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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언제 올리나>

한국은행이 9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2.0%로 동결한 것은 아직 경기가 살아난다고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빨라야 올해 말에나 기준금리 인상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 기준금리 왜 동결했나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은 예상된 일이었다. 경기에 대해 낙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물가는 상대적으로 안정돼 있어 기준금리를 올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경기는 미약한 수준의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전망이 밝은 것은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의 광공업생산은 전월보다 1.6% 늘어 5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작년 동월보다는 9.0%가 줄었다.

5월 취업자 수는 2천372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1만9천명(-0.9%) 줄었다. 이는 지난 1999년 3월 -39만명을 기록한 이래 가장 큰 감소폭이다.

하반기에는 정부의 재정투입에 의존할 수도 없다. 상당부분이 상반기에 소진됐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에서 기준금리 인상은 경기회복의 싹을 잘라버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기준금리 인상은 또 부채가 많은 가계의 이자부담을 늘린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말 주택담보대출액은 전월보다 3조5천억원 증가한 254조4천억원으로 집계됐다. 2006년 11월 5조4천억원 이후 2년7개월 만에 최대폭이다.

이에 따라 은행 가계대출은 399조5천억원으로 전월보다 4조원 늘어났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의 주택담보대출이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상은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가계부실을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물가는 비교적 안정돼 있다. 6월 소비자물가는 작년 같은 달에 비해 2.0% 올라 2007년 8월(2.0%) 이후 가장 낮았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7월 소비자물가는 환율안정과 경기요인 등이 반영돼 전년 동월 대비 1%대 진입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남을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문제는 있다. 그러나 부분적인 부동산가격 안정을 위해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는 금리인상을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이 한은의 입장이다.

◇ 기준금리 언제 올리나

기준금리를 올리려면 경기회복의 신호가 비교적 강력해야 한다. 앞으로 경기가 탄탄한 상승국면을 지속하면서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정도는 돼야 한다.

이런 시점은 빨라야 올해 말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한국금융연구원 장민 거시경제연구실장은 "3분기의 경제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고 전제하면서 "4분기 들어서는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금융연구실장은 "올해 말쯤 되면 기준금리 인상 논의가 나오겠지만 실제 인상은 올해 안으로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경제연구원 현석원 금융경제실장은 "내년 1분기 쯤에나 인상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벌써부터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점치기에는 무리라는 견해도 적지 않다.

잠복해 있는 해외경제의 문제점들이 언제 수면 위로 올라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문제점들이 한꺼번에 터져나오면 해외경제의 회복속도는 예상보다 훨씬 늦어질 뿐 아니라 오히려 다시 하강하는 `더블딥'에 빠질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수출 의존도가 큰 한국경제가 다시 빠른 속도로 추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삼성경제연구소 전효찬 수석연구원은 "기준금리 인상시기를 예상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며 "올해 4분기일지, 내년 1분기일지, 아니면 더 늦춰질지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JP모건체이스 임지원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아직 기준금리를 내리고 있는 국가도 있다"며 "세계 경제가 금리인하 기조를 멈추고 불황을 벗어나기 시작했다는 증거가 3~4분기쯤 포착되면 그 이후에야 인상 논의가 시작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