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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지분율’ 재건축사업 태풍의 눈으로

최근 둔촌주공 재건축사업이 시공사입찰을 둘러싸고 홍역을 겪으며 강동지역이 무상지분율 바람에 휘청거리고 있다.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은 지난 17일 오후 3시까지 입찰마감을 연기하며 겨우 시공사 수주전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지만 무상지분율 상향 조정을 요구하는 일선 조합들의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것.

하지만 9천여 세대가 신축되는 매머드급 단지인 둔촌주공에서 상위 건설사들이 줄지어 발을 빼며 조합의 요구에 대한 시공사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합에서는 “몇몇 업체가 입찰일정을 연기해 달라 요청해 조합원의 이익을 고려해 연기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최근까지 도급순위 10위권 이내 모든 건설사들이 사업에 뛰어들어 준비 작업을 펼쳐온 점을 감안하면 무상지분율이 재건축사업장의 태풍의 눈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도급순위 5위권 내 대형시공사 관계자는 “무상지분율이 도급제가 아닌 지분제에서 거론되는 것인 만큼 건설사로서는 일반분양분을 최대한 많이 팔아야 이익을 낼 수 있다. 그만큼 위험도 크기 때문에 계약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관계자의 언급은 둔촌주공의 경우 조합측이 입찰지침서에 입찰보증금 150억 원, 대지지분 대비 무상지분율 160% 이상으로 명시하며 시공사들과 치열한 기 싸움을 벌인 바 있고 고덕6단지에서 제시된 174%의 무상지분율 여파로 모든 조합들이 저마다 높은 무상지분율을 요구하고 있어 자칫 이대로 있다가는 출혈경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시공사들 사이에 퍼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둔촌주공사태를 기점으로 시공사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가고 있다.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던 건설사들은 조합에서 제시한 무상지분율 160%로는 사업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16개 업체가 현장설명회에 접수한 뒤 한 업체도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것을 보면 조직적인 움직임이 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는 일각의 시각 때문이다.

이에 본지에서는 재건축 사업의 최대 화두로 부상하고 있는 무상지분율이 무엇인지와 이를 둘러싼 문제에 대해 알아봤다.

◆ 무상지분율이란

무상지분율이란 쉽게 말해 재건축사업의 조합원들이 사업완료 후 추가적인 비용 부담 없이 평형을 넓혀갈 수 있는 아파트의 면적 비율을 말하는데 평당 개발이익을 평당 분양가로 나눠 계산하게 된다.

만약 전체 분양수익이 4천억 원이라면(용적률 200%×대지면적 1만평, 평당 분양가 2천 만원인 경우) 전체 공사비용 천 억원을 뺀(연면적 2만평×평당 공사비 500만원) 3천 억원이 개발이익이고 평당 개발이익은 전체 개발이익을 대지면적으로 나눈 3천 만원으로 계산된다.

여기서 무상지분율은 평당 개발이익인 3천 만원을 평당 분양가 2천 만원으로 나눈 150%가 된다. 이럴 경우 대지지분 10평을 가진 조합원이라면 재건축 후 15평 아파트를 추가 부담 없이 받을 수 있다.

만약 무상지분율이 200%로 상향 조정되면 재건축 전에 보유한 대지지분이 33㎡(10평)인 조합원의 경우 재건축 후 66㎡(20평)아파트를 비용부담 없이 받을 수 있게 된다.

따라서 무상지분율은 재건축 아파트를 구입할 때 투자수익률을 산정하는 중요한 잣대가 된다.

만약 조합원이 무상지분율을 초과하는 면적의 아파트를 분양받고 싶다면 지분율을 초과하는 만큼 돈을 더 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고 무상지분율이 200%가 넘게 되면 2배가 넘는 아파트 면적을 무상으로 받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분양가가 높게 책정됐다면 분양수익이 늘어나기 때문에 무상지분율도 높아질 수 있다. 또한 공사비가 적게 들수록 무상지분율은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일반분양가가 높게 책정되면 미분양사태의 원인이 될 수 있고 지금처럼 주택경기가 장기조정국면에 접어들 경우에는 미분양사태로 오히려 조합원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 부실시공의 원인 될 수도

문제는 강동지구 일선 조합들이 높은 무상지분율을 요구하자 분양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처사라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는 점이다.
실제로 이미 재건축이 완료된 강동구 고덕 주공1단지(현 고덕아이파크)만 보더라도 일반분양가가 2천500만 원선인데도 불구하고 고(高)분양가 논란에 휩싸이며 미분양 사태를 겪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높은 무상지분율이 오히려 ‘제등에 발을 찍는’결과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높아가고 있는 것.

한편 조합이 무상지분율을 높게 요구하면 오히려 시공사들이 헐값 시공을 통해 손실을 보존하려할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공사비가 낮을수록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고 조합원들에게 공짜로 나눠주는 지분이 많다 보니 건설사가 수지 타산을 맞추기 위해 공사비를 대폭 낮출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이와 관련 한 전문가는 “고덕6단지의 경우 174%의 무상지분율이 관철되면 공사비가 대폭 하락할 수밖에 없다”라며 “무리한 무상지분율 요구가 오히려 부실시공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무상지분율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한창인 가운데 전문가들은 관리처분 단계에 가서야 정확한 부담금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사업 초기에 제안된 서류상 조건만 가지고 조합원들에게 돌아올 실익 등을 파악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로 최근 일부 사업장에서 무상지분율을 200%까지 제시한 것으로 드러나며 건설사 간 과당경쟁이 유발되고 있지만 일단 시공사로 선정되고 난 뒤 갖가지 이유를 들어 공사비를 올리거나 추가 비용 부담을 요구하는 경우가 파다한 상황이라 과당경쟁의 폐해는 조합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 재건축 전문가는 “시공사와의 계약에는 단서조항이 많아 리스크가 많다”라며 “무작정 높은 지분율만 보고 시공사를 선정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실상 확정지분제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고 사업시행인가 이후에야 지분율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시공사와 조합 간의 팽팽한 줄다리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