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이 국내 최대 금융그룹인 KB금융 회장에 내정됨에 따라 은행권 재편을 둘러싸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어 회장 내정자는 17일 KB금융 이사회 의결을 통해 다음달 13일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정식 회장으로 취임한다.
어 내정자가 은행 대형화에 확고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KB금융이 인수합병(M&A)을 통한 은행권 재편을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
◆KB+우리, 시나리오 유력
어 내정자는 경영합리화와 수익 제고 등 KB금융의 자체 몸 추스르기를 우선 과제로 꼽았지만, 내부정비가 마무리된 뒤에는 국책은행 민영화와 M&A가 맞물린 금융권 재편 과정에 주도적으로 나설 뜻을 내비쳤다.
그는 16일 "국내 은행권은 국제경쟁력 면에서 미흡해 국제경쟁력을 갖춘 세계 50위권 은행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금융의 삼성전자나 현대중공업이 나와야 국가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어 내정자는 KB회장 내정자로 선임되기 전에 이미 우리금융지주와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현재 지난 1분기 말 기준으로 KB금융과 우리금융의 총자산은 각각 325조6000억원과 325조4000억원으로 두 금융사가 합쳐지면 총자산이 651조원에 달하게 된다. 이는 국내 최초 세계50위권의 대형은행 탄생이자 아시아권에서는 9위로 순식간에 뛰어오르게 된다.
현재 우리금융의 시가총액은 15조원이며, 정부 지분 가운데 절발인 28.5%만 내놓아도 3조5000억~4조원 가량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 어 내정자는 지분 맞교환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정부는 조만간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금융 지분(56.97%)에 대한 매각 공고를 할 방침이다. 지분교환방식 합병 등을 포함한 다양한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이 담길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어 내정자가 대우증권을 계열사로 갖고 있는 산은금융지주 인수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우리금융 합병이 현실화된다면 사업다각화를 위한 산업은행 인수는 추진될 가능성이 현저히 줄어들 전망이다. 그는 "외환은행은 증권, 투신을 갖고 있지 않아 관심이 없다"며 "우리은행이 국민은행보다 사업 다각화가 잘돼 있어 인수전 참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메가뱅크안, 수면위로 재부상
대표적인 '은행대형화론자'로 꼽히는 어 내정자가 KB금융을 이끌게 됨에 따라 메가뱅크의 탄생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동안 정부와 금융가 안팎에서는 경제규모에 걸맞은 세계적 초대형 은행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그간 정부내 이견으로 잠시 수면 밑으로 들어가는 분위기였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어 내정자가 KB회장에 선임됨에 따라 다시금 탄력을 받게 됐다.
하지만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월가의 대형은행들의 도덕적 해이가 도마에 오르며 은행대형화에 회의적인 의견도 만만치 않다.
미국은 이같은 대형은행들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은행 대형화 규제안인 '볼커룰'을 도입했다.
이와 더불어 OECD가 15일 한국경제보고서를 통해 금융개혁 분야에서 "대형화에 따른 효율성 증가는 매우 작은 반면 대마불사(Too Big To Fail)와 관련된 도덕적 해이 문제가 우려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특히 OECD의 지적은 금융기관 대형화를 억제하려는 국제적 움직임과 달리 국내에서는 "한국에서도 세계적 은행이 나와야 한다"며 은행간 합병을 통해 '메가뱅크'를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 주목된다.
이와관련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 대형화의 장ㆍ단점 비교’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은행의 총자산과 비용-소득 비율이 역관계를 보여 대형화에 따른 규모의 경제 효과가 어느 정도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총자산이 가장 많은 우리금융그룹 산하 은행들의 규모가 세계 81위 정도에 불과해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에 비춰 개별 은행의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며 “영세성을 극복하고 국제화를 진전시키려면 은행 대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다만 “대형 은행이 생기면 시스템 위험이 커져 감독 규제가 다소 관대하게 적용되고 시장의 감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중소기업 대출이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KB국민은행 데이터센터 조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