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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추락에 대처하는 외환당국의 자세…증시 3대 시나리오

원달러 환율이 추락하고 있다. 환율은 지난 9일 1118.2원까지 떨어졌다. 1118.2원은 리먼 브러더스 발 금융위기가 시작될 즈음인 2008년 9월 17일 당시 1116.0원 이후 약 1년7개월 만의 최저치다.

전문가들은 이 추세라면 원달러 환율이 2분기 중 1050원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2분기는 4분기와 더불어 무역흑자가 가장 많은 시기다. 여기에다가 곧 위안화 절상이 이뤄진다는 소식도 들린다. 무역흑자와 위안화 절상은 원화 강세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 또 '달러 등 선진국 통화 약세와 원화 등 신흥국 통화강세'란 큰 흐름도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투자증권은 환율 하락세 속에 외환당국이 취할 수 있는 환율 정책과 이에 대한 외국인 주식투자자들의 반응을 예상했다.

①당국이 외환시장에 전혀 개입하지 않을 경우

이 경우 원달러 환율 하락이 빠르게 전개된다. 환율이 급락하면 외국인은 차익실현을 하면서 주식 매수세를 늦추거나 매수업종 교체를 고려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외국인이 사들이는 전기전자, 자동차 등 종목은 환율 하락에 취약한 업종이다. 이 때문에 환율 하락이 빠르게 진행될 경우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우리투자증권은 "환율 하락은 한국경제의 여건이 개선되고 있다는 증거"라며 "과거 환율 하락기에 주식시장도 좋았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환율 하락 자체가 증시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②당국이 구두개입 등으로 원화 강세의 속도를 조절할 경우

이 경우 최근 외국인 순매수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외국인은 지난달 12일 이후 지난 9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21일째 주식 순매수세를 이어갔다. 외국인 21일 연속 순매수는 1998년 1월 20일~3월 3일 당시 34거래일 연속 순매수에 이어 역대 2번째 기록이다.

외환당국이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 등으로 시장에 개입해 환율 하락 속도를 조절할 경우 수출기업은 환율 하락에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다. 전기전자, 자동차 업종의 수출 경쟁력 약화 우려도 다소 완화된다.

우리투자증권은 "당국이 속도조절을 하면 외국인들은 수출기업들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③당국이 공격적으로 시장에 개입해 환율 흐름을 약세로 바꿔놓을 경우

이 경우 수출기업 경쟁력 강화로 외국인 주식자금이 추가로 들어올 여지가 있다.

하지만 외국인 유입자금의 질이 떨어지고 유입자금의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투자증권은 "단기 환차익을 노리는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환차익을 노리는 자금은 목표를 달성하고 나면 빠르게 유출된다.

또 전문가들은 당국이 환율을 밀어 올렸을 때 세계 금융시장이 흔들려 환율이 추가로 급등할 경우도 우려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이 경우 한국 주식은 굉장히 빠르게 매력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투자증권은 당국이 취할 유력한 정책으로 2번째 시나리오를 꼽았다.

박형중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외환당국이 원달러 환율의 방향성을 바꿀 가능성은 적은 반면 환율 하락 속도를 제어하면서 외환 및 금융시장 변동성을 억제할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