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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구조조정 태풍 임박…하도급업체로 위기감 확산

최근 300대 기업 중 10%가 부도나 화의로 내몰릴 경우 하도급 전문 업체 1천335곳이 연쇄 부도에 휘말릴 것이라는 연구보고가 나왔다.

또 채권은행단 일각에서 구조조정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100대 건설사 중 9곳이 부도 처리되면 3천213개의 하도급 전문업체가 9천400억 원의 피해를 볼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나와 건설시장의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대한전문건설협회(이하 KOSCA)가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의뢰해 ‘종합건설사 구조조정이 전문건설업체에 끼치는 영향’을 분석한 이번 보고서는 건설시장 구조조정에 따른 협력업체들의 피해를 최초로 분석하며 향후 구조조정으로 발생할 하도급 전문업계의 연쇄도산을 막기 위한 방안을 포함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시공능력 100대 건설사 중 1곳이 부도 처리되면 평균 202개 협력업체에 공사대금 미지급 등으로 1천230억 원의 피해가 발생하며 이 중 76개 협력업체가 연쇄부도를 면하기 어렵다고 지적해 구조조정에 따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또 100대 건설사 중 10%에 해당하는 10곳이 부도 처리되면 2천20개 협력업체에 1조2천300억 원의 피해와 760곳의 협력사 부도로 이어질 수 있다는 내용도 제시됐다.

더욱이 최근 성원건설과 남양건설 등 대형업체 7곳이 부도난 바 있고 성우종합건설의 워크아웃이 개시되는 등 시장에 부도 공포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기관의 300대 기업 추가 구조조정과 일부 종합건설사의 부도설이 위기감을 한층 부추기고 있는 형국이다.

H건설 관계자는 “작금의 위기는 대형건설사 및 중견건설사에게만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다”라며 “한계상태인 하도급 전문건설업체들도 줄 도산할 수 있는 만큼 위기 대응 방안에 대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KOSCA관계자는 “최근 금융권에서 소문으로 떠돌고 있는 S사, J사 등 9개 구조조정 대상 업체가 퇴출로 연결된다면 전문건설업체에게 막대한 피해를 끼칠 것으로 예측한다”며 “300대 건설사 추가 구조조정 방침에 따라 약 10%(30곳)의 대형업체가 부도·화의처리 될 경우, 3천548개의 협력업체가 2조1599억 원의 피해를 입고 이 중 1천335개사가 연쇄 부도 처리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에 따라 보고서에는 금융권의 건설사 구조조정에 신중을 기하되 부실업체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면 하도급업체들의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공사대금의 조속한 지급, 신용한도 증액과 대출만기 연장, 부도현장의 하도급 시공권 계승 등의 대응책 마련을 건의했다.

종합건설업체 구조조정…후속조치 필요하다

악성 미분양과 거래감소로 건설시장이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시점에서 종합건설업체 구조조정에 대한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4월30일 남양건설에 이어 7일 성우종합건설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진행하면서 건설업계에 부도 공포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것.

3대 악재가(악성 미분양, 입주폭탄, 구조조정) 건설시장 유동성 압박의 단초를 제공하며 주택시장이 경색되자 채권은행들도 신용 평가를 서두르고 있는 모습이다.

문제는 종합건설업체의 구조조정 영향이 일부 부실 종합건설사에게만 국한돼지 않는다는 점이다.

KOSCA가 의뢰한 보고서에 따르면 300대 기업 구조조정이 끝나게 되면 4조원 내외의 하도급 공사대금 손실(20% 부도 및 화의 가정 시)이 발생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하도급 전문건설업체들이 하루아침에 붕괴할 수 있음을 우려했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전문건설업체 대표는 “건설시장의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를 일소하고 시장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부실한 종합건설업체가 구조조정 되는 것은 필요한 절차”라며 “하지만 원도급 종합업체 구조조정으로 비교적 건실한 하도급업체가 동반 부도가 나는 것은 국가적으로 심각한 손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종합건설업체가 구조조정이 되더라도 관련된 하도급 업체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후속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이며 건설시장의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정책적 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 연쇄부도…지방 건설경기에 직격탄

한편 현재 금융권에서 거론되고 있는 구조조정 대상 업체는 B건설, D건설, J건설 등 9개 업체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된 하도급업체 수는 3천 여 개사로 파악되고 있고 상당수는 지역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1일 오전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서울시립청소년 직업체험센터에서 62차 비상경제대책회의를 겸한 7차 국가고용전략회의에서는 지방 건설경기 경색이 서민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지적과 함께 정부 차원에서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대책마련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종합건설사의 위기와 함께 전문건설업체들의 부도압박도 지방 건설경기를 경색시킬 수 있다는 의미를 일부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다음 달 말로 예상되고 있는 구조조정이 협력업체 및 지역경제에 미칠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관계자는 “이를 위해 회생가능 여부에 대한 정밀하고도 신중한 판단이 전제돼야 한다”라며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기업이 아니라면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지역경제 성장과 고용 창출 효과를 이어가 지방경제 활성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소견을 밝혔다.

이어 관계자는 “다만 부실한 종합건설사에 대해 불가피하게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면 중소 협력업체들의 부도 도미노 현상을 막기 위한 정책당국 및 금융기관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전문건설업체 관계자는 “300대 기업 추가 구조조정과 일부 건설사의 부도설 등으로 4만7000여개에 이르는 전문 업체들이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고 강조했다.

◆ 관련기관 입장은

이번 보고서는 일단 종합건설업체의 구조조정을 확정적인 것으로 선을 그은 뒤 이에 따른 전문건설업체의 지원 방안에 대해 초점을 맞췄다.

정부정책 상 긴급수혈로 생명을 연장하고 있는 일부 부실기업 정리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고 이에 따른 구조조정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에 대책마련에 집중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국토해양부, 청와대 등 6개 관련기관에 제출된 긴급건의서는 하도급 대금지급 등 금융지원 방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보고서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미지급 공사대금이 최우선적으로 지급될 수 있도록 금융위나 금감원 차원에서 보장해줄 것과 하도급업체 추가 대출이 가능하도록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술신용보증기금 등 여신한도액을 증액시켜 줄 것, 금융기관의 대출만기 연장과 일부 상환 면제 등 추가 조치가 필요함을 지적하며 부도업체의 협력사들이 보유한 어음을 우선 할인해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런 방안을 통해 기존 협력사들에게 공종별 공사를 맡겨 유동성이 계속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본지 취재에 응한 국토해양부 건설경제과 관계자는 “작금의 건설업 구조조정 바람은 채권은행단이 좌우하고 있어 정책적으로 개입할 여지가 크지 않다”라며 “하지만 관련기관 입장에서도 전문 업체 줄도산에 따른 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건의된 내용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관련기관 또한 건설시장 구조조정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