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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오르는데…가계대출 변동금리 비중, 8년만에 최대

올해 최소 두 차례 이상의 기준금리 인상과 이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이 예상되지만, 오히려 가계대출 가운데 변동금리 비율은 거의 8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일반적으로 금리 상승기에는 미래 이자 부담 우려에 따라 변동금리보다 고정금리로 가계대출을 받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늘어나지만, 최근에는 거꾸로 변동금리 비중이 더 커지고 있다.

최근까지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를 밑돈데다, 코로나19 사태와 저금리 기조가 2년 가까이 이어지자 '향후 금리가 올라도 많이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그만큼 강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편,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의 수장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가계 부채 관리에 강한 의지를 피력해 대출받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 수장들이 계속 가계 부채 조이기에 나서는 것은 올해 집값이 작년보다는 상승세가 둔화하겠지만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 대출 수요 관리가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대출금리 7년여 만에 최고…변동금리 비중 커지는 '기현상'

3일 한국은행 최신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예금은행의 신규 가계대출 가운데 고정금리 대출은 17.7%를 차지했다. 10월(20.7%)과 비교해, 한 달 사이 3.0%포인트(p)나 더 떨어졌다,

바꿔말해 새 가계대출의 82.3%가 변동금리를 따른다는 것으로, 이런 변동금리 비중은 2014년 1월(85.5%) 이후 7년 10개월 만에 최대 기록이다.

변동금리 비중은 코로나19 유행 직전인 2019년에 연평균 53.0%에 불과했고, 2020년 초저금리 환경 속에서도 63.8% 수준이었다. 불과 1∼2년 사이 변동금리 비중이 20∼30%포인트나 뛴 것이다.

시장금리와 함께 은행권 대출금리가 2020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다시 오르기 시작해 작년 11월에는 7년여 만에 최고 수준(주택담보대출 3.51%·신용대출 5.16%, 신규취급액 가중평균)에 이르렀지만, 이런 금리 상승 추세를 거슬러 변동금리 비중 역시 약 8년 만에 82%를 넘어섰다.

한은 관계자는 "금리 상승기에 변동금리 비중이 오히려 커진다는 것은 분명히 대출자와 금융기관 모두에 위험 요인"이라고 우려했다.

가계대출 변동금리

▲변동금리 0.3%p 싸서…은행 "고정금리가 유리, 기존 대출자 대환도 검토해야"

금리 상승기에 이처럼 고정금리 인기가 더 떨어지는 현상이 이례적이고 위험하다는데 금융권도 이견이 없다.

더구나 올해에도 한은이 1월 또는 2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시작으로 2∼3차례 기준금리를 더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대출자의 금리 선택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런 현상은 무엇보다 최근까지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더 높았기 때문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4대 시중은행의 작년 11월 19일 기준 신규 코픽스(COFIX) 연동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연 3.440∼4.861% 수준이었다.

하지만 코픽스가 아닌 은행채 5년물 금리를 따르는 혼합형(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는 연 3.760∼5.122%로, 변동금리보다 하단이 0.320%포인트, 상단이 0.261%포인트 높았다.

당장 0.3%포인트 이상 고정금리가 더 비싸니, 대출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대출 기간 중 최소 0.3%포인트 이상 금리가 더 뛸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야만 고정금리를 선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작년 12월 은행채 등 시장금리 급등세가 진정되면서 고정금리가 오히려 변동금리보다 낮아진 만큼, 앞으로 이 추세가 유지된다면 고정금리 비중이 조금씩 늘어날 가능성은 있다.

4대 시중은행의 작년 12월 31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연 3.710∼5.070%, 고정금리는 연 3.600∼4.978%로 변동금리가 0.1%포인트 안팎 더 높아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 인상기에 새로 대출을 신청하는 금융소비자는 혼합형(고정) 금리가 변동형 금리보다 유리하다"며 "코픽스 연동 6개월 변동금리의 경우 6개월 마다 기준금리가 재산정돼 금리 인상분이 누적 반영되지만, 고정 금리의 경우 5년간 기준금리가 정해져 금리 인상에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더구나 올해 2∼3차례(0.5%∼0.75%p)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만큼 향후 금리 인상에 대비해 고정금리 선택을 고려할만하다"고 덧붙였다.

기존 변동금리 대출자 역시 중도상환수수료,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을 꼼꼼히 따져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방법(대환대출)을 검토해야 한다는 게 은행권의 공통된 조언이다.

대출
[연합뉴스 제공]

▲금융당국 수장들 '가계부채 조이기'…올해도 대출 쉽지않다

이날 융권에 따르면 고승범 금융위원장과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서민 및 취약층에 대한 배려를 전제로 올해도 지난해 못지않게 가계 부채를 엄격히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고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지난해 코로나19 위기 국면 장기화에 따른 금융 불균형 심화에 대응해 가계 부채 관리를 강화했고 가계 부채 증가세가 차츰 안정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 위원장은 새해에도 금융 안정에 전력을 다하겠다면서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지목되는 가계 부채 관리 강화를 일관되게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가계 부채의 총량 관리를 바탕으로 시스템 관리도 강화하면서 가계 부채 증가세를 4~5%대로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분할 상환 및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높이면서 개인사업자대출도 대출자의 경영 및 재무 상황을 면밀히 점검해 연착륙을 유도할 계획이다.

정은보 원장도 신년사에서 민간 부채 증가와 자산 가격 상승이 금융 불균형을 확대해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면서 "가계 부채 등 금융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적기에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 원장은 "다가올 위기에 대한 걱정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하며 충분히 대비해야 한다는 의미"라면서 "사전 예방적 감독을 통해 잠재리스크는 최대한 차단하고 사후에는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까지 이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DSR 산정 시 카드론이 포함돼 2금융권에서도 돈을 빌리기 어려워진 것도 지난해와 달라진 점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신년사에서 "코로나19 위기 이후 한층 늘어난 경제 주체들의 채무는 우리 경제의 취약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주열 총재는 "과잉 부채와 같은 우리 내부의 약한 고리는 대외 환경이 악화할 때 위험에 노출되기 마련"이라면서 "지금과 같이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우리의 취약점을 냉정한 눈으로 미리 찾아서 적극 해소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