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어윤대 KB금융회장 내정자의 우리금융M&A를 둘러싼 본격적인 기싸움이 시작됐다. 어 내정자와 김 회장 모두 우리금융과의 합병을 꿈꾸고 있다.
KB금융 이사회 결의를 통해 다음달 13일 열릴 주주총회에 부의된 어 내정자는 "우리금융과 산업은행 인수에 관심이 있으며 외환은행엔 관심이 없다"고 정확한 선을 그은 바 있다. 그는 은행에 편중돼 있는 KB금융의 사업다각화를 위해 우리금융 인수를 예전부터 주장해 왔다.
하지만 하나금융의 우리금융 인수의지 또한 만만치 않다. 김 회장은 17일 서울 가리봉동 한국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에서 열린 미소금융재단 다문화 가족 행사에서 "인수합병에서 상대를 지칭해 말하는 건 잘 모르는 소리"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회장은 그동안 물 밑에서 우리금융 인수 의사를 적극 펼쳐왔다.
그는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가 우리금융지주 인수를 언급한 데 대해 인수·합병이라는 것은 상대방이 있는데 특정 대상을 거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세계50대 은행 중에도 망한 곳이 많다"며 "단순히 규모를 키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전문성, 핵심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가 이달 말 지분매각 공고를 내고 민영화 절차를 밟을 예정인 우리금융측은 KB금융과 하나금융의 기싸움으로 몸값이 점점 올라가는 추세다. 우리금융으로서는 정부 지분을 높은 값에 하루라도 빨리 팔아 민양화 속도를 당기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이날 우리금융 주가는 M&A 기대감 확산으로 5거래일 연속 오르며 한달여만에 1만6000원대를 넘어섰다.
그러나 금융계에 따르면 지분 분산 매각을 통한 경영권 방어를 기대하고 있던 우리금융도 하나금융보다는 KB금융과의 합병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같은 고려대 동문이자 이명박 대통령 측근으로 공통 분모를 가진 김 회장과 어 내정자가 한치의 양보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업계는 구도 재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3개 금융지주사 회장이 친분이 두텁고 서로에 대해서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며 "은행권 재편이나 영업대전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지켜보는 것도 재밌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