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또 다시 압록강을 건넜다. 고(故) 김일성 전 주석이 생존해 있을 당시인 1983년 처음으로 중국 땅을 밟은 이후 이번이 6번째 방중(訪中) 길이다.
김정일 위원장과 지근거리에 있는 인물들이나 문헌에 의하면, 중국은 그에게 부러움의 나라이다. 그런 만큼 그의 이번 방중 행보에 세계 각국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위원장이 중국을 부러워하는 이유는 단연 눈부신 경제성장이다. 특색 있는 사회주의 현대화와 개혁과 개방 정책을 통해 미국과 함께 ‘G2’라고까지 일컬어질 정도로 급성장한 중국은 김 위원장에게는 그의 말대로 “천지개벽”을 이룬 셈이다.
특히 최근 김 위원장이 “이밥(쌀밥)에 고깃국을 먹고 살게 해 주겠다”는 김일성 전 주석의 유훈(遺訓)을 거론하며 한탄했다는 전언에 미뤄 이번 방문의 비중이 경제적 측면에 실려 있음을 알 수 있다.
아울러 북한 핵문제와 한반도 평화협정, 북한 후계문제, 천안함 사건 등과 관련한 다양한 이슈들도 논의될 것으로 예측된다. 중국은 대북 경제지원을 지렛대로 삼아 테이블을 박차고 나간 북한을 북핵 6자회담의 무대로 복귀시킨다는 방침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가장 최근 중국을 방문한 시점은 지난 2006년 1월10~18일이었다. 당시 김 위원장은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환영연회도 열리는 등 중국 측의 국빈급 환대를 받았다.
그는 중국 후베이(湖北)성과 광둥(廣東)성 지역의 첨단산업을 집중적으로 시찰하며 중국 경제발전의 현장을 직접 확인했다. 김 위원장은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이 옳았다는 것을 충분히 증명하고 있다”며 감탄을 표했다.
김 위원장은 중국을 맨 처음 방문했던 83년에도 선전(深圳)을 비롯한 중국 동남연해의 경제특구를 둘러보았다. 당시에는 김일성 전 주석이 살아있었던 만큼 중국 정상과의 만남은 없었다.
이후 북한의 통치권을 장악한 김 위원장은 2000년 5월29일부터 사흘간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의 초청으로 이뤄진 두 번째 방문에서 장 주석과 정상회담을 했다.
김 위원장의 세 번째 방중은 2001년 1월15일부터 엿새 일정으로 이뤄졌으며 첫 방문지였던 선전과 상하이(上海) 등을 나흘간 둘러본 뒤 정상회담을 가졌다. 김 위원장이 “천지개벽”이란 말을 사용했던 것도 이때였다.
그 뒤 새롭게 중국 국가주석에 오른 후진타오 공산당 총서기의 초청으로 네 번째 중국을 찾게 된다. 일정은 2004년 4월19일부터 사흘간이었다. 이때 김 위원장은 후 주석을 첫 대면하고 평양방문을 제안했다. 이후 2005년 10월 후 주석은 평양 답방에 올랐다.
이후 이듬해 1월에 다섯 번째 방중에 나선 뒤 이번 방문은 여섯 번째가 된다. 이번 방문에서는 특히 6자회담과 관련한 당사국들의 기대감이 높은 만큼 중국은 북한을 테이블로 이끌어내기 위한 계기마련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 위원장으로서는 중국의 경제지원을 얻어내기 위한 교두보를 확보하는 한편, 최근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한반도 평화협상에 대한 의사를 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향후 3남인 김정은을 중심으로 한 북한의 후계 권력구도를 중국 측에 알리고, 이에 대한 지지를 얻어내기 위해 힘을 쓸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