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관련주들이 지주회사 규제 완화에 따른 혜택을 볼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여야가 지주사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키로 합의함에 따라 국회 통과 가능성이 커지면서 2007년 4월 지주사 전환 계획을 밝혔던 SK그룹에도 서광이 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SK[003600]㈜를 지주사인 가칭 SK홀딩스라는 존속회사로 만들고, 사업회사인 가칭 SK에너지화학을 신설회사로 분할하는 지주회사 설립 방안에 입각해 올해 6월까지 순환출자구조를 없애 지주사 요건을 충족해야 했다.
이를 위해 SK그룹은 SK C&C→SK㈜→SK텔레콤→SK C&C로 이어지는 복잡한 순환출자구조를 어떻게 끊고 수직출자구조로 바꿀 것인지를 고민해왔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SK C&C의 지분을 약 40% 갖고 있으나 SK㈜ 보유지분은 2.22%에 불과해 SK㈜가 지주사로 전환할 경우 그룹 경영권을 장악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SK그룹은 비상장사인 SK C&C를 상장해 자본잉여금으로 지주사 전환과 함께 경영권 장악에 필요한 최 회장의 지분을 확보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러나 SK C&C가 작년 경기 악화와 증시 침체로 애초 목표했던 공모가 대로 상장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상장을 철회하면서 이런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이처럼 진퇴양난에 처한 SK그룹에 지주사 규제 완화 등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한가닥 희망의 빛이 됐다.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되면 순환출자 해소기한은 2010년 6월까지로 연장되고, 특별한 사유가 있다면 2년 더 늘릴 수 있다.
SK C&C로서는 여유를 가지고 자본잉여금을 최대로 확대할 수 있는 시점을 고를 수 있게 된다.
또 SK C&C의 상장 리스크가 줄어들고, 이를 발판으로 지주사 전환에 성공할 경우 기업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 등 요인으로 지주사 SK홀딩스 등에 긍정적이라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리투자증권 이훈 연구원은 "지주사 규제 완화는 지주사가 자체적으로 다양한 투자기회의 모색을 통해 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도 장기적으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2007년부터 이미 지주사 관련 규제 완화 기조가 이어져 왔기 때문에 단기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SK텔레콤[017670]과 SK네트웍스[001740] 등 다른 계열사들도 SK C&C 상장 후 지분을 매각하면 막대한 차익이 발생하게 된다.
하지만 지주사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또 다른 복병을 만날 수도 있고, 지주사 호재가 큰 파괴력을 갖는 것도 아니어서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증시 관계자는 "지주사로 바뀐다고 주가가 다 오르는 것은 아니다. 가장 기본이 되는 실적 등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