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한국시간) 발표된 미국 7월 기존주택판매가 15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26일 발표된 신규주택판매도 지표 발표 이래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주택시장 침체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7월 신규주택판매 수는 전월대비 12.4% 감소한 27.6만호를 기록해 시장 예상치 33.3만호를 하회했다. 신규주택가격도 전월대비 6% 하락한 20.4만달러를 기록해 2003년 12월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주택판매 부진은 어느 정도 예견됐지만 예상을 크게 하회하면서 시장의 반응은 주택시장과 더불어 미국 경기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을 높이고 있다. 이른바 더블딥 공포가 다시 확산되는 분위기다.
◆시장 충격... 더블딥 우려 증폭
나중혁 대신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경기침체가 서브프라임이라는 주택시장에서 시작된 만큼 주택시장 침체를 바라보는 소비자 심리의 영향은 클 것"이라며 "미국 경제에서 주택건설이 차지하는 비중은 3~5%내외 정도지만, 소비자 구성요소에서 집은 직장, 소비와 함께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미국의 주택시장 침체가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택공급업체 시장지수에서는 전월 예상치가 14~15였지만, 13으로 하향 조정돼 주택공급업체의 13%만이 주택시장 전망을 긍정적으로 봤다. 또한 팔리지 않는 주택이 쌓여가고 있지만 주택가격은 더 이상 내려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주택가격 평균은 2006년 대비 30% 이상 떨어진 상태이고, 주택건설 비용 등을 고려한 최저가격에 근접한 상황이다. 현재 모기지 금리가 4.6%라는 최저 수준에 있지만 주택시장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이 이를 입증한다.
이상재 현대증권 부장은 "결과는 하반기 중 미 주택가격의 하락 폭이 5% 내외의 완만한 하락에 그칠 것인지, 아니면 일부 비관론자의 견해처럼 15% 이상의 급락세로 연결될 것인지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며 "어쨌든 사상 최저 수준으로 악화된 미 주택시장으로 단기적으로 미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증폭될 것임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다시 맞붙는 더블딥 VS 소프트패치
주택판매는 경기의 2~3개월 후행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사실상 현재지표는 5~6월달 미 경기 수준을 보여준다. 그래서 2분기 중반 이후 전개된 경기의 일시적 위축이라는 소프트 패치 과정 중의 하나로 볼 것인지, 아니면 더블딥으로 가는 장기침체의 전조로 볼 것인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이 부장은 7월 미 주택판매 지표로 미 경기를 판단하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7월 미 주택판매의 급감에는 가수요 소멸에 따른 후유증 및 고용부진에다 여름철 비수기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였다는 점에서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또한 "문제는 주택시장 침체 정도가 경기침체의 새로운 유발요인이 될 것인가 하는 점인데, 이는 고용시장의 회복 여부에 좌우될 것이라는 점에서 고용시장이 관건이지 주택시장은 결과 변수에 그칠 것"으로 판단했다.
반면 나 선임연구원은 더블딥을 예견하기엔 이르지만 미국의 주택지표는 미국 경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주요 지표라고 판단했다. 그는 "발표된 주택지표는 미국 경기가 바닥을 찍던 2007~2008년보다 심각한 상황임을 보여줬고, 주택지표와 경기둔화가 추세로 확인된 상태"라며 "월별 변동성이 큰 제조업 지표 등은 추세를 보여주지 못하고 정부의 인위적인 부양 노력에 의한 것이라는 점에서 다른 지표가 양호하더라도 불안 심리를 잡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기가 둔화국면에서 결과물로서 고용침체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경기침체의 시작이 주택시장임을 상기시키면서 빨라도 내년 1분기까지 주택시장 침체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