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은 그리스에게 추가로 40억유로(54억달러) 규모의 재정긴축안을 시행하라고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익명의 그리스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EU는 현재 그리스가 내놓은 조치로는 연말까지 GDP대비 재정적자를 불과 2%포인트만 줄일 수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라며 "40억유로 가량의 추가 감축안을 내놓을 것을 종용했다"고 밝혔다.
그리스 정부는 재정적자 감축 계획인 '성장 및 안정 프로그램'을 마련,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12.7%에 달한 재정적자를 올해 8.7%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또한 그리스 정부는 이 같은 감축목표를 달성하는 데 20억유로~25억유로 규모의 패키지면 충분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EU가 추가 감축안을 종용하면서 그리스 정부가 회원국으로부터 지원을 이끌어내는 과정이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이번 주 초 EU와 유럽중앙은행(ECB), IMF 관계자들은 아테네에 방문, 22일부터 3일간 그리스 재무부, 경제부, 중앙은행 등 관계자들과 회의를 열어 그리스 정부가 마련한 재정적자 감축 계획을 평가했다.
이와 관련해 그리스의 유력 일간지 타 네아는 실사단이 그리스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감축계획안 보다 낮을 가능성이 높고, 반대로 이자 비용은 예상보다 더 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그리스 정부는 다음 주 아테네를 방문하는 올리 렌 EU 경제·통화담당 집행위원과 만난 뒤 추가 긴축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그리스는 여러 가지 추가적인 감축안을 준비하고 있다. 초기 공무원 임금동결, 연금삭감, 공무원 상여금 삭감, 유류세, 부가세 인상도 고려하고 있으며 탈세 방지를 통해 12억 유로의 추가 세수입을 확보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또한 그리스는 이번 주 계획하고 있었던 10년물 국채 차환발행계획을 다음 주로 연기했다. 그리스는 올해 400억유로 국채 발행을 계획하고 있지만, 유럽의 은행들은 그리스 국채 인수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WSJ는 전날 그리스의 부채상환 능력에 대한 우려가 스페인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그리스가 유로존을 뒤흔들 위기를 촉발했다면 스페인은 유럽 단일통화체제의 유지와 붕괴를 결정짓게 될 것"이라며 유로화 위기가 스페인으로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스페인은 유로존 내 4번째 경제 대국이지만, 실업률은 최근 19%에 이르고 주택시장 거품과 기록적인 대외 채무 및 재정 적자 부담을 겪고 있다. 스페인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3.6%로 낮아졌고 올해는 더욱 떨어지면서 50년 만에 깊은 침체기를 맞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