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의 천문학적 지원금을 받은 보험사 아메리칸 인터내셔널 그룹(AIG)의 보너스 지급 문제가 미국을 부글부글 끓게 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16일 모든 수단을 동원해 AIG의 보너스 지급을 막겠다고 했지만 AIG가 73명의 직원에게 최소 100만 달러 이상의 보너스를 지급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그렇지 않아도 격분한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이로 인해 미 정부가 1천730억달러에 달하는 납세자의 돈을 AIG에 지원하고도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여론의 화살이 정부와 의회로 쏟아지고 있고 의회는 보너스 환수를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나섰다.
◇ AIG 73명에 100만달러 이상 보너스 지급 = 앤드루 쿠오모 뉴욕 검찰총장이 17일 하원의 바니 프랭크 금융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에 따르면 AIG 직원중 보너스 수령액이 많은 상위 7명은 1인당 400만달러 이상을 받았고 상위 10명에게 지급된 금액은 총 4천200만달러에 달했다. 200만달러 이상을 받은 직원은 22명이었고 이들의 수령 총액은 7천200만달러를 넘었다.
특히 중요한 인력을 회사에 붙잡아 두기 위해 지급하는 '잔류보너스(Retention Bonus)'를 100만달러 이상 받은 직원 중 11명은 회사를 그만둬 AIG가 핵심 인력을 유지하기 위해 잔류 보너스를 지급해야 한다고 한 주장을 무색케 했다.
AIG가 지급한 잔류 보너스는 신용부도스와프(CDS) 등 파생상품을 통해 AIG의 부실을 초래한 파이낸셜 프로덕트 사업부 직원들에게 이뤄진 것으로, 쿠오모 총장은 AIG가 너무 큰 손실로 회사를 납세자들의 구제금융자금 앞에 무릎 꿇게 만든 사업부문에서 73명의 백만장자를 만들어냈다고 비난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AIG가 지난 2일 당국에 제출한 서류에는 5천700만달러를 잔류보너스 자금으로 책정해 놓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4천600명의 간부와 직원들에게 10억달러에 달하는 보상을 하는 프로그램의 일부라고 이날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AIG는 파생상품을 만들어 회사를 곤경에 처하게 한 파이낸셜 프로덕트 사업부에 4억5천만달러, 다른 3개 자회사에 4억7천만달러, 고위 경영진들을 위해 1억4천800만달러를 책정해 놓았다. 파이낸셜 프로덕트 사업부의 4억5천만달러 중 1억6천500만달러는 2008년 분으로 이달 15일까지가 지급 기일이었고 5천500만달러는 작년 12월에 지급됐다. 나머지 2억3천만달러는 2009년분으로 책정돼 있다.
민주당의 엘리야 커밍스 의원은 이와 관련, 임종을 맞이한 회사가 직원을 붙잡기 위해 10억달러를 쓴다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고 특히 없앨 부서에 이런 돈이 갔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비난했다.
쿠오모 총장은 AIG가 보너스 지급이 계약상 어쩔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며 "검찰은 사업부의 재앙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개개인이 왜 많은 보너스를 지급받아야 할 정도로 중요한지에 관한 조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 미 정부.의회 곤경..환수방안 강구 = AIG의 보너스 지급으로 악화된 여론은 미 정부와 의회를 궁지에 몰리게 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전날 AIG의 보너스 지급을 직설적으로 비난하며 격분한 것을 비롯해 AIG를 비난하는 발언이 정부와 의회에서 봇물터지듯 쏟아지고 있고 미 정부와 의회는 보너스 환수방안을 강구하고 나섰다.
상원 금융위원장인 크리스토퍼 도드(민주.코네티컷)의원은 이날 "초보적인 구상단계이기는 하지만 이미 지급된 보너스를 회수하기 위해서는 보너스를 받은 직원들에 국한해 세금을 부과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로부터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다른 회사들의 경영진들도 보너스를 자진해서 보류시켰다. AIG도 그렇게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구제금융을 받은 회사의 보너스를 세금으로 전액 환수하는 방안도 나오고 있다.
하원의 스티브 이스라엘(민주.뉴욕) 의원과 팀 라이언(민주.오하이오) 의원은 구제금융을 받은 회사에서 10만달러 이상의 보너스를 지급할 경우 보너스의 100%까지 과세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하원 금융위원장인 바니 프랭크(민주.매사추세츠)의원은 AIG의 지분 80%를 보유한 정부가 소유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면서 소송을 통해서라도 보너스를 회수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인 해리 리드 의원은 AIG가 24시간 안에 국민적 공분의 대상이 되고 있는 보너스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으면 징벌적 세금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화당은 AIG가 보너스 지급할 계획임을 미리 알고도 이를 막지 못한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 등 정부의 무능함에 화살을 돌리고 있다.
공화당의 리처드 셸비 상원의원은 AIG 보너스 문제가 가이트너 장관의 무능함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비난했다. 존 베이너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이 2주전 AIG에 들어간 납세자의 돈이 제대로 쓰일 것이라고 말한 것을 거론하면서 "이것은 터무니없는 것이다. 미국인들은 자신들이 세금이 AIG를 곤경에 처하게 한 직원들에게 보너스로 들어가고 있다는 것에 격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브스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이 가이트너 장관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다고 가이트너를 보호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AIG의 보너스를 막거나 환수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의회와 조속히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런스 서머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도 이날 미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구제금융 자금을 받은 AIG가 임직원에게 지급한 보너스 중 최소한 일부라도 회수하기 위해 할 수 있는 한 창조적(Creative)인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