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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 번호통합…SKT "천천히" vs KT·LGT "조속히"

휴대전화 식별번호인 '010' 가입자 비중이 전체 휴대전화 가입자의 80%를 넘어선 가운데 정부의 010 번호 통합 정책을 둘러싸고 이해당사자간의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16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주관으로 열린 '번호통합 정책토론회'에 이동통신사와 연구기관, 학계,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이날 SK텔레콤은 이용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점진적인 통합안을 주장한 반면, 3G 가입자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KT는 번호통합을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히 KT가 조속한 통합을 위해 대안으로 내놓은 '번호변경표시서비스'에 대해 SKT가 강력히 비판하고 나서 SKT와 KT가 날선 공방을 벌였다.

LG텔레콤도 번호통합 추진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한편 일정 시점을 정해놓고 한번에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정부는 "통합정책은 여러가지 관점에서 폭넓은 검토가 필요하다. 세부정책을 마련중에 있다"면서도 "010 가입자 80% 이상이 되는 시점에 통합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게 강제통합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었다"고 말해 자율통합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정부는 지난 2004년 1월 1일 이후 새로 휴대전화 서비스에 가입할 때에는 식별번호로 010만 사용할 수 있게 했다. 80%가 넘어서는 시점에서는 통합작업을 추진하겠다는 정책 아래 시행해 왔다.

정부가 번호통합을 추진하는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우선 식별번호에 따른 브랜드 차별화를 없애 콘텐츠 위주의 공정한 경쟁으로 유도하고, 한정된 번호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며 이동전화끼리의 통화는 식별번호 3자리를 누르지 않아도 된다는 편의성 때문이다.

▲ SK텔레콤, 통합 최대한 천천히 '01X 가입자 50만 수준에서 논의"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은 010 번호통합을 최대한 점진적으로 추진하는게 맞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성호 SK텔레콤 정책그룹장(상무)은 "KISDI가 통합시점으로 꼽은 2012년 3분기(010 이용자가 90% 시점)에도 010 가입자가 500만 명에 이른다"며 "이용자의 의사를 무시하고 통합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입자들의 이익과 의사에 준해서 통합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굳이 숫자를 말하자면 01X 가입자가 50만명 정도가 남았을 때는 정부와 논의를 해서 통합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대한 천천히 추진하자는 얘기다.

그는 또한 "우리가 2G망을 운영하면서 돈을 벌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지만 지금도 3G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다"며 "햔후 LTE 등으로 진화되면 현재의 2G망을 계속 운영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 KT, 조속히 통합 "번호변경 부담 최소화 대책 마련해야"

3G 올인 전략을 펴고 있는 KT는 번호통합을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성환 KT 사업협력담당 상무는 "정부가 2004년부터 추진해 온 번호통합 정책은 이용자 편익에 크게 기여해 왔다"며 "하지만 여전히 01X 이용자가 20%(1000만 명)에 달하고 있어 불공정 요소 목표는 달성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책폐지는 정부의 신뢰성과 문제이고 더 많은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번호통합이 이뤄지지 않으면 010 전환율이 가장 낮은 사업자가 2G 가입자를 독점하는 효과를 가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공 상무는 "가입자가 번호 변경을 하는데 있어서 부담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번호를 바꾸지 않겠다는 사람 가운데 90%는 정부의 혜택에 따라 바꿀수 있다는 의향을 나타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특히 이같은 대안으로 010으로 변경해도 발신측의 표시에는 그대로 01X 번호가 남도록 하는 '번호변경표시 서비스'를 꼽았다.

공 상무는 "이 방법이 궁극적으로 번호통합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 LGT, 통합 추진 당연 "일시에 통합해야"

LG텔레콤도 KT의 입장과 맥을 같이 한다. 다만 점진적인 통합정책 보다는 일시적인 통합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김형곤 통합LG텔레콤 상무는 "010 통합정책이 폐지된다는 것은 논할 수 없는 일"이라며 "하냐느 마느냐 보다는 어떻게 통합을 추진할지에 대한 논의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서비스 가운데 리비전A는 이용자 불편이 있어도 정책에 부합하기 위해 시행하고 있다"며 정책폐지는 있을 수 없음을 강조했다.

그는 또한 "이용자 단말기의 전화번호를 웹에서 일괄적으로 010으로 전환하는 서비스가 있다"며 "점진적으로 통합이 되면 이 서비스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강제통합하는 것이 한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상무는 "사업자 측면에서 보면 2G망의 비효율성이 왔을때가 임계점으로 본다"며 "SK텔레콤의 경우 이 임계점이 뒤로 올 것 같다"고 꼬집었다.

▲ 정부, "강제통합 의미 아니다. 세부정책 마련 중"

이날 박준선 방통위 통신자원정책과 과장은 "010 가입자 비중 80% 시점에 통합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강제통합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강제통합 보다는 자율통합 방향으로 선회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됐다.

하지만 "여러가지 관점에서 폭넓은 검토가 필요하다. 세부정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혀 여전히 정부 주도로 통합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는 " 여러 여건들을 종합해 검토한 뒤 세부사항을 마련해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번호자원 확보와 이용자 편의 측면에서 당장은 시급하지 않을수 있지만 다양한 신규서비스가 등장하고 있고 급속히 변화하는 통신환경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11자리 숫자와 8자리는 편의성 측면에서 분명이 다르다"며 번호통합의 정당성에 대해 역설했다.

또한 박 과장은 "정책의 혼선을 주지않기 위해 로드맵이 필요하다"며 "통신환경과 이용자 상황 등을 고려해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토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날 SK텔레콤과 KT가 대립각을 세운 번호변경표시서비스와 관련해서는 "이용자들의 번호변경에 대한 불편은 완화시켜 주겠지만 사업자 간의 입장차이가 크고 마케팅 과열경쟁이 일어날 수 있다"며 "또한 번호통합 정책에 혼선을 줄수 있고 임시적인 서비스라 향후 강제 전환정책 부담이 지대하다. 번호통합 정책을 마련할 때 이 부분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하성호 SKT 상무는 "01X와 010 번호가 둘 다 사용되지만 알려지는 것은 01X이기 때문에 오히려 010 통합에 역행한다"며 "소액결제, SMS 등 부가서비스도 정착할 수 없는 단점이 있어 오히려 가입자의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렇게 되면 기존에 010으로 옮긴 사람은 나한테는 왜 두개를 주지 않았느냐"며 "역차별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번호통합을 안하는 것 보다 못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공성환 KT 상무는 "010 번호변경 서비스는 사용자가 두개중에 선택해서 사용케 하는 것"이라며 "결국은 전환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책에 역행하는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어 "기존 번호연결 서비스도 거부감을 완화시켜 번호이동을 촉진한 서비스다. 이를 010 번호통합에 역행한다고 하면 번호연결 서비스도 역행하는 정책으로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 정보통신정책연구원 "통합시점 2012년 3분기"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이날 010 번호 통합시점을 이용자와 사업자 기준으로 나눠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이용자 기준으로 볼때 통합시점은 2012년 3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김봉식 책임연구원은 "2012년 3분기에 010 이용자의 비율이 90%를 돌파하게 되고 2014년 3분기에는 95%를 돌파하게 된다"며 "이때 전환율 상승폭은 각각 0.9%p, 0.4%p"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1%p 미만의 전환율 상승폭을 보일 때가 시장자율에 의한 자발적 번호전환이 중단되는 시점"이라며 "2012년 3분기에는 강제 번호 통합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사 기준으로 볼때는 2G망 운영이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하는 때가 통합을 시행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이 시점은 전적으로 사업자 의지에 달려있는 상황이다.

한편 KISDI의 조사에 따르면 01X 이동통신 사용자의 93%가 현재 이용하는 번호를 바꾸지 않겠다는 의지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는 서울 및 6대 도시의 휴대전화 사용자 1800명을 대상으로 조사됐다.

특히 01X 이용자들 가운데 82%는 번호통합 정책에 대해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번호통합 계획의 취지를 이해한다'는 사용자는 24%에 불과했다. 52%는 '선호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한 번호변경의 경험자의 성향조사 결과 변경후 '불편했다'는 대답이 50%, '불편하지 않았다'는 대답은 35%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