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이냐 청산이냐의 갈림길에 섰던 쌍용차가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벗어났다. 서울중앙지법 파산4부는 17일 오후 법정관리인이 제출한 쌍용차 회생계획 수정안을 강제인가하는 선고를 내렸다. 이로써 77일간에 걸친 파업과 기술 국외유출 사건 등으로 만신창이가 됐던 쌍용차는 회생의 중대 전기를 맞게 됐다. 법원은 지난 11일 주요 주주와 채권자로 이뤄진 4차 관계인 집회 표결에서도 해외 전환사채(CB)권자의 반대로 회생계획안이 부결되자 향후 해외 채권자의 반발과 줄소송 가능성에 따른 부담을 뿌리치고 결국 쌍용차를 살리는 쪽으로 결정했다. 법원은 올해 2월 쌍용차에 대한 법정관리에 들어가 5월 초 회계법인으로부터 `청산보다 존속가치가 크다'는 보고서를 받고 모두 4차례에 걸쳐 관계인 집회를 열어 회생계획안을 논의해왔다. 법원의 이번 강제인가 결정으로 쌍용차가 있는 경기 평택시 지역 경제는 일단 한숨을 돌릴 것으로 보인다. 만약 회생계획안 폐기 결정이 내려졌다면 쌍용차는 청산될 가능성이 컸을 것이고 그러면 쌍용차 임직원 4천800여명은 물론 수백개 협력업체 직원 등 직간접적으로 쌍용차에 생계를 거는 20여만명이 일자리를 잃는 아찔한 상황에 몰렸을 것이다.
법원이 결국 쌍용차 회생계획 수정안을 강제인가하는 선고를 내린 것은 쌍용차가 청산절차를 밟게 됐을 때 예상되는 이런 상황의 후폭풍이 매우 거셀 수밖에 없다는 점을 신중히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3천500여억원의 상거래 채권을 가진 쌍용차 협력업체들은 당장 밀린 돈을 받기보다는 쌍용차가 정상가동을 계속해 안정적으로 부품을 공급할 수 있게 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보고 공동으로 쌍용차의 회생을 강제인가해달라고 법원에 탄원했었다. 또 경기도는 쌍용차 회생계획안을 인가해주도록 요청하는 의견서를 법원에 냈고 평택이 지역구인 의원을 포함해 여야 국회의원 103명도 이런 내용의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해 힘을 보탰다. 법원으로서는 장기파업 끝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마치고 노사가 합심해 회사 정상화에 나선 쌍용차에 대해 회생절차 폐지 결정이라는 가혹한 조처를 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짐작된다. 또 쌍용차의 존속가치가 1조2천958억원으로 청산가치 9천560억원을 웃도는 데다 해외 CB 보유자를 제외한 대다수 채권자가 회생계획안에 동의했다는 점도 참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상처투성이의 쌍용차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지역과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게 하여야 하는 책임은 일차적으로 쌍용차 노사가 떠안아야 한다. 법원이 회생계획안을 인가했다는 것 자체가 쌍용차의 생존을 보장해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쌍용차 노조는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을 탈퇴했고, 10월말에 꾸려진 새 노조는 `쟁의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 사측의 회생계획 추진에 힘을 실어줬다. 노사 상생 분위기에 힘입어 자동차 판매도 빠르게 회복세를 보여 법정관리 조사보고서에 들어 있는 올해 목표 2만9천대를 16%가량 초과 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자동차 회사는 신차 개발이 중요하고 신차 한 대를 개발하려면 3천억원 이상이 들어간다고 하는데 쌍용차가 지난 4월 발표한 경영정상화 방안에서 밝힌 소형 스포츠실용차량(SUV) 개발 자금을 어떻게 마련해나갈지 관심거리다. 쌍용차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법원의 강제인가 결정에도 추가 자금지원은 검토하지 않는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쌍용차의 부활 노력이 탄력을 받으려면 산업은행이 최소한 새 소형 SUV `C200'의 개발 자금만이라도 지원해야 하지 않느냐는 목소리도 있는 만큼 세심한 검토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