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일본 간 환율 논란은 전쟁에 비유될 정도로 뜨거운 이슈다. 특히, 최근 엔화 강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으며, 엔/달러 환율은 역사상 최저점에 근접하고 있다. 최근 안전자산 선호와 관련된 엔화 강세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과거와 다르게 채권시장도 환율 하락에 따른 수혜를 보고 있다. 환율변동에 따른 정책적 대응이나 수급 상황이 채권시장에 우호적으로 변하고 있다. 이는 시장개입자제, 외국인 원화채권 투자 증가 등에 기인한다.
◆환율전쟁, 당국 간 공방 치열
엔/달러 환율은 지난 9월14일 83엔대까지 하락했다. 엔/달러 환율이 사상 최저 수준에 근접하자 일본 정부는 외환시장 개입에 나서며 엔/달러 환율 하락 저지에 나섰다. 그러나 최근 안전자산 선호와 연관된 엔화 강세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엔화 강세와 함께 미국의 위안화 절상압력 또한 거세다. 금융위기 이후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수출을 통한 경제회복에 주력하자, 미국이 역공에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중국 원자바오 총리는 '미국 무역적자의 주된 원인은 중국 환율이 아니라 미국의 투자 및 저축 구조 때문'이라며 급격한 위안화 절상에 대해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주변국 통화강세 압력에서 원화 자유로울 수 없다
현재 미-중-일 간 벌어지고 있는 환율 전쟁은 단기적으로 달러 약세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렇다면 소규모 개방국가인 한국의 원화도 이러한 흐름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특히, 엔/달러 환율이 리먼사태 전 최고까지 상승했던 2007년6월25일, 리먼사태 이후 대비로 볼 때 원화는 여타 통화에 비해 절상 폭이 미미했다. 일본 엔화의 경우 동 기간 동안 달러에 대해 각각 32%, 23% 절상됐지만, 원화는 25%, 0.2% 절하됐다.
박혁수 현대증권 연구원은 "정책, 경제여건, 수급 측면에서 환율변동과 시장금리는 상당히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환율변동이 미미할 경우 시장금리에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할 수 있지만, 지금과 같이 국가간 환율 전쟁이 첨예한 화두로 등장할 경우 채권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과거와 다른 국내채권시장
과거 환율하락은 금리급등을 촉발했던 경우가 많다. 이는 해외 부문에서의 통화증발 압력이 커질 경우 통안채 발행을 통해 흡수했고, 해외에서 유입된 유동성이 채권매수에 사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와 다르게 환율변동에 따른 정책적 대응이나 수급 상황이 채권시장에 많이 우호적으로 변했다. 우선 과거 무리한 환율 개입으로 실패를 경험한 정부가 시장개입을 자제하고 있다. 또한 2007년 하반기 이후부터 재정거래 및 장기투자 목적으로 외국인의 원화채권 매수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향후에도 외인들의 원화채권 매수가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원화강세전망, 재정건전성, WGBI편입 가능성, 견조한 성장, 높은 금리 수준 등으로 장기채에 대한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 연구원은 "외환당국의 시장개입자제, 외국인 원화채권 투자 증가 등 우호적 요인들이 변화할 경우 채권시장 호재 요인은 약화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