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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 문답] 흥국생명 콜옵션 미행사와 금융위기 우려

흥국생명보험의 달러화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콜옵션) 미행사로 한국 보험사들의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최근 한 달 사이 레고랜드 사태와 미국 중앙은행의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금리 인상), 중국 부동산기업 채무불이행, 유럽 투자은행 위험 등 악재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자칫 금융위기가 다시 불거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관련 내용들 정리해 봅니다. <편집자 주>

◆ 현 상황을 정리해달라

흥국생명은 이달 9일로 예정된 5억달러 규모의 외화 신종자본증권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회사 측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상환 자금을 조달하려고 했지만, 시장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차질이 생긴 것입니다.

이에 따라 국내외 외화채권시장에서 흥국생명의 액면가 100달러 신종자본증권 거래 가격은 10월말 99.7달러에서 4일 72.2달러로 30% 가까이 급락했습니다.

신종자본증권은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함께 가진 하이브리드 증권입니다. 만기가 30년이지만 5년 경과 후 발행사가 조기상환권(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데요.

조기상환을 미실시했다는 것이 디폴트(부도)의 의미는 아니지만, 시장에서는 최초 조기상환 도래 시점을 해당 증권의 실질적인 만기로 보는 것이 관행입니다.

즉, 시장에서는 이달 상환을 예상하고 흥국생명의 신종자본증권을 100달러에 가까운 가격으로 거래하고 있었는데, 상환 시기를 기약할 수 없게 되면서 가격이 하락한 것입니다.

흥국생명
[연합뉴스 제공]

◆ 다른 보험사들 상황은 어떠한가

시장에서는 이번 흥국생명 콜옵션 미행사를 시작으로 다른 보험사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벌어질 것을 염려하고 있는데요.

이는 보험업계 전반적으로 자금 상황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불황 속에 보험사로 들어오는 보험료보다 회사가 지급해야 할 보험금이 더 많아지면서 수지는 역전된 상태입니다.

이러한 가운데 2025년 9월 콜옵션 만기인 동양생명 신종자본증권 가격은 10월 말 83.4달러에서 이달 4일 52.4달러까지 하락했습니다.

내년 8월 만기인 신한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은 10월 말 96.6달러에서 이달 3일 88달러로, 2024년 10월 만기인 우리은행 신종자본증권은 10월 말 87.5달러에서 4일 77.8로 떨어졌습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흥국생명보험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미행사로 한국 보험사들의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또 일부 보험사는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차질을 빚을 경우 내년 1월 1일부로 적용되는 새로운 지급여력비율 기준을 충족하기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 채권시장 분위기는 어떠한가

레고랜드 사태에 이어 흥국생명 콜옵션 미행사라는 민감한 악재가 연이어 터지면서 긴장감이 감돌고 있습니다.

특히 내년 외화채권 만기 도래 규모는 올해 204억4000만달러에서 약 249억2000만달러(한화 약 35조3000억원)로 20% 이상 늘어납니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기업의 해외채권 발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보험사가 자금 조달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결국 한국물에 대한 투자심리 악화로 일반 해외채권 수요가 줄고 발행 금리도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원화 채권시장 내 자금조달도 어려웠던 상황에서 콜옵션 미행사가 더해지면서 외화 채권시장까지 자금조달 '이중고'를 겪게 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신종자본증권 발행사뿐만 아니라 일반 채권 발행사들도 해외 투자자들에게 더 높은 금리를 요구받게 됩니다.

한편, 올해 주식시장이 부진을 거듭하자 상대적 안전자산인 채권이 새로운 투자처로 주목받으면서 개인 투자자가 대거 유입됐는데요.

기관 투자자들이 채권에서 손을 떼는 가운데 개인들도 점차 채권이 안전자산이라는 신뢰를 잃고 이탈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 금융당국은 어떻게 보고 있는가

금융 당국은 흥국생명의 콜옵션 미행사를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으며, 채무불이행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금융위원회는 흥국생명에 대해, 수익성 등 경영실적이 양호하고 계약자에 대한 보험금 지급 등에 문제가 없는 회사라고 밝혔습니다.

또 발행 조건상 스텝 업(이자율 재설정) 조항이 있고 그에 따라 콜옵션 행사 가능 시기를 6개월 연장해, 시장 상황이 나아지면 콜옵션을 행사하면 된다고 했습니다.

당국은 기획재정부와 금융감독원, 흥국생명 및 기관투자자들과 소통하고 있으며, 조기상환권 미행사에 따른 시장 상황을 지속해서 모니터링한다는 방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