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경제 성장률 3.0→2.9% 하향 조정...고용 14만명↓

경기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9%로 하향 조정했다. 30만 명대였던 취업자 증가 폭 전망은 20만 명 밑으로 떨어졌고, 설비투자 증가율 목표치도 지난해 말 전망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대다수 주요 경제지표의 전망치가 반년 만에 하향 조정되면서 '경기가 8개월째 회복 흐름'이라는 정부의 판단이 무색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를 3대 축으로 하는 경제 정책방향에도 불구하고 올해 고용 목표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 1년 새 취업자 증가폭 전망 ‘반토막’...사실상 경기 ‘하강국면’

취업자 증가 폭은 올해 2월 10만4천 명 을 기록하며 1년9개 월 만에 10만 명대로 떨어진 후 3개월 연속 10만 명대를 맴돌았다. 5월에는 7만2천 명으로 10만명 선마저 무너졌다. 6월에는 10만6천 명으로 10만명 선에 턱걸이했지만, 목표치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올해 1∼6월 수출 증가율은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6.6% 증가했지만, 반도체를 제외하면 보합 수준에 머물렀다. 1∼5월 설비투자도 전체는 4.8% 늘었지만, 반도체를 제외하면 -1.4%로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민간소비는 1분기 3.5% 증가했지만, 해외소비나 수입제품에 편중되면서 내수에는 실속이 없었다.

정부는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하반기 이후 경제여건 및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경제전망

△ 올해 경제 성장률 3.0→2.9% 하향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보다 2.9%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지난해 말 '2018 경제정책 방향' 발표 때 내놓은 전망치(3.0%)보다 0.1%포인트 내려간 것이다. 이로써 2년 연속 3%대 성장은 사실상 어렵게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경상 GDP 증가율 전망도 4.8%에서 4.0%로 하향 조정됐다. 정부는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첫 번째 이유로 미·중 무역갈등을 꼽았다. 유가 상승도 하반기 수출·소비 회복세를 제약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 소비·투자 전망치 ↓

소비·투자 전망치도 줄줄이 하향 조정됐다.

올해 민간소비는 지난해보다 2.7%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지난해 말 전망치(2.8%)보다 0.1%포인트 줄었다. 최근 완만하게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방한 관광객 증가 폭 정체, 고용 부진 등으로 민간 소비가 탄력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최근 반도체를 중심으로 둔화세가 뚜렷한 투자는 큰 폭으로 하향 조정됐다. 특히 설비투자 증가 폭 전망치는 지난해 말 전망(3.3%)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1.5%로 조정됐다. 지난해 실적치가 14.6%라는 점에 비춰보면 차이가 크다.

건설투자 전망은 지난해 말 0.8% '증가'에서 0.1% '감소'로 전환됐다. 지식재산생산물 투자 증가율 전망도 3.5%에서 3.0%로 내려갔다.

△ 취업자 증가폭 32만 명→18만 명 ↓

월평균 취업자 증가 폭 전망은 32만명에서 18만명으로 무려 14만명이나 하향 조정됐다.

산업 구조조정, 서비스업 부진 영향으로 6월까지 취업자 증가 폭이 5개월 연속 10만명 수준을 맴돈 탓에 목표치 하향이 불가피했다는 평가다.

고용률은 지난해 실적치(66.6%)보다 다소 높지만 종전 전망치(67.3%)보다는 낮은 66.9%가 될 것으로 예측됐다.

김동현

△ 소비자물가 상승률 1.6%...수출은 5.3% ↑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은 1.6%였다. 최근 유가 상승세에도 농·축·수산물 가격이 안정되면서 지난해 말 전망치(1.7%)보다 소폭 내려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수출은 지난해보다 5.3%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말 전망치(4.0%)보다는 상향됐지만 지난해 실적(15.8%)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수입은 11.2%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유가 상승 영향이 반영되면서 지난해 말 내놓은 전망치(6.0%)보다는 상향 조정됐다.

수출 등을 제외한 대부분 지표가 지난해 말 전망보다 하향 조정됐다는 것은 그만큼 지난 반년 동안 경제 상황에 대한 정부 인식이 나빠졌다는 뜻이다.

지난해 말 3%대 성장률 달성 분위기에 고무돼 올해 경제를 지나치게 낙관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기재부는 수개월째 계속된 고용·투자 부진에도 8개월째 '회복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는 판단을 유지해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올해는 재정을 투입해 2.9% 성장을 맞출 수 있을 정도"라며 "고용 상황이 너무 나빠져 있기 때문에 전망치를 낮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투자·고용·분배 부진 계속 전망...美‧中 무역 전쟁 등 대외 리스크

정부는 주력산업이 부진하고 생산가능인구 등이 감소하는 구조적 요인으로 일자리 어려움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청년 일자리 대책이나 추경 집행 본격화는 긍정적인 요인이지만, 건설경기 조정 등 하방 요인도 상당한 상황이다.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추진에도 악화한 분배지표도 단시간 내에는 개선하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고령화, 온라인·자동화 등에 따른 임시·일용직 감소로 저소득층의 일자리 상황은 좋아지기 어려워 보인다.

영세자영업자 업황도 부진하면서 구조적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정부는 분석했다.

게다가 대외 상황도 밝지 않다. 한국과 밀접한 미국과 중국의 이른바 '무역전쟁'이 심화한다면 그나마 양호한 수출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 아울러 유가 상승은 내수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금리 인상에 따라 국내금리가 덩달아 상승한다면 서민이나 영세자영업자의 부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는 이번 발표에서 구체적인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최저임금이 10%대 상승하며 고용을 비롯한 성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6일 "최저임금 두 자릿수 인상이 하반기 경제운용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우려된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이 일자리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은 자명한 일이지만 올해 부진한 데 대한 정부 진단에는 한 마디도 담기지 않았다"며 "곤혹스러운 처지는 이해가 가지만 정부의 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