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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종합]"돈 없어 보낸 군대…미안하다 범구야"

 “돈이 없어 보낸 군대…. 고통도, 군대도 없는 곳에서 잘 지내라.”

24일 오후 2시께 천안함 희생 장병 화장식이 열린 경기 수원시 영통구 하동 수원연화장. 태극기에 쌓인 외아들의 관이 해군 동기생들에게 들려 차디찬 화장로로 이동하기 직전 고(故) 정범구 병장의 어머니는 통곡하다 실신하고 말았다.

운구차에 실린 관을 부여잡고 오열하던 어머니는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며 지난달 26일 밤 천안함 침몰이후 30일을 참아왔던 감정을 목놓아 토해냈다.

“너 군대 안 간다하고 할 때 엄마가 돈이 없어서 보냈는데 네가 어떻게…. 아빠도 없이 혼자서 클 때도 외로웠는데 그 싸늘한 바다에서 얼마나 힘들었니. 엄마가 미안해 죽겠다”며 아들에게 눈물로 빌었다.

어머니는 “엄마 목소리 들리지? 어떻게 널 혼자 보내니. 어떻게 먼저 보내니. 슬퍼하지 마라 범구야”라며 보내기 싫은 아들의 관을 놓치고는 결국 쓰러졌다.

정 병장이 한줌 가루가 되는 날에는 고등학교 은사와 동창생 10여 명도 함께 했다.

정 병장이 수원정보과학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2, 3학년 담임선생님이었던 강영실(36·여) 교사는 직접 쓴 편지를 읽어주며 “영원히 너를 잊지 않을 것”이라고 작별을 고했다.

강 교사는 “범구야 하고 부르면 ‘네’ 하고 웃으며 달려올 것만 같은데 이제는 불러도, 다시는 대답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다”며 눈물을 쏟아냈다. “선생님 제자여서 정말 고맙다. 이제 너를 가슴에 묻는다. 이승에서 못 다한 꿈 다음 세상에선 꼭 이루고 어머니를 꼭 지켜드려라.”

같은 날 화장식을 치른 문규석 원사와 김경수 상사, 이상민 하사, 강현구 하사, 안동엽 병장의 유가족들도 오열과 애도 속에 수원연화장을 지켰다.

강현구 하사의 할머니는 “사진이라도 한번 만져 볼란다. 현구야~”라고 통곡했고, 이상민 하사의 어머니는 “어떻게 보내느냐, 상민아, 어떻게 보내 우리 아들, 내 새끼 살려내”라며 목 놓아 울어 보는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이 하사의 가족들은 담배를 태워 고인과 함께 하도록 했다.

문규석 원사의 가족들은 평소 고인이 좋아하던 족발을 영정에 바쳤고, 김경수 상사의 가족들은 축구공을 분향소에 가져다 놓고 애도했다.

이날 희생 장병 6명의 화장식은 3시간여 뒤인 오후 4시50분께 모두 끝났다. 수골과정을 거친 유해는 대전 현충원이 마련한 유골함에 담겨 해군 2함대 사령부로 다시 옮겨졌다.

이들의 장례는 나머지 희생 장병들과 함께 해군 2함대 안보공원에서 해군장으로 치러진다. 유해는 대전 현충원 합동묘역에 안장돼 영면에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