리가 이제 확실하게 인식하여야 할 것은 우리나라도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지역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번 지진으로 포항시민은 말할 것도 없고 전국의 국민들이 지진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다행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진에 대한 준비와 대비책이 더욱 철저하게 될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진에 대한 준비가 잘 되어 있으면 지진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과 심리적 불안도 적어질 수 있다. 내가 공직에 있던 1980년 대 초반 일본에서 동경에서 두 달째 거주하고 있을 때 진도 5.9의 지진이 발생하였다. 사무실 집기들이 흔들림을 감지한 나는 크게 놀라 공포에 질렸다. 그러나 옆에 있던 일본 국민들은 태연하였다. 2012년 겨울 나는 타이완까오슝 국립사범대에서 객원교수로 지내고 있었다. 그때 진도6.1의 지진이 발생하여 7층에 있는 내 숙소는 크게 흔들렸다. 깜짝 놀라 집사람과 복도로 뛰어나와 벌벌 떨고 있었더니 안내하는 아주머니가 괘찮다고 빙그레 웃고 있었다.

일본과 타이완 국민들은 자국의 건물들이 내진설계가 되어 있어 그 정도의 지진은 자주 발생하는 것이고 그 정도의 지진으로는 위험성이 없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포항지진의 여파는 신문이나 텔레비전전보도와 카톡 때문에 확산속도가 빨라서 그런지 몰라도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감이 없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경험이 부족하고 건물에 대한 안전성이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연면적 500제곱미터 이상 민간건축물의 내진설계비율은 19%에 지나지 아니하고 기존건물들은 대부분 지진에 무방비상태이다. 경주 지진 이후 정부는 2020년까지 3조원을 투자하여 내진율을 54%까지 끌어 올리겠다고 하였으나 진행은 극히 지지부진한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가와 국민들의 생존과 안전을 생각한다면 정책담당자들이 유비무환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될 때이다.

<김영종 동국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