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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제조업도 무너지나…내구재 신규주문 2개월째 하락

미국의 6월 내구재 신규주문이 전월대비 1.0% 감소하며 1.1% 증가를 예상한 시장의 기대에 실망감을 안겼다. 여기에 베이지 북(Beige Book)에서 미국 일부지역의 경기둔화와 미국경제 성장속도 둔화가 지적되면서 28일 미국증시는 하락 마감했다. 내구재 지표는 그동안 미국 경기회복을 이끌었던 제조업 둔화를 의미하기 때문에 미국 경기둔화가 가시화됐다는 분석이다.


◆美 생산둔화, 글로벌 둔화 시사
미국의 내구재 신규주문은 예상치인 +1.1%를 하회하며 오히려 1.0% 감소해 5월에 이어 2개월 연속 감소했다. 이에 따른 설비투자 둔화우려가 부각되면서 기술주를 중심으로 미 증시가 하락했다. MS가 0.9%, 인텔이 1.2% 하락했고, 보잉이 전년대비 순이익이 21% 감소한 수치를 내놓으면서 1.9% 하락했다.


내구재 신규주문 하락은 컴퓨터와 전자제품, 비군사용 항공기 주문 감소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비국방용 항공기 및 부품 주문이 전월대비 25.6% 감소하며 전체 수치를 끌어내렸고, 특히 월별 변동성이 큰 항공기 신규수주가 전월비 15% 감소했다. 컴퓨터 및 전자제품 주문을 비롯해 6월 중 1차금속과 기계류 신규주문이 감소하며 운송장비를 제외한 수주가 전월대비 0.6% 감소했다. 비국방용 자본재 주문도 2개월 연속 줄어 기업들의 투자도 위축됐음을 보여줬다. 내구재 출하도 전월대비 0.3% 감소한 반면 재고는 0.9% 증가해 5개월 연속 증가세를 나타냈다. 핵심 내구재 신규주문은 613.4억달러로 전년동기대비 15.8% 증가하면서 2008년 9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해 유일하게 긍정적인 수치를 보였다.


이상재 우리투자증권 부장은 "5월에 이어 내구재 신규주문의 감소세가 이어졌다는 점에서 경기회복을 주도했던 제조업 경기마저 위축되고 있다는 우려를 줄 수 있다"면서도 "내용면에서 보면 핵심 내구재 신규주문은 견조한 증가세 및 내구재 재고 증가세 지속에서 나타나듯이 제조업 경기의 회복기조는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반면, 나중혁 대신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헤드라인 수치보다 세부내용이 더 안 좋다"며 "합산수치에서 국방과 운송부문을 제외한 것은 어떻게든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려는 의도가 드러난 것"이라고 만했다. 그는 "세부 내용 중 유일하게 증가한 것이 핵심내구재인데, 정작 민간경기를 보여주는 나머지 전 부문에서 큰 폭의 하락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어 "내구재는 변동성이 커 한달 상승, 한달 하락 주기를 보이기 때문에 시장이 플러스 수치를 예상한 것"이라며 "하지만 신규주문은 2달째 감소했고, 재고는 5개월째 증가한 것으로 보아 민간부문에서 소비가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내구재 지표의 부진은 그동안 미국 경제 회복을 이끌던 제조업 둔화를 의미한다. 나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생산활동이 감소하는 것은 미국 내수에서도 소비가 안 되고, 해외시장에서도 소비가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는 곧 세계경기가 둔화되고 있음을 의미하고 국내 수출여력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美 민간소비 여력 없다
베이지 북은 6월과 7월 미국경제를 평가하면서 애틀란타와 시카고 지역의 경제활동이 둔화됐고 미국경제 성장세가 지속되면서도 그 속도는 연초에 비해 느려졌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9일 베이지 북은 12개 지역 모두 경제활동이 개선된 것으로 평가했지만, 이날 일부지역의 경기활동이 보합세를 보였거나 회복속도가 둔화된 것으로 한 단계 하향 평가했다. 내용면에서는 자동차 판매는 감소했지만 소비지출의 증가세가 지속된 가운데 노동시장에 대해서도 완만한 개선추세가 지속된 것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상업용 부동산과 주택건설 및 은행대출과 대출수요는 여전히 부진했던 것으로 평가했다.


나 연구원은 은행대출과 대출수요 부진을 핵심적인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현재 미국이 제로금리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돈을 빌리지 않는다는 것은 기업은 돈이 있다 치더라도 개인들은 빚이 많아 대출 여력이 없다는 것과 돈을 빌려 소비할 만큼의 소비여력이 없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국은 막대한 정부의 내수촉진 정책에도 불구하고 지난 5월부터 둔화가 시작됐고, 점차 정부의 정책 효과가 힘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3·4분기에 본격적인 둔화 움직임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