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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풍 취약한 韓무역 구조...의존도 낮추고 공급망 안정 대책 발표

미중 무역분쟁, 일본의 수출규제에 이어 우한 폐렴(코로나19)까지 대외적 악재에 직격탄을 맞은 한국 무역에 대해 무역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20일 정부와 무역 관련 기관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한국의 무역의존도는 70.4%에 달한다.

지난해 한국 수출이 10년 만에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한 가운데 정부는 미중 무역분쟁 영향으로 107억달러, 반도체 하강기로 328억달러, 유가 하락으로 134억달러의 수출 감소 효과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세 가지 요인에 따른 수출 감소액을 모두 합치면 569억달러로 전체 수출 감소분인 625억달러의 91.0%다.

2월 수출이 예상보다 주춤한 이유는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이 크다. 최대 무역국인 중국과의 수출입이 타격을 입으면서 한국 전체 수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유행할 당시에도 한국 수출이 잠시 흔들렸지만, 17년새 중국이 글로벌 경제와 분업구조의 핵심으로 부상하면서 이번 사태에 따른 영향은 더욱 클 것으로 우려된다.

세계 경제에서 중국 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3년 4.3%에서 지난해 16.9%로 확대됐고,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 비중 역시 18.1%에서 25.1%로 커졌다.

만약 코로나19가 진정되지 않고 더욱 확산한다면 한국의 수출회복도 예상보다 지연될 수밖에 없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코로나19 사태의 주요국 경제에 대한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가 장기화해 중국 중간재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한국이 미국 다음으로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세계 경제가 위축된다면 해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무역은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로 가장 먼저 직격탄을 입은 자동차 산업의 경우 현지 부품공장의 조업 재개가 어느 정도 이뤄지면서 국내 완성차 공장 역시 가동되고 있지만, 공급이 불안정해 언제 멈출지 모르는 상황이다.

18일 기준 정부와 무역 관련 기관에 들어온 애로 사항은 417개다. 이 중 30%는 조기 해소했으나 여전히 70%가량이 아직 해결 중이거나 해결하지 못한 채 남아 있다.

정부 관계자는 "기업들은 중국으로부터 원자재 부품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많이 느끼고 있다"며 또 현지 조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나 대체 수입처를 찾는 일 역시 정부에서 많이 노력하고 있지만 단시일 내 해결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이날 확대 무역전략조정회의를 열고 기업의 애로 해소와 수출 지원을 위한 범정부적 종합대책은 내놓은 것도 이런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이번 대책은 단기적으로는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중소·중견기업을 중심으로 유동성 지원을 강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성을 강화해 흔들리지 않는 무역구조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반도체 중심의 수출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빅3(바이오·미래차·시스템반도체)+DNA(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를 새로운 수출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그린뉴딜(에너지), 한류산업 등 수출 외연을 확대한다.

또 대중 의존도를 낮추고자 신남방 지역과의 무역 규모를 2천억달러로 확대하고 신북방과의 협력도 강화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대책은 실물경제의 대표 지표인 수출을 중심으로 그간의 분야별 대책을 아우르는 첫 번째 범정부 종합대책"이라며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기업 애로를 해소하는 것뿐만 아니라 향후 3∼5년을 대비한 중기 공급망 재편 전략, 2030 세계 수출 3강 도약을 위한 자익 무역구조 혁신 전략까지 제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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