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규모의 리콜 사태 여파로 세계 최대 자동차 기업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와 캐나다에서 연이어 소비자들의 집단소송이 제기되고 있고, 유럽에서 결함 은폐 의혹까지 받고 있어 '품질과 신뢰'로 무장했던 도요타호가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리콜 사태 이후 침묵으로 일관했던 도요타 일본 본사 사사키 신이치 부사장(품질담당)이 2일(현지시각) 나고야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리콜 경위를 설명하고 공식 사과했다.
하지만 이미 등을 돌린 소비자의 마음을 붙잡기에는 미흡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이번 발표에서 재발 방지대책이나 원인에 대한 설명이 미흡했고, 이미 가속페달 결함은 수년 전부터 제기 됐다는 점이 무너진 신뢰 회복에 걸림돌이 된다는 것.
지난해 11월 가속페달 매트걸림 리콜 이후 미국과 캐나다에서 제기된 도요타 급발진 관련 소송은 10여건에 이르고, 가속페달을 납품한 CTS를 상태로한 집단소송도 제기된 상황이다.
더욱이 도요타 차량의 문제는 가속페달이 아니라 속도를 제어하는 전자부품의 결함이라는 주장까지 있어 도요타의 기술적 결함에 대한 논쟁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무엇보다도 2007년 가속페달에 대해 소비자가 문제를 제기한 후 회사측은 다음해 슬쩍 해당 부품의 재질을 바꾼 사실이 드러나 은폐 의혹까지 가중 돼 도요타의 신뢰회복에 큰 약점으로 작용하게 됐다.
도요타가 자랑하는 품질관리 시스템과 소비자 불만에 대한 분석 소홀, 문제 발생 후 대응 방식에 이르기까지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신뢰는 이미 회복하기 힘든 수준까지 무너졌다.
도요타는 결함이 발견된 모델의 생산과 판매를 중단하면서까지 진화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안전문제에 민감한 미국 의회와 언론은 연일 도요타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고 있다.
미국 하원의 2개 위원회가 이달 청문회를 열고 리콜 경위와 책임소재 등을 집중 추궁할 방침이고, 주요 언론들은 지난 주 도요타측이 기계 결함으로 인한 리콜 결정 후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보도했다.
일본의 우익 성향의 언론사 산케이신문은 "미국 자동차 산업의 부활을 위한 오바마 행정부와 정치권, 언론의 도요타 때리기"라며 비난했지만, 도요타가 이미 결함을 인정한 상황에서 이같은 주장은 힘을 얻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부품을 납품한 미국의 CTS社에서 이미 도요타가 해당 부품의 결함을 알고 있었다는 내용 보고서가 나와 도요타의 도덕성에 큰 흠집을 남겼다.
한편, 이번 리콜 사태로 도요타가 입을 경제적 손실은 수조엔대에 달할 전망이다. 도쿄 증시에서 도요타 주가는 지난 7일간(영업일 기준) 18% 가까이 떨어지면서 2조엔(220억 달러)의 시가총액이 날아갔다.
리콜을 진행하며 부담해야 할 비용 역시 1조엔(110억 달러)에 달하고, 소비자들의 집단소송 역시 도요타에게는 천문학적인 손해를 입히게 된다.
이미 도요타는 대량 리콜 후 미국에서의 판매량이 급감했고, 주력차종의 판매 중단으로 시장 장악력이 크게 떨어졌으며 판매를 담당하는 현지 딜러들의 사기는 바닥으로 곤두박질 쳤다.
무엇보다 이번 리콜이 미친 가장 큰 영향은 '완벽한 품질'로 대변되던 이미지가 무너진 것으로, '배신감'으로까지 번지고 있어 당분간 미국 소비자들 냉심은 오랜시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