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동해삼척고속도로 건설 공사에 하청 업체로 참여했던 진성토건이 지난 8일 최종 부도 처리됨에 따라 협력 업체로 공사에 뛰어든 지역 건설·자재납품 업체들의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진성토건이 동해삼척고속도로 공사 외에도 춘천과 원주의 도로공사 등 각종 공사에도 참여 중인 것으로 알려져 도내 관련 업체들의 피해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원청사인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진성토건의 부도로 현재 모든 공사가 중단된 상태지만 완공까지 3년 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어 공사 중단에 따른 완공 연기 등의 차질은 없다”면서 “향후 공사 업체 선정과 부도에 따른 대책을 회사 차원에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다만 진성토건이 지불해야 하는 지역 업체들의 장비 임대료 등이 문제가 된다”면서 “건설 중장비 임대의 경우 피해액이 2억 원을 넘는 데다 어음까지 발행된 것이 있다”고 말해 피해 금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이런 상황에서 주무 부서인 동해시청 건설과는 지역 업체들의 피해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어 사태 파악에 미온적이라는 지적이다.
동해시 건설과 관계자는 “도로공사 자체가 우리 소관이 아니고 한국도로공사가 주관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공사의 진행에 대해서는 상관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피해 규모에 대한 취재 요청이 빗발치자 “조사를 한 뒤 결과를 공개하고 신속히 사후 대책 방안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동해삼척고속도로 건설 공사는 지난해 3월 착공, 2014년 준공 예정으로 총 공사비 6천800억 원이 투자된다.
진성토건은 4개 공구로 나눠 건설 중인 동해삼척고속도로(동해시 지흥동~삼척시 근덕면 18.6㎞) 4공구(동해시 귀운동~지흥동 4.1㎞)의 하도급 업체로 참여해 왔다.
진성토건은 지난해 인천 지역 전문건설업체에서 기성액 2천866억 원으로 1위를 차지했었다. 현재 인천 송도국제도시 용현~학익지구 지역난방 열배관 공사 등 전국 62개의 각종 건설 공사에 하도급 업체로 참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008년 말 신용위험평가에서 B등급을 받아 패스트트랙(신속지원 프로그램) 지원을 받았고, 인천대교 사업 등에 무리하게 참여하면서 재무 상황이 어려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진성토건의 부도로 인해 이 업체가 참여한 강원 동해삼척고속도로 건설 공사 외에도 다른 사업에서도 일정 부분 차질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 관계자는 “진성토건이 참여한 사업들은 원도급이 아닌 하도급이어서 전체 공정 관리에는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 “다만 진성토건의 어음을 받은 자재 납품업체와 장비업체 등 지역 건설업계로 피해가 확산될 소지가 있어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지역의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높은 진성토건이 주저앉은 것은 채권단이 엄격한 잣대를 적용했기 때문인 것 같다”면서 “그보다 낮은 신용등급을 받고 현금 유동성 위기에 몰린 업체들로 부도위기가 확산되지나 않을지 큰 걱정”이라고 전해 진성토건 부도에 의해 지역 업체들에게 피해가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한편 진성토건 채권단에 따르면 진성토건은 지난 7일 외환은행과 기업은행, 우리은행 등에 지급 제시된 17억 원 규모의 어음을 결제하지 못한데 이어 이날까지 입금하지 못해 최종부도를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진성토건은 어음결제를 위해 채권단에 200억 원을 추가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은행, 농협, 하나은행 등 7개 금융회사로 이뤄진 채권단은 지난 7일 진성토건에 대한 자금 지원 안건을 논의했지만 의결정족수인 75%를 넘지 못해 부결 처리됐다. 주채권은행 관계자는 “진성토건의 경우 매출액 증가에도 불구하고 기성 공사 미수금이 쌓이면서 단기차입금이 크게 늘어나는 등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됐다”며 “대부분 채권은행이 자금 지원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고 밝혔다.
결국 지역 최대 업체로서 인천대교공사를 수주하며 지역 건설경기를 이끌던 진성토건은 채권단의 엄격한 잣대에 의해 17억 원을 결제하지 못하고 최종부도를 맞이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