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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자’ 박희진, 지금 나는 ‘빨강 머리 앤’ [인터뷰①]

1999년 MBC 10기 개그맨으로 데뷔해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박희진. 2005년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 안성댁으로 코믹한 캐릭터를 선보이며 큰 인기를 끌었던 그녀가 '연기자'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KBS 드라마 채널 '그녀의 스타일'을 통해 그동안의 개그우먼 이미지를 과감히 버리고 제2의 인생을 시작한 박희진과 한국재경신문이 만났다.

◇ 박희진, 연기자로 유턴 '인간 박희진 보이고파'

개그우먼, 그것도 목소리와 말투가 특이한 '안성댁'으로 기억되곤 하는 박희진이 영화로 데뷔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사실 박희진은 개그맨 공채에 합격하기 1년 전인 1998년 영화 '약속'에서 박신양에게 주사를 잘못 놔 당황하는 김 간호사 역으로 출연한 바 있다.

연기와 영화에 관심이 많아 음악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서울예술대학 영화학과에 다시 입학했다는 박희진은 "인간 박희진을 보여주고 싶어 연기로 터닝했다"고 밝혔다.

박희진은 "개그 무대에 서거나, 안성댁으로 연기했던 모습은 오히려 과장되고 희화화된 모습"이라며 "그동안은 편안하고 여성스러움도 갖춘 실제 박희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왔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이어 "이제는 인간 박희진, 실제 박희진을 보이고 싶었다. 덜 웃기고 임팩트도 약하고, 인기도 떨어질 수 있지만 코믹한 모습으로 나가다 보면 더 보여줄 것이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며 "조금 늦게 가고 있지만 제대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 '안성댁' 박희진, 정극 첫 도전? 'NO! 꾸준히 해왔어요'

박희진은 '안녕, 프란체스카'의 안성댁으로 연기자의 가능성을 인정받은 이후 꾸준히 연기 활동을 해왔다.

환희, 김옥빈 등이 주연을 맡았던 드라마 '레인보우 로망스', 영화 '마강호텔', 최근에는 김민희, 김지훈 주연의 드라마 '연예결혼'까지. 각 작품에서 꽤 비중 있는 역할로 출연했던 박희진은 그동안 '안성댁' 캐릭터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이에 대해 박희진은 "안성댁만큼 임팩트가 강하지 못해 정극을 했다는 인식이 없는 것 같다. 카메오 박희진으로만 기억되는 것 같아 처음에는 속상하기도 했다"며 "이제는 극의 한 축이 될 수 있는 연기자로 인정받고 싶다. 지금은 그런 연기자가 되기 위한 진통인 것 같다"고 심경을 밝혔다.

연기자로서 튀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을 때는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대중들에게 섭섭함을 느꼈다는 것.

하지만 박희진은 곧 생각을 바꿨다고 고백했다. 흰 도화지 같은 신인도 존재를 알리는 데 어려움이 있는데 개그우먼으로 먼저 성공한 자신은 코믹한 이미지를 지우고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힘든 것은 당연하다는 이야기였다.

박희진은 "틀을 바꿔야 하기기에 배우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드라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자' 요즘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전하며 "시청자 분들이 '박희진에게 저런 역도 어울리네'라고 생각할 수 있게 연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 전 개그우먼 박희진을 좋아했는데…. '제 모습 그대로 사랑해 주세요'

연기자로서 다시 시작한다는 박희진의 도전은 어찌 보면 개그우먼으로서의 개성을 죽이는 것과도 통한다.

'연기자의 길을 간다는 것이 개그우먼으로서의 장점을 버리고 새로 시작한다는 의미는 아니냐'는 질문에 박희진은 "그럴지도 모른다"며 수긍했다.

실제로 개그우먼으로서 박희진을 좋아했던 팬들은 그녀의 연기자 변신에 서운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개그우먼 시절부터 박희진을 좋아했던 한 팬은 '연기자로 활동하신다니 축하한다. 하지만 저는 개그우먼 박희진을 좋아했었다. 닉네임도 '개그계의 산소 박희진'이라고 했는데 '연기계의 산소'로 바꿔야 하는 거냐. 좀 서글프다'라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다고.

이에 박희진은 "직접 답장을 보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봐달라. 사람을 꿈을 찾아 도전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며 "메일을 보낸 분이 '일일이 답을 보내주기도 하다니 고맙다. 그동안 좋아했던 인간 박희진은 그대로인 것 같다'고 하더라"며 에피소드를 전했다.

이어 "모든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단지 인간 박희진으로서 내 모습 그대로를 보이고 싶다"며 "코믹한 캐릭터만 보여준다면 더 이상 발전하는 것이 없는 것 아니냐"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 박희진 '10년, 배우로 인정받기 위해 쓰겠다'

1999년 데뷔 후 10년을 맞은 박희진. 그녀는 이후 10년은 배우로 인정받는 기간으로 삼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희진은 "정말 감사한 것은 데뷔 후 10년을 무사히 왔다는 것이다. 그동안 스캔들이나 구설수에 오르지 않았다는 것으로 나 자신을 쓰다듬어 주고 싶다"며 "앞으로 10년은 다른 배우들과 있을 때 튀지 않고 잘 어울릴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것"이고 전했다.

특히 방송인이라면 누구나 탐내는 신인상을 비롯해 MBC 방송연예대상 코미디 시트콤 부문 최우수상, 제12회 대한민국 연예예술상 희극인 부문상, 한국방송대상 코미디언상, 제41회 백상예술대상 여자 예능상 등을 받으며 개그우먼으로서 최고의 자리에 섰던 박희진은 '연기자'로서도 상을 받고 싶다고 욕심을 드러냈다.

"배우로서 꼭 신인상을 받아보고 싶고, 영화에서도 한 번쯤은 받아보고 싶은 바람이다. 단편 영화에도 욕심을 내고 있다"

새집을 마련한 것 같다는 박희진. '빨강 머리 앤'처럼 이런저런 캐릭터에 대한 상상을 펼치고 있는 그녀의 벅찬 가슴이 성공적인 커리어로 가득 차기를 기대한다.

한편, 박희진이 출연하고 있는 KBS 드라마 채널 '그녀의 스타일'은 배우 홍수현이 주인공 '공미주' 역을 맡아 펫보이, 터프가이, 영화배우, 바람둥이 등 8명의 남자와 다양한 연애를 경험하는 로맨틱 드라마.

박희진은 공미주의 인생 선배이자 자유분방한 이혼녀 '유정화' 역을 맡아 열연하고 있다. (사진=민보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