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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건설업계…워크아웃 대상社 회생가능성은?

건설사 구조조정이 발표되면서 신용평가결과 C등급을 받은 업체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이번 신용평가 결과 C등급을 받은 건설사는 벽산건설, 신동아건설, 남광토건, 중앙건설, 한일건설, 청구, 한라주택, 제일건설, 성우종합건설 총 9개이고 D등급을 받은 건설사는 성지건설, 금광건업, 금광기업, 남진건설, 진성건설, 풍성건설, 대선건설 총 7개다.

지난해 1월 신용평가결과 C등급을 받아 워크아웃이 결정된 건설사 10곳 중 롯데기공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경영을 정상화한 바 있고 신일건업은 오너의 사재출연으로 워크아웃을 조기 졸업하는 등 워크아웃이 결정되더라도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통해 경영 정상화를 이룬 전례가 있기 때문에 워크아웃 판정을 받은 건설사들이 처한 상황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는 것.

이와 관련 사단리모델링협회 차정윤 사무총장은 “워크아웃이 결정되더라도 재무구조 개선 및 공격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회생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라며 “신용평가발표가 건설사의 건전성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전문가들 의견을 토대로 워크아웃 결정이 내려진 건설사 중 회생가능성이 점쳐지는 업체의 동향을 살펴보고 경영 정상화를 이루기 위해선 어떤 방안이 있는지 알아봤다.

◆ ‘충격’ 벽산건설

이번 워크아웃 대상 건설사 중 시장을 충격에 빠트린 것은 벽산건설이었다. 시공능력평가 26위로 창사 52년째를 맞는 벽산건설은 외환위기로 한차례 워크아웃을 경험하기는 했지만 02년 조기 졸업한 경험이 있다.

벽산건설의 워크아웃이 결정된 가장 큰 원인은 과도한 부채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리한 사업 확장과 함께 부채비율이 534%로 급증하고 PF 우발채무도 1초2천804억 원에 달하는 등 과도한 부채가 경영악화의 주원인이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지난해 ‘부산 동래구 온천동 Astar’ 등 대물변제로 자금회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부산 금정구 장전동 사업 등 초기 주택사업에서 분양이 잘되지 않은 점도 자금난을 가중시켰다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벽산건설의 심각한 자금난에도 불구하고 회생가능성이 있다는 쪽으로 무게 중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벽산건설의 경우에는 과도한 부채가 경영악화의 주범이었기 때문에 외형보다는 이익률이나 유동성 지표 개선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라며 “고비용 구조를 개선하고 단기차입금매출을 줄이는 등 자구노력이 병행되면 회생가능성이 없지는 않다”는 소견을 밝혔다.

심각한 자금난 한일건설, 남광토건

한편 한일건설과 남광토건은 부채비율이 높은 반면 이를 해결할 여력이 크지 않아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토목분야에서 높은 인지도를 유지하고 있던 남광토건은 주택사업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자금난이 악화됐다.

특히 주택경기가 장기조정 국면으로 접어들며 야심차게 벌였던 지방 중소형 아파트 사업이 어려움에 처했고 이에 따라 자금회수가 지연된 점이 남광토건 워크아웃의 단초를 제공했다.

시공능력 39위의 한일건설은 부채비율이 520.3%에 이르며 과도한 부채가 경영 정상화의 발목을 잡은 상황이다. 또 1조원 가량의 우발채무를 부채에 포함하게 되면 부채비율은 큰 폭 상승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한일건설과 남광토건의 경우 심각한 자금난을 해소할 수 있는 특별한 호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사재출연으로 위기를 극복했던 롯데기공과 신일건업의 전례처럼 자금난을 해소할 수 있는 특약처방이나 핵심사업과 시공권 매각을 통해 대출 부담을 줄인다면 회생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 악성미분양사태, 제일건설

시장에서는 제일건설이 부동산 거래 침체와 악성미분양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대표적인 사례로 보고 있다.

최근 대전지역을 중심으로 미분양 물량이 쌓이면서 재무구조 악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는 것.

특히 대전 학하지구와 군산 수송지구에 공급한 아파트에서 미분양이 발생하면서 자금난이 가중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건설경기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꾸준히 수익을 낼만한 영역이 없다는 것이 제일건설 회생의 불안감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미분양 사태가 겹치며 재무구조가 악화됐지만 현 시장상황을 감안했을 때 뾰족한 해법이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워크아웃에 돌입하면서 불필요한 조직을 축소하고 대대적인 조직 개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 강도 높은 구조조정만이 살길, 워크아웃 ‘발목잡지 말아야’

전문가들은 신용평가 C등급을 받은 건설사 중 일부의 회생가능성이 점쳐지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재무구조 개선에 대한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만이 살길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에 따라 워크아웃이 결정된 건설사들은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인원 감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사업영역을 축소하는 자산매각도 고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앞에서 살펴본 벽산건설·신동아건설·남광토건은 이미 채권은행과 워크아웃 추진 계획을 협의하며 회생을 위한 첫발을 내딛은 상황이다.

대규모 인력 감축과 조직 슬림화 등 구조조정 작업은 물론이고 PF규모가 큰 벽산건설·남광토건·한일건설은 사업부지나 시공권 매각을 통해 대출 부담을 줄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자산 매각, 인력 감축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기다리고 있지만 아파트 분양 계약자 이탈, 공사 수주 어려움 등의 걸림돌이 많아 향후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거세지고 있다.

한편 워크아웃이 해당 건설사의 회생에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는 진단도 제시되고 있다. 워크아웃이 결정돼 시장 평판이 하락하며 기존 아파트 계약자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고 신규 사업을 수주하는데도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워크아웃이 진행되면 공공 공사 수주가 어려워 수익을 기대하기 힘들어지고 컨소시엄 참여도 힘들다는 것이 맹점이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경우 워크아웃 건설사는 정관에 따라 입찰 자격도 얻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전문가들은 일단 워크아웃이 결정되면 은행과의 협약 내용에 따라 재무구조를 목표치에 맞춰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진단했다. 회생가능성이 점쳐지는 벽산건설·한일건설·남광토건의 경우 주채권 은행과의 협의 내용을 만족해야지만 급한 불을 끌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지난해 워크아웃을 조기졸업한 건설사 관계자는 “워크아웃 결정으로 사업 활동에 일정부분 제약을 받을 수 있지만 이런 것들을 모두 감내해야만 기업이 회생할 수 있다”라며 “시장에서 그나마 회생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기업의 경우에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살길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