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낙제 수준의 경제자유구역(FEZ·Free Economic Zone)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본격적인 구조조정 작업에 돌입했다.
1일 지식경제부가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발표한 '경제자유구역 활성화전략'은 사실상 제 기능을 상실한 경제자유구역을 과감히 정리·퇴출한 뒤,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제성장 거점으로 육성하려는 정부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올해가 경제자유구역이 재탄생하는 원년이 되도록 개발의 내실을 기하면서 활성화하기 위한 과감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것이 이번 종합대책을 내놓은 지경부의 생각이다.
정부가 경제자유구역 제도시행 7년 만에 뒤늦게 '옥석'을 가리고 나선 데에는 개발지연, 과다 지정 등의 문제로 자칫 사업 자체가 존폐 위기에 몰릴 수 있다는 위기감에 따른 것이다.
그동안 일부 경제자유구역은 개발가능성과 취지에 맞지 않는 구역 지정과 개발로 논란이 되고 있다. 산업단지나 외투지역에 적합한 지역을 경제자유구역으로 과도하게 지정해 비판이 제기되는 것이다.
정부는 지정과정에서 개발제한구역, 사업성 결여지역, 단순 택지지구 등 개발 불가능하거나 부적합한 지역을 과도하게 경제자유구역에 포함시켜 지정했다. 사실상 지역민심을 염두에 둔 선심성 정책의 남발에 따른 후유증으로도 볼 수 있다.
정부는 2003년 1차 지정된 3개 경제자유구역을 2020년까지 개발을 목표로 현재 개발을 추진중이지만 진행율은 30%내외로 부진한 편이다.
또 개발 초기단계로 외국인투자 유치실적은 총 27억3000만달러(2004년~2010년 7월)로 같은 기간 우리나라 전체 외투유치액의 3.7% 수준에 불과하다. 각 외국인투자유치실적은 인천경제자유구역이 가장 많은 11억6900만달러, 부산·진해 6억9500만달러, 광양 4억6300만달러, 새만금·군산 3억6600만달러, 황해 1000만달러, 대구경북 2500만달러로 유치규모도 작은데다 지역간 격차도 심한 편이다.
사업개발도 지지부진하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은 가장 많은 36조1000억원이 투입됐지만 전체 27개 단위지구 가운데 조성이 완료된 지구는 6개에 불과하다. 여전히 개발중인 지구수가 14개, 실시계획미수립 6개, 사업시행자 미선정 1개 등 개발이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다른 구역은 상·황이 더욱 나쁘다. 15조원이 투입된 부산진해 경제자유구역 역시 23개 단위지구 가운데 조성이 완료된 지구는 3개에 불과하며 개발중인 지구가 8개이다. 사업시행자 미선정 지구수가 5개, 실시계획미수립 5개나 된다.
대구·경북 경제자유구역과 황해경제자유구역은 아예 조성이 완료된 지구가 한 곳도 없다. 새만금·군산경제자유구역은 1곳만 조성이 완료됐을 뿐 사업시행자가 미선정되거나 실시계획이 수립되지 않아 현재 개발중인 지구가 없는 상태다.
특히 부산·진해 구역은 그린벨트 등 개발유보지가 전체 지정면적의 2/3를 차지하며, 수익성 추구를 위한 단순 지역개발사업으로 변질되는 사례가 빈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개발과정에서 당초 공공·산업용지 등을 축소하고, 주거·상업용지 등을 확대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조기개발을 앞당기기 위한 유인체계 시스템도 사실상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특히 15년~20년에 이르는 장기개발사업을 이유로 장기간 미개발상태로 방치됨에 따라 관련 민원이 증가하고 있다. 또 각 경제자유구역 추진사업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시스템이 없어 경제자유구역간 사업 비교·평가와 경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제자유구역간 차별성 부족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지역 비교우위나 산업여건에 따른 차별화 및 특화된 발전전략이 없이 6개 경제자유구역간 발전전략이 유사하거나 중복된 경향을 보이고 있다. 또 경제자유구역의 위상과 목표에 따른 개념이 불분명해 기업도시·산업단지 등 다른 특구와의 차별성이 떨어지는 점도 개선과제로 지적받고 있다.
실제로 자동차·IT·부품 등 제조업을 중점 추진하는 경제자유구역은 황해, 대구·경북, 새만금·군산 등 3곳의 추진사업이 중복된다. 또 여행·레저산업을 유치하는 곳도 새만금·군산, 인천, 부산·진해, 광양만권 등 4곳이나 된다.
경제자유구역의 목적에 맞는 인센티브도 부족해 개발이 지연되고 있다.
국내기업에 대한 지원책이 마련되지 않아 경제자유구역 개발이나 입주기업 확보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부분의 경제자유구역들이 분양위주 부지공급 방식과 제조업 위주의 조세감면 등으로 금융·서비스관련 외투기업 유치를 위한 인센티브가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제조업 위주의 인센티브로 지식서비스업 유치를 통한 산업구조 고도화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또 교육·의료 분야와 관련해 핵심규제가 여전히 잔존하거나 규제특례 혜택이 미흡하다.
교육분야의 경우 외국교육기관 결산상 잉여금 송금이 제한을 받고 있다. 의료부문에서는 외국의료기관 설립 근거가 미비한 상황이다. 예를 들면, 미국 존스홉킨스 병원과 인천시간 병원 설립 협의는 '외국의료기관 설립을 위한 절차법'이 제정되지 않아 협의가 잠정 보류된 상태이다.
이는 싱가폴, 홍콩, 두바이가 경제특구내 국내외기업에 대해 동등한 대우 원칙을 적용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외국기업만을 우대했던 중국 역시 지난 2007년부터 기업의 '국적' 대신 '업종'별 인센티브 차별화로 전략을 변경한 뒤, 첨단기업·금융기업에 대한 지원확대를 통해 산업구조 재편을 추진 중이다.
그박에 구역내 인허가권이 시·도와 구역청에 분산돼 원스톱(One-Stop)서비스가 불가능한 점도 문제로 꼽히고 있다. 이로 인해 수요자인 입주기업들이 각종 행정불편을 호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경제자유구역청 인력의 전문성 부족, 시·도로부터의 인사·재정상의 자율성 부족도 개선과제로 꼽힌다.
권평오 지경부 경제자유구역기획단장은 "그간 지속적인 제도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규제철폐와 지원 부족으로 경제특구로서의 매력 미확보 및 개발이 지연됐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