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 차기 회장에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이 내정됐다.
어 위원장은 과거 고려대 총장, 국가 브랜드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하면서 보여준 강력한 리더십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한다. 회장추천위원회는 어 내정자에 대해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 재임 시 보여준 뛰어난 추진력과 리더십으로 경영능력이 검증됐다"고 선출 배경을 설명했다.
KB금융은 황영기 전 회장이 사퇴한 후 9개월 동안 회장이 공석인 상태로 운영돼 왔다. 빠른 시일 내에 조직을 통합하기 위해서는 어 위원장과 같은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게 KB금융 안팎의 중론이다.
어 위원장의 회장 내정은 이른바 '힘 센 사람'이 회장으로 와야 한다는 KB금융 내부 기류와도 맞아 떨어진다. KB금융은 그동안 금융당국과의 마찰로 수차례 곤욕을 치렀다. 어떠한 외풍에도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어 내정자가 앞으로 있을 금융권 인수합병(M&A) 대전을 치를 적임자라는 판단도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이와 관련 회추위 관계자는 "어 위원장은 M&A와 관련해 현재 인수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금융사들을 하나씩 꼽으며 'A은행과의 인수합병은 이런 장·단점이 있다'는 식으로 설명했다"며 "최종 결정은 이사회와 논의해서 결정하겠다는 뜻도 밝혔다"고 전했다. 다만 그가 이명박 대통령의 대표적인 '고려대 인맥'으로 분류됨에 따라 향후 '관치' 논란이 불가피한 것만은 틀림없다.
긍융당국은 어 내정자의 능력을 감안한 인선이었을 뿐 '관치' 논란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어 내정자는 이 대통령과는 친분이 깊다. 은행경영 경험도 없다. 친정부 성격이 강하다. 때문에 KB금융지주에 대한 정부의 입김이 작용할 소지가 다분하다. 황영기 전 회장의 퇴진 이후 금융당국이 공적 지배 구조의 KB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KB와 우리금융의 합병에 압력을 넣어 글로벌 스케일의 은행을 만드려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KB와 우리금융, 산업은행 등이 모두 합병될 수 있고, 정부가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은행 그룹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럴 경우 정부의 간섭과 사업 중복이라는 비판을 모면키 어렵다. 어쨋든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듯이 KB의 신임 회장 내정은 한국 은행권 M&A의 신호탄인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여기에 또 하나의 복병이 도사리고 있다. 노조의 반대다. 국민은행 노조는 성명서를 냈다. 어 내정자의 구조조정 의지에 강력하게 투쟁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어 내정자는 또 취임 즉시 조직 수습에 나서야 한다. 회장 선출과정에서 나타난 줄서기 논란 등으로 인해 내부 갈등이 노출됐기 때문이다. 9개월간의 '회장 공석'을 메우는 일도 만만치 않다. 어 내정자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어 내정자는 관치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낙후된 금융산업을 새롭게 변화시켜야 한다. 국민들의 신망을 받는 금융브랜드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