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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조 보컬그룹 스윗소로우의 2.5집 '송즈'는 각 멤버들의 이야기가 담긴 한 편의 소품집 같다는 평을 듣고 있다. 풍성한 하모니가 인상적인 스윗소로우의 기존 이미지에서 벗어나 각 멤버의 솔로 곡을 담았던 것.
김영우는 "스윗소로우만의 무엇을 만들기 위해 조금은 자신의 개성을 희생하고, 개성이 잘려나가는 느낌이 강했어요"라며 "이번에는 작업에 절대 터치하지 않고 프로듀싱과 편곡까지 혼자 했죠"라고 솔로 곡을 담게 된 배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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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진환 |
▶ 제목이 참 독특하다. 게다가 우주를 소재로 한 곡이라 가사가 현학적인 느낌도 드는데 자세하게 설명해 달라.
(성진환)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2008년 9월 13일 관측된 우주의 폭발과 관련된 기사를 읽었어요. 128억 년 전에 있었던 폭발이 지금에서야 발견된 건데, 137억 년인 지구의 삶을 생각하면 지구 초기의 빛이 지금 관측된거죠.
그런 지구에 비하면 인간의 삶은 100년도 안 되고, 스스로 작은 존재라고 생각할 수 있잖아요. 자기 삶이 잘 안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인생은 정말 초라하다고 생각할 수 있죠.
그런데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지금의 우리를 존재하게 하려고 지구가 팽창해온 것은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한번 해본거죠. 우주의 이야기니까 스케일이 크다고 할 수 있지만 사실을 소박한 이야기예요. 결국은 자기 삶이 소중하다는 이야기니까.
사람들과 둘러앉아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아날로그적인 느낌을 살리려고 했어요. 굉장히 러프한 편곡을 했는데 그런 게 저의 개성이 아닐까. 다른 멤버들과 같이 작업했다면 러프하고 소박한 편곡보다는 깔끔하게 했겠죠.
(김영우) 원시적인 느낌이 살아있는, 정제되지 않은 느낌을 살린 거죠. 저희 앨범을 만들 때도 (진환이가) 그런 감성을 주는 편이에요.
(성진환) 아마 때려주고 싶은 편곡이었을 거예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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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우 |
▶ '거북이라도'는 그동안의 밝은 곡과 다른 느낌의 곡인데, 자세하게 소개한다면?
(김영우) 피아노로 작곡하는 편이니까 이번 곡은 주무기 같은 느낌인 거죠. 독특한 걸 할까, 잘하는 것을 할까 고민하다가 그중에 잘하는 것을 택했죠. 지난해 연대에서 공연할 때 한번 불렀던 곡인데 날로 먹었죠. (웃음) 편하게 했어요.
'간지럽게' 같은 곡을 생각해 보면 저는 '말랑말랑'한 곡만 하는 느낌인데다가, '남자인데 여자 같은 목소리다'라는 생각도 했어요. 그런 특징 말고 다른 목소리도 내고 싶었죠. 그리고 아무도 터치하지 않으니까 '더 슬프게 좀 더 슬프게'라는 느낌도 살렸죠. 애써 감추고 있었던 면을 솔직하게 드러냈다는 느낌이랄까?
(송우진) 지난여름에 공연했을 때 정말 감동적인 무대였어요. 우리도 많은 감동을 받았고.
송우진의 '악몽'을 물으려 제목을 말하자마자 멤버들 사이에서는 '축가'라는 환호성과 함께 웃음이 터져 나왔다. 벗어날 수 없는 '악몽'이 축가로 불리면 어떨까? 스윗소로우에서 중저음의 목소리를 내며 팬들의 귀를 사로잡았던 송우진은 자신의 개성을 매혹적인 '밤'에 비유했다.
▲ 송우진
▶ 제목이 그동안 스윗소로우에서 볼 수 없던 '악몽'이다. 멤버들 사이에서 '시크한' 송우진으로 불리는데, 그런 개성을 살린 건가?
(송우진) 나의 개성이 뭘까 생각하니까 사람도 그렇고 성격도 '밤'스럽다고 봐요. 조금은 어둡고 숨기고 싶은 면도 있고 매혹적인. 그런 노래를 하고 싶었어요.
'사랑해'를 부르면서 풍기는 발랄하고 아이돌스러운 이미지, '이게 전부가 아닌데 부각됐다'는 생각도 있었고. 그런 것에 대한 반발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팀 중에 '제일 덜 착한 목소리'라고 생각을 해서 어떻게 하면 그런 느낌을 잘 살릴 수 있을까 고민했었어요.
(김영우) 우리 팀에서 제일 시크하고 비밀스러워요. 음반만 듣다 보면 청자들이 그런 느낌을 잘 모를 수 있지만 공연을 온 사람들은 확실하게 느끼거든요.
(성진환) 많이 알려진 우리 노래에서는 우진 형의 목소리가 잘 안 드러나거든요. 게다가 달콤한 곡에서 우진 형의 개성이 잘 안 사는 것 같아서 미안하기도 했는데, 이번에 살렸죠.
가장 대중적이라고 자평하고 팬들에게서도 종종 그런 말을 듣고 있다는 리더 인호진. 이번 인호진의 솔로곡 '아픈 만큼 자라요'에 대해서도 '귀에 착 감기고 감동적이다'라는 평이 대다수이지만 일각에서는 '평범하다(?)'라는 평을 듣기도 한다.
▲ 인호진
솔로 곡에 대해 묻자마자 인호진은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4번 타자입니다"라고 분위기를 띄우며 자신의 곡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 '아픈 만큼 자라요'에 대해 상반되는 평이 있는데, 어떤 감성을 담아내려고 한 것인지?
(인호진) 일단 뭐가 대중성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제가 노래방에서 자주 부르거나 미니홈피 배경음악으로 해놓은 음악이거나 드라마 OST에 잘 어울리는 곡. 요즘에는 그런 식으로 이야기되지만 실제로는 '웰메이드 발라드겠죠. 이승철 씨나 조규만 씨의 잘 만들어진 곡들을 굉장히 좋아해요. 그런 음악을 만들어 보자고 생각을 했어요.
곡을 만들 때 '아픈만큼 자라요'라는 가사와 멜로디가 같이 나와서 앞뒤를 붙이는 식으로 만들었어요. 그런데 콘셉트는 다 잡혀 있는 상태에서 가사를 만드는 게 정말 힘들었어요. 완결을 못 짓는 달까? 결국은 맨 처음 했던 생각이 맞았어요. 잘하려고 욕심내지 않고 자연스럽게 한 거죠.
평가도 좋은 반응이든 아니든 제가 주고자 했던 느낌이 잘 드러나는 것 같아서 희열을 느끼고 있습니다. (웃음)
'스윗소로우'라는 팀으로서 '조화'가 중요했다면, 하고 싶은대로 만들었다는 이번 2.5집에서는 네 사람의 이름과 색깔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어떻게 스윗소로우를 만들어갈지 고민하며 자신들의 점검해 보자는 의도를 충분히 살려낸 것.
그동안 네 명의 멤버로 하나의 색을 만들어 갔다면, 이제는 다섯 가지의 색을 가지게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