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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도 멈칫하면 애플·구글에 밀린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석권하고 있는 세계 TV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애플과 구글 등 기존 모바일 플랫폼 강자들이 TV시장 진출을 천명하면서 스마트폰에 이어 TV의 흐름도 바꾸어 놓으려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 는 최근 “연내 비범한 신제품을 선보이겠다”고 했다. 외신들은 이 발언을 ‘TV’ 진출을 선언한 것으로 해석했다. 구글도 자사의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TV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애플은 올해 4분기에 구글은 올해 11월경에 TV를 내놓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기존 모바일 플랫폼과 콘텐츠시장에서의 지배력을 TV로 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자칫 국내업체들이 현실에 안주,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변화하는 TV시장에서도 스마트폰과 같이 밀릴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높아져가고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인터넷 서비스가 가능한 커넥티드 TV는 기존의 수동적인 TV 이용환경이나 콘텐츠 유통 질서를 변화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인터넷 접속을 통한 다양한 콘텐츠 이용이 활성화되면서 앱스토어 경쟁이 TV로 확대되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커넥티트TV 시장확대 전망

삼성전자와 LG 전자는 최근 몇년간 일본의 소니·샤프와의 치열한 경쟁을 거쳐 세계TV 시장 점유율 1·2위로 올라섰다. 당분간 이러한 추세가 이어지겠지만 낙관할만한 상황은 아니다. 새로운 경쟁자들과 각축전을 벌여야 할 인터넷 서비스가 가능한 커넥티드TV 시장이  급격히 확대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가 디스플레이서치등의 자료를 인용 분석한 데 따르면 지난해 현재 커넥티드 TV는 전 세계 평면 TV 판매량의 약 10%를 차지했다.

커넥티드 TV는 이후 전 세계적으로 연평균 38% 성장해 2013년에는 전체 TV 판매량(3억대)의 3분의 1인 1억대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으며, 특히 북미지역에서는 평면 TV의 60%가 인터넷 직접 연결이 가능한 커넥티드 TV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연간 230만대 규모로 추정되는 국내 TV 시장도 고기능 고성능의 LED TV와 3D TV를 중심으로 이러한 커넥티드 TV가 확대되는 추세에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커넥티드 TV 판매량은 올해 29만대, 2011년 54만대, 2012년 80만대에 이어 2013년에는 전체 TV 시장(262만대)의 절반인 131만대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됐다.

◆ 애플 구글 대만 일본과 연합 전선

작년 말 대만 최대 전자업체 홍하이가 소니의 멕시코 LCD TV 생산라인을 인수했다. 또 이 회사는 대만의 TV용 LCD 패널 제조업체 CMO를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이 회사는 그동안 애플의 주문을 받아 ‘아이팟’과 ‘아이폰’을 제조해온 기업이다. 홍하이는 애플의 TV를 위탁 생산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아직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으나 콘텐츠 사업자와의 지속적인 제휴 추진, 주변 하드웨어 제조업체 인수 등 TV 제조 및 콘텐츠 사업을 위한 움직임이 계속 포착되고 있다.

구글은 부족한 TV제조 능력을 소니를 통해 만회할 계획이다. 구글은 최근 소니, 인텔 등과 함께 안드로이드 OS와 인텔의 아톰 프로세서를 탑재한 구글TV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 최고 수준의 TV 기술력을 갖춘 소니가 ‘구글TV’ 진영에 참여하면, 구글이 삼성전자·LG전자에 비해 TV 제조 능력이 뒤처진다고 보기 어렵다.

애플·구글은 국내업체가 갖지 못한 ‘소프트웨어 파워’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경계심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 국내업체들의 대응은?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하는 것을 목격한 이들이 TV 제조사들은 애플과 구글의 시장 진입 경계하면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내업체들은 커넥티드TV 비중을 늘려 인프라 확보에 나서는 한편 무엇보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밀렸던 주된 이유인 콘텐츠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TV용 앱스토어 개설하고 개발자들을 독려하면서 야후 등 기존 인터넷 기업들과 손잡는 등 콘텐츠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힌편으로는 구글 플랫폼 도입등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다양한 멀티 디바이스가 연동되는 통합 플랫폼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휴대폰으로 TV를 제어하거나 정보를 공유하는 등의 다양한 기기의 연동초점을 두어 향후 TV시장 뿐 아니라 휴대폰 PC등으로 시장지배력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세계 최조로 멀티디바이스인 앱스토어인 ‘삼성앱스’ 통해 전용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현재 TV용 애플리케이션이 30개정도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미비한 상황이여서 개발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삼성전자 김현석 전무는 “애플·구글이 TV시장에서 게임의 룰을 바꾸는 데 성공한다면 위협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 전무는 “하지만 애플의 응용프로그램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결국 경쟁의 승패는 얼마나 많은 소비자들이 그것을 이용할 TV를 보유했는지 여부”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작년 판매된 TV 가운데 11%에 인터넷 접속 기능을 넣었고 올해는 이 비중을 30~40%로 늘려, 세계 최대의 인터넷 접속 TV 인프라를 갖출 계획이다.

LG전자는 올초 200명 규모의 스마트 TV 대응팀을 만들고 전문가를 영입하는 한편 애플·구글의 TV용 인터넷 플랫폼에 대항할 독자적인 플랫폼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LG전자의 관계자는 “이 분야의 투자를 늘리고 있다”며 “독자 플랫폼 준비와 함께 구글측이 요청할 경우 구글TV에 참여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