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가 건설계와 조선업계가 경기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는 7월 또 가격 인상을 예정하고 있어 건설업계가 긴 한숨을 내쉬고 있다. 철강업계는 앞서 지난 4월에도 철강제품 가격을 최대 25% 올렸다.
14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열연강판·냉연강판·후판·선재 등 주요 제품 가격 인상안을 분기 시작 10일 전인 20일을 전후해 발표할 예정이다. 포스코는 가격조정시 대략 열흘 전에 수요가들에게 인상폭을 알린다는 점을 감안, 이번 가격인상은 7월1일 출하분부터 적용될 것으로 관측된다.
포스코의 3분기 가격 인상폭은 20%에 달할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철광석과 강점탄 등 주요 원재료의 가격이 전분기에 비해 30% 이상 상승하면서 원가상승 압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포스코의 3분기 철강제품 가격 인상 방침에 현대제철·동국제강·동부제철·현대하이스코 등 주요 업체들도 잇달아 철강제품 가격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의 물량이 철강시장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국내 시장의 특성상 포스코의 고시 가격이 업계의 '기준 가격'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포스코는 구체적인 인상폭 언급은 주저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지난 분기 IR에서 3분기 시작 전에 가격 인상분을 별표한다고 밝혔기에 오는 20일 이후에야 인상폭에 대해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다. 1주일밖에 남지 않았지만, 시장변동이 심하기에 현재는 시장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며 "철강제품 가격 인상도 시장이 받아줘야 가능 한 것이다. 시장이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올라가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또한 철강업계도 인상 폭을 논의하기는 아직은 이르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재료가 상승이 계속되고 있어 철강제품 가격 인상 요인은 충분한 상황"이라면서도 "원료 가격 상승분을 어느 정도 수준에서 제품 가격에 반영할 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으나, 아직 가격 인상 폭이 결정되지는 않았다. 이에 업계의 고민이 크다"고 밝혔다.
동국제강 관계자도 "가격 인상은 함부로 전망하고 예측하기 힘들다"며 "우리가 논의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며, 가격 인상을 놓고 현재 이야기된 바는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가 철강업체들의 가격 담합 등 불공정 거래 의혹을 확인하기 위한 조사를 펼치고 있는 것도 철강제품 가격 인상을 쉽게 할 수 없는 부분이다.
공정위는 최근 철강업체들이 원자재 가격 인상을 이유로 가격을 잇달아 올린 과정에 업체 간의 담합이 있었다고 판단, 냉연 판재류와 강관 제조사를 중심으로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우리쪽에서는 철강제품 인상에 대한 대응 방안은 없다. 철강제품 인상폭에 맞춰 최대한 조정해 성과에 반영하는 정도로, 제품 인상시 조선업계 성과도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해양 제품 개발 움직임이 많아져 원유 운반선이나 컨테이너선 등 해외시장이 살아나며 선박 제품 수요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시장보다 해외시장 수출이 대부분인 조선업계와 달리 건설업계는 민감한 반응이다.
건축구조 기술자인 건축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상승 등으로 철강제품 가격을 올려야 한다면, 올릴 수 밖에 없는거 아니냐"며 "문제는 포스코 철강제품만을 사용할 수 밖에 없는 판매시스템이다. 중국제품이 더 싸도 수입규제로 사용을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과 포스코는 철강제품 가격이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며 상승하는데, 중국은 자국내 수요가 적으면 가격을 다운시킨다. 이에 국내 건설 자제쪽에서 중국제품을 수입해서 사용할 수 있다면 좋은데, 그런 시스템이 아니다"며 "건축자제를 납품하는 중간업체들이 포스코와 가불관계에 의해 움직이기에 함부로 외국 제품을 사다 들여올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신일본제철·JFE스틸 등 일본 철강업체들이 철광석·점결탄 등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막기 위해 제품 가격을 줄줄이 인상했다. 신일본제철은 강판가격을 7월 출하 분부터 톤당 1만엔 정도 인상하기로 했다. 이는 올들어 두 번째 가격 인상으로 강판 가격은 올 들어 톤당 2만5,000엔이나 뛰어올랐다. JFE스틸도 톤당 1만엔 인상을 목표로 유통업체 및 제강업체들과 가격 협상에 들어갔다.
또한 호주의 철광석 업체 BHP빌린턴이 2·4분기에 이어 3·4분기 점결탄 인도 물량에 대해서도 가격을 올리겠다는 방침을 통보함에 따라 추가적인 철강 제품 가격 인상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대형 철강업체 역시 철광석 가격 인상분을 반영해 제품 가격을 인상했지만, 중국 정부가 치솟는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긴축 조치를 내놓으면서 철강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또한 철강가격 하락은 중국내 자동차·해운·가전업체 및 부동산 부문 등에서의 수요가 줄어들고 있며, 자동차 업계의 철강 수요가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