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 출발은 했지만..
대한민국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I)가 25일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나로호는 당초 예정된 목표궤도 진입에 실패, 부분 발사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흥=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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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호의 정상궤도 진입 실패는 위성보호 덮개인 페어링이 정상적으로 분리되지 않은데 따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나로호의 1단과 2단 분리, 위성 분리는 예정된 시점과 고도에서 정상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부분적 성공'이라고 자체 평가했다.
◇페어링이 문제 = 나로호 상단(2단) 로켓 윗부분에 부착된 페어링은 이번 발사에서 이륙 216초후 고도 177㎞에서 한쪽은 정상적으로 분리됐지만, 나머지 한쪽은 상단에 붙은 채로 위성 분리시점까지 비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페어링의 미분리는 나로호의 1단 로켓과 2단 로켓이 점화, 연소종료, 분리 등 각 과정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한 가운데서도 '위성의 목표궤도 진입'이란 나로호 발사체의 임무 수행을 막아 선 것.
이렇게 된 문제의 핵심은 페어링의 무게였다. 페어링 한쪽의 무게만 위성의 4배에 달한다. 이런 무게는 2단 로켓이 목표궤도로 진입하는 데 필요한 방향을 뒤흔들어놓았고 동시에 충분한 속도를 내지 못하게 했다.
1단 로켓은 정확한 시점과 고도에서 임무를 완수했다. 이후 남은 2단 로켓은 예정대로 이륙 395초 후에 303㎞ 정상고도에서 문제 없이 점화했고 59초 동안 정상으로 연소했다. 하지만 상단의 페어링의 무게 때문에 로켓의 진행 방향이 수직으로 잘못 잡히면서 연소종료 시 2단 로켓의 고도는 정상(302㎞)보다 훨씬 높아진 327㎞까지 상승한다.
또한 끝까지 남아 있는 페어링의 무게로 인해 방향이 틀어짐과 함께 2단 로켓의 속도가 떨어지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이륙 540초후 위성이 분리되면서 나머지 페어링도 분리됐지만, 속도가 떨어진 2단 로켓은 분리 시 위성에 충분한 가속도를 주지 못했다.
결국 분리된 위성은 궤도진입을 위한 속도(초속 8㎞)보다 낮은 초속 6.2㎞의 속도밖에 갖지 못했고 이런 속도로는 공전궤도 진입을 할 수 없었으며 급기야 밑으로 잡아당기는 중력의 영향을 더 받아 지구로 낙하한 것이다.
최악의 경우 목표궤도보다 높은 고도에서도 위성은 안착해 기능을 수행할 수 있지만 떨어진 속도가 결국은 공전궤도 진입을 막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 또한 수직으로 잘못 잡아진 방향으로 인해 이륙 660초 후 위성과 2단 로켓은 정상궤도보다 무려 86㎞ 높아진 고도 387㎞에 도달하게 됐고 이후 지상으로 낙하하게 된다.
◇책임소재 논란 = 이처럼 페어링이 핵심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개발 파트너인 러시아와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페어링은 한국-러시아 계약에 따른 업무분장 상에도 우리 측이 맡고 있는 부분이다. 페어링은 간단히 보더라도 우리가 순수기술로 개발한 나로호 2단(상단) 로켓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나로호 1단 액체연료추진기관은 전적으로 러시아 측이 맡은 부분이다.
지금까지 나온 한•러 공동조사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1, 2단 로켓은 점화부터 시작해 음속돌파, 1단엔진 정지명령, 1단 분리, 2단 점화, 2단 연소 진행 등에서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발사에서 나로호는 오후 5시00분 00.23초에 정확히 이륙했다. 이어 페어링 한쪽의 미분리를 제외하고는 1단엔진 정상종료(이륙후 230초), 1.2단 분리(이륙후 233초), 2단 킥모터 점화(이륙후 395초), 킥모터 59초 동안 정상연소 등 1, 2단 로켓은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위성분리 시점까지 계속 붙어 있었던 한쪽 페어링으로 인해 2단 로켓은 궤도에서 목표보다 더 높이 올라가고 속도는 훨씬 더 떨어지는 상황을 맞았다.
이제 페어링이 궤도진입의 실패 원인으로 꼽히면서 두 가지 쟁점이 제기된다.
먼저, 이륙 이후 가장 먼저 이뤄지는 페어링 분리조차 제대로 안 된 것을 놓고 어떤 평가를 내릴 것인가 하는 점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페어링 분리와 무관하게 1, 2단 로켓이 제대로 기능한 것은 적지 않은 성공이라고 평가한다. '절반 혹은 부분적' 성공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위성이 지상으로 낙하하고 마는 상황까지 감안하면 '실패'라는 축에 훨씬 기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음으로는, 페어링을 놓고 불거질 한국과 러시아 간 책임소재다. 이 부분은 한국과 러시아 간 협정과 관련된다. 협정상 한국이 나로호의 두번 시험발사에서 한번이라도 실패하면 러시아 측으로부터 별도의 비용 없이 나로호 발사체 1기를 더 받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러시아의 책임이 완전히 없는 것으로 진단될 경우에도 러시아가 무상으로 나로호를 제공할 것인가가 남는다.
이에 대해 김중현 교과부 2차관은 "페어링 부분은 한.러 계약에 따른 업무 분장상 우리가 담당하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한러 공동개발 과정에서 러시아는 총괄적 기술지원을 맡고 있다"며 "앞으로 공동으로 원인을 조사해 해결방안을 검토해 조치하게 된다. 한러 위원회를 통해 긴밀히 협의체제 유지하면서 그 방안을 제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앞으로 정부는 약 9개월 뒤인 내년 5월 나로호의 두번째 시험발사를 시도한다.
또한 2018년까지 한국형발사체 개발이란 목표 달성을 위해 장기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하기 위해 나로호 2차 발사를 성공시키는 데 최선을 다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