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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관리리자제도 7월 전면 시행

최근 건설사업 현장의 최대화두인 공공관리자제도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지난 3월 공공관리자제도를 포함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지난달 서울시는 공공관리제도의 세부내용을 포함한 ‘도시 주거환경정비조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에 따라 조례가 시행되는 7월부터는 공공관리자제도 법제화를 골자로 하는 도시정비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돼 서울 전역 재개발ㆍ재건축 현장에 확대·적용되게 된다.

일선 현장에서는 공공관리자제도가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비리를 일소하고 세입자 문제를 해결한다는 측면에서 일단 제도 도입을 반기는 분위기다.

그간 제도 도입의 긍정적인 취지에도 불구하고 공공관리자제도가 뚜렷한 법적지위를 갖지 못해 상당부분 어려움을 겪어 왔으나 제도의 법적지위가 명확해져 제도가 본격 시행되는 7월 이후에는 그동안 있어왔던 논란을 상당부분 불식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일각에서는 공공관리자제도가 정비사업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키가 아니며 사업시행 인가 이후 불거지는 철거, 이주 등의 문제를 고려하지 못했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에 공공관리자제도의 시범시행 1년을 점검해보고 전문가들이 전하는 제도시행의 득과 실에 대해 점검해봤다.

◆ 공공관리자제도 시범시행 1년 그 성과는

현재 서울시에서 공공관리자제도를 적용하고 있는 지역은 총 17곳이다. 지난해 7월 1차 시범사업으로 지정된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4곳과 한남뉴타운 5곳(2차), 금호23구역 재개발, 방화6구역 재건축(3차) 등이다.

성수지구는 지난해 10월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를 구성한 후 정비업체를 선정하고 조합창립을 준비하고 있다. 6월 지방선거 이후 정비계획이 공고되면 조합설립인가를 받을 예정이다.

공공관리자제도 도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서울시 공공관리과 관계자는“성수지구를 통해 공공관리자제도가 사업추진에 따른 불필요한 비용을 줄일 수 있음을 증명했다”라며 “추진위 구성에서 서울시가 선거관리를 전자투표로 운영해 재개발·재건축 현장에서 활동하는 소위 OS요원(홍보요원)투입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성수와 한남 등 공공관리자제도 시범지구에서는 비용절감 측면에서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시에서도 길게는 1년 이상 걸리던 추진위 구성을 단기간 안에 큰 무리 없이 끝냈고 추진위구성까지 일반 사업 단지들에 비해 비용을 많게는 1/10에서 1/3수준까지 절감해 제도의 실효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반면 정비업체 선정기준과 선정과정에서 잡음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정비업체 적격심사를 진행하면서 규모나 실적 등을 우선하다보니 자격에 부합하는 업체가 많지 않았고 후발업체나 신생업체가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원천적으로 봉쇄되었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게다가 지난 2월에는 성동구청이 성수지구 추진위에 기존정비업체와의 수의계약을 종용하는 공문을 보내 논란이 빚어지는 등 시범사업1년 동안 업체선정을 둘러싼 혼란을 반복하기도 했다.

◆ 사업프로세스 관리…비용절감 및 비리일소

서울시가 야심차게 준비한 공공관리자제도의 취지는 ‘정비사업의 고질적인 비리사슬을 일소하고 비용을 절감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그간 정비사업 현장에서 사업초기 가칭 추진위원회들이 난립하며 각종 업체가 개입해 부정한 자금이 유입되는 한편 동의서 확보를 위한 과열경쟁과 동의서 매매 등의 부작용이 발생해왔다는데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때문에 7월 공공에서 정비업체를 선정하고 그 정비업체가 추진위구성 작업을 진행하는 공공관리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추진위구성 단계에서의 비용낭비와 비리사슬이 다소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업체선정 과정 등 전반적인 사업프로세스를 공공에서 관리하면서 추진위·조합과 업체와의 유착관계를 어느 정도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 공공관리과의 관계자는 “공공관리자제도는 당초 정비사업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됐다”며 “공공관리가 모든 사업장에 ‘만병통치’가 될 수는 없더라도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으리라는 데는 모두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 1억 원 절감 현실적인가

서울시에서는 공공관리자제도를 본격적으로 적용하게 되면 사업기간이 1~2년 정도 줄어들면서 세대 당 분담금이 1억 원 정도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1억 원 절감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시각이다. 사업비 절감은 사업의 규모, 조합원의 수, 일반분양 대상 세대수, 공공관리의 적용 시점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이에 대한 계량화가 어렵기 때문이다.

자칫 공공관리를 적용하고도 사업성이 떨어지거나 사업지연이 되는 등의 문제를 겪어 분담금이 상승하는 경우 분담금 절감을 내세운 공공관리가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또한 주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세입자 대책과 기반시설확보에 대한 비용을 경감시켜야 하지만 이 부분은 공공에서 손을 놓고 있어 핵심은 피하고 곁가지만 건드리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더욱이 사업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는 사업기간을 단축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공단계에서의 효율성 역시 높여야 하기에 전반적인 CM개념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다.

◆ 사업시행인가 이후 ‘시공사 선정’ 줄 소송 예상

공공관리자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게 됨에 따라 가장 큰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이 시공사 선정에 관련한 내용이다. 서울시에서는 ‘사업시행계획을 반영한 설계도서에 따라 경쟁입찰의 방법으로 총회에서 선정’하도록 해 시공사의 선정시기가 현재의 조합설립인가 이후에서 사업시행인가 이후로 늦춰지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업시행인가 후 시공사를 선정하게 되면 설계와 시공 부분에서 기술적으로 대치되는 부분이 있어 잦은 설계변경이 생기고 그로 인한 분담금 상승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 사업시행인가 신청까지 필요한 자금도 문제다. 현재 일선 현장에서 공공관리자제도가 시행되기 이전에 시공사를 선정하려고 급박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시공사 선정을 앞당겨 소요자금을 손쉽게 조달 받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한편 도시정비법에는 조합설립인가 이후에 시공자를 선정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시 조례로서 시공사 선정 시기를 사업시행인가 이후로 결정하는 것은 상위법 위반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법무법인 영진의 강정민 변호사는 “도정법 개정안 제77조에서 시공자 선정 방법 등에 대한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의미를 서울시가 확대 해석해 조례에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라며 “시공사 선정이 위법하다는 이유로 조합설립무효 소송 등의 다툼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 철거는 시공사에 떠넘기나

철거업무를 시공사에서 담당하도록 하는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철거업무는 그 특수성과 전문성으로 인해 시공사에서 직접 수행하기 어려워 기존의 철거업체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물론 사업초기 단계에서 가장 먼저 가칭 추진위에 접근하고 밀접하게 활동하는 업체가 철거업체이며 이른바 ‘뒷돈’을 대며 유착관계가 일어나기 쉬운 것도 철거업체이기에 이를 시공사에 맡기는 방안이 일면 타당할 수 있다. 또 용산사태에서처럼 철거과정에서 생기는 불미스러운 일들을 줄이는데도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철거현장에서 경제적 이해관계의 대립으로 인해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아 공공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당초 공공관리자제도가 철거를 둘러싼 ‘용산사태’에서 비롯된 것임을 감안하면 가장 민감한 철거문제와 이주대책 등에 공공이 손을 놓았다는 점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현대산업개발의 재개발2팀 관계자는 “재개발 사업장에서 본격적인 갈등은 관리처분 시기의 철거를 전후해 고조되는데 이 책임을 시공사에게 떠넘긴 격”이라며 “시공사 선정까지만 공공이 관리한다면 단물만 쏙 빼먹는 공공독재라는 오명을 쓸 수도 있다”고 전했다.

◆ 전문가들이 본 공공관리자제도는

건설사업 전문가들은 공공관리자제도 시범지구 운영을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에 시범지구 운영은 향후 공공관리 의무도입에 앞서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일단 공공관리자제도가 정비사업의 ‘투명성’확보에 일조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7월 공공관리자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게 되면 실보다는 득이 많을 것이라는 쪽으로 무게중심이 쏠리고 있는 셈이다.

성수지구를 담당하고 있는 정비업체 대표는“제도가 확대·적용돼봐야 알겠지만 사업전반을 공공이 관리함으로써 투명성이 강화되고 정비사업 기간이 단축돼 사업비가 절감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동구청 관계자는 “그간 도시정비법이 자주 개정됐던 이유는 그만큼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았고 시행착오도 많이 거쳤다는 방증이다”며 “공공관리자제도의 본격 도입으로 인해 정비사업에 또 다른 파란이 예고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동안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하고 공공관리가 제대로 정착할 수 있도록 세부적인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완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했다.

한편 오는7월 시행되는 공공관리자제도는 정비구역이 지정되지 않은 현장 대부분에 적용되게 된다. 정비구역 지정 대상이 아닌 주택재건축사업이나 도시환경정비사업 중 조합원 수가 100명 미만이고 주거비율이 50% 미만인 지역 등은 제외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