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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어든 주택 거래…집값 안정화는 '시기상조'

최근 부동산 시장이 관망세를 보이며 거래절벽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주택 거래량 감소를 두고 이것이 일시적 조정 현상인지 집값 하락의 신호탄인지 의견이 분분하다.

시장은 정부의 규제로 매수세는 위축되고 매도자도 집을 팔아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거래가 줄어든 것은 이사철 비수기와 2·4 대책의 영향이 겹치면서 나타난 일시적 조정 현상이며 집값 하락을 논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분석했다.

▲'사기도, 팔기도 어렵다'…주택 거래량 급감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월 주택 거래량은 9만696건으로 전월 대비 35.4%, 작년 같은 달보다 10.5% 감소했다. 전월과 전년 동월대비 주택 거래량이 함께 감소한 것은 지난 2019년 9월 이후 16개월 만이다.

수도권(47,132건)은 전월 대비 25.4%, 전년 같은 달보다 14.9% 각각 줄었다. 지방(43,547건)은 전월 대비 43.5% 급감했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그동안 가격이 많이 올랐고 겨울 비수기가 겹치면서 거래가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2·4 부동산 대책을 지켜보자는 관망세도 거래 감소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했다.

아파트

▲집값 상승폭 '둔화'…상승세는 여전

집값은 상승폭이 둔화됐을지 모르지만 여전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집값 하락을 논하기에는 시기 상조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우세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8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0.27% 올라 지난주(0.28%)보다 상승 폭이 약간 줄었다. 서울은 전주 0.10%에서 둘째 주에는 0.09%로 상승 폭이 감소했다.

전국 아파트값은 새해 들어 1월 3∼4주 상승률이 모두 0.29%를 기록했다. 한국부동산원이 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2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으나 이달 첫 주 0.28%에 이어 둘째 주도 오름폭이 낮아졌다.

민간 조사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2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14% 올라 같은 달 첫째 주보다 상승률(0.17%)이 꺾였다.

▲전문가, 거래감소는 일시적 조정 현상… 집값 하락 전망은 '시기상조'

전문가들은 일시적으로 주택 거래량이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집값의 상승세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거래 위축은 대출 규제가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면서 "고가 주택의 경우 대출이 막혀 현금 부자가 아니면 집을 사기가 어렵다"고 했다. 그는 "가격 조정이나 하락이 현실화하려면 주요 지역에서 최고점 거래가 멈춰야 한다"면서 "통계가 의미를 가지려면 앞으로 몇 달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부동산

▲"주택 공급 당장 늘어나지 않아"…매수 심리 여전히 강세

주택 공급이 당장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변참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7일 올해 상반기 중 2~3차례 나눠 순차적으로 입지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입지 선정 이후 정부가 목표한 5년 이내 계획된 물량이 실제로 모두 공급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그렇기에 부동산 시장에서 매수·매도자 모두 향후 추이를 관망하는 모양새다. 현재 거래량이 줄고 집값이 주춤하고 있으나 집값을 떨어뜨릴 다른 요인이 없다면 가격 상승세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도권 아파트 매수 심리 역시 가파르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 매매수급 지수는 118.8로 전주(118.2) 대비 0.6p 올랐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 지수는 111.9로 매수 심리가 여전히 강세를 나타냈다. 이는 지난해 7월(113.1) 이후 7개월 만에 최고치다.

집을 사겠다는 매수 심리가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3~5월 봄이사철을 맞아 전셋값과 함께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중 유동성이나 가구 수 증가 등 정부가 그동안 얘기했던 부동산 가격 상승의 근본 원인에 변화가 없고, 공급이 금방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라면서 "시장의 안정이나 하락 등 방향성을 논하기엔 근거가 너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1월의 거래량 통계가 향후 시장 흐름의 변화를 알리는 신호로 볼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한 달 통계를 갖고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정부의 수요억제와 공급 확대 등 정책 요인에 그동안의 과열에 대한 경계감이 확산하면서 수요자들의 상승 기대심리가 약화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현 단계에서 집값이 하락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안정세로 가고 있다고 얘기할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 "거래량은 실제 주택 가격에 1∼2분기 정도 선행하는 만큼 1월의 추세가 봄 이사 철에도 이어진다면 집값의 방향성이 확실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