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전격 방문했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訪中)은 1여 년 전 6자회담 탈퇴를 선언한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여부와 관련해 전 세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방북은 지난해 실시된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당근'과 더불어 '채찍'을 집어 든 중국과 북한이 오랜 혈맹(血盟) 관계를 복원하는 것이 아니냐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중국은 현재 북한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이자, 최대 무역 파트너이다. 지난 2008년 중국과 북한 양국 간 무역 규모는 27억9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41.3% 상승한 바 있다.
세계은행 자문위원인 니콜라스 에버슈타트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1990년대 이후 북한의 최대 식량지원국으로 역할을 해오고 있으며, 북한의 에너지 수입량의 약 90%를 담당하고 있다. 또한 북한 소비재의 약 80%, 식량의 45%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지난 2006년 10월 첫 번째 핵무기 실험을 실시하자,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718호에 서명했다. 유엔 안보리 1718호는 북한의 핵실험 비난과 함께 추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발사 중지를 요구하고 포괄적인 제재를 가하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009년 5월 북한의 두 번째 핵실험이 이어지자, 중국의 입장은 더욱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 소재 헨리 스팀슨 센터에서 근무하는 한 전직 미 국무부 관계자는 미국 시사잡지 '타임'에 "북한이 (중국을) 모욕하고 있다"고 썼다.
미 해군대학의 동아시아 전문가인 조나단 D.폴락은 "북한이 2006년 실시한 핵 실험 및 미사일 발사가 북한에 6자회담을 강제하고 있는 중국의 외교적 노력을 삐걱거리게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이 북한과 오랫동안 동맹관계를 유지해왔음에도, 북한을 통제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는데, 이에 대해 국제위기감시그룹(ICG)의 동북아시아 전문가인 다니엘 핑크스톤은 "일반적으로 미국인들은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과대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중국이 북한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미국외교협회(CFR)의 아담 세갈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북한에 대한 지원을 되돌릴 것이라는 생각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며 "중국은 그저 유엔 결의안 1718에 동의했을 뿐이고, 중국의 대북 무역규모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제정책센터의 아시아 프로그램 부장인 젤리그 S.헤리슨도 "중국은 대북 제재안과 관련해 해야 할 일을 할 뿐, 그 이상은 아니다"며 중국과 북한이 상호이익적인 경제적 유착 관계를 위험에 처하도록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한국과 중국 간의 완충지대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중국이 동북아시아에서의 군사개발을 줄이고 대만과의 관계에 보다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중국은 북한과의 동맹이 미군의 우세와 일본군의 부상을 경계하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스탠포드대의 아시아태평양연구센터 부책임자인 다니엘 스나이더는 "중국의 경우, 안정을 유지하고 전쟁을 피하는 것이 최우선 순위다"며 "이 같은 시각에서 볼 때 북한 주민들은 중국의 최대 문제이다. 북한이 스스로 전쟁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만일 북한 정권이 유사시 붕괴되면, 수 십 만 명의 북한 난민들이 중국으로 유입될 수 있는데, 이는 중국에는 매우 큰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해 CFR의 세갈은 "중국인들은 국경 부근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북한의 붕괴에 대해 가장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