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산업이 해외 플랜트 시장을 공격적으로 공략하며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건설경기 침체 속에 연이어 대규모 플랜트 사업을 수주하며 약진을 거듭하고 있는 대림산업의 이런 성장세는 외형적인 성장을 넘어 기업 내실을 다진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론이다.
실제로 대림산업의 해외수주 실적이 전년대비 123.7% 급증한 50조원에 달할 것으로 기대되며 매출액과 영업이익도 올해보다 10.2%, 10.1% 각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처럼 해외시장 공략으로 건설경기침체라는 불황을 극복하고 있는 대림산업의 사례는 국내 건설사들 사이에서 ‘고부가가치 플랜트’사업으로 글로벌건설사로 도약하고 있는 대표적인 롤 모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와 관련 대림산업 관계자는 “대림산업의 강점은 해외 일류 기업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플랜트 건설 기술력에 있다”라며 “실제로 플랜트 사업부문은 2006년 1조원 수주를 기록한 데 이어 2009년에는 4조원으로 급성장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자사 측면에서, 2010년 하반기는 대림산업의 외형성장은 물론 안정적으로 내실을 다지는 분기점으로 삼고 세계일류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마련에 힘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본지에서는 해외 플랜트 수출 제1호를 기록하며 창사 71년 동안 수많은 위기를 극복해온 대림산업의 전략을 살펴본 뒤 전문가들 의견을 토대로 국내 건설경기 침체를 극복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법에 대해 진단해봤다.
◆ 대림산업의 힘은 ‘플랜트에 특화된 기술력’
지난 7월, 2조원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얀부 정유공장 프로젝트를 수주한 대림산업은 올 들어 현재까지 약 3조4천억원의 해외건설 계약을 따냈다. 작년의 2조3천890억원보다 약 42% 신장된 실적으로서 2008년 연간 실적인 3조4천730억원에 맞먹는 수준이다.
게다가 올해 목표액 5조원의 68%를 이미 돌파한 상황이고, 하반기 해외 플랜트시장에서 연이어 ‘러브콜’이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라 올해 해외수주 규모는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부동산연구원의 김종일 연구원은 이와 관련 “사우디아라비아는 플랜트 건설의 메카로서 세계일류기업들이 항상 군침을 흘리고 있는 지역”이라며 “대림산업의 선전에서 주목할 점은 중동 최대의 플랜트 발주시장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현재 70억 달러 규모의 7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플랜트수주의 메카이기 때문에 사업자 선정에 그만큼 엄격하고 까다로운 자격요건을 요구한다”라며 “대림산업이 사우디아라비아 시장에서 약진을 거듭하고 있는 것은 플랜트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세계최대 발주 시장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대림산업이 풍부한 실적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그 만큼 플랜트 기술력에 대해 세계시장의 인정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부연설명이었다.
실제로 사우디 HDPE 현장이의 경우 사우디 카얀사가 중국 건설업체에 맡겼던 연산 40만t 규모의 고밀도 폴리에틸렌 공장 프로젝트를 기술력을 이유로 대림산업에게 사업권을 넘겨준 것도 이런 기술력에 대한 시장의 신뢰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대림은 또 사우디 알주베일 공단에서 수행한 폴리프로필렌 제조공장 및 주변시설 공사를 통해 우수한 사업관리능력과 공기절감을 인정받아 사우디 국영회사인 사빅으로부터 2008년 최고의 프로젝트로 선정됐다. 작년 7월 사우디 아람코와 프랑스 토탈사가 공동 추진 중인 석유화학 단지 프로젝트에서 주요 공정 5개 패키지 가운데 ‘산성가스와 황 회수설비’를 건설하는 공정(8억2천만달러 규모)을 따낸 것도 이런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 무주공산(無主空山)을 점령하라
이처럼 해외 플랜트시장에서 기술력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선전을 거듭하고 있는 대림산업의 경영전략은 ‘개척자’ 정신이다.
해외 건설 분야에서 첫 외화를 획득하며 국내 건설의 해외 진출 포문을 열었던 대림산업은 이미 세계가 인정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했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이와 관련 “해외시장에서 공격적 시장개척을 쉬지 않는 이유는 대림산업이 중동진출의 물꼬를 튼 개척자라는 자부심 때문”이라며 “무주공산을 점령해 블루오션을 개척하면 그만큼 기업 내실을 다질 수 있다는 김종인 사장의 경영철학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대림산업이 해외시장을 공략해온 길을 살펴보면 적극적인 시장공략으로 블루오션을 개척하면 기업 약진에 어떤 기여를 하는지 잘 알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 연구원은 “대림산업은 1966년 1월 28일 미 해군시설처(OICC)에서 발주한 베트남의 라치기아 항만 항타 공사를 87만7천달러에 수주하고 같은 해 2월 공사 착수금 4만5천달러를 한국은행에 송금함으로써 ‘외화 획득 제 1호’라는 기록을 작성했다”라며 “1973년 11월 사우디에 지점을 설치하고 아람코사가 발주한 정유공장 보일러 설치공사를 도급금액 16만 달러에 수주해 ‘국내 최초의 중동 진출’ ‘해외 플랜트 수출 1호’라는 쾌거와 함께 국내 최고 건설사로 도약할 수 있는 분기점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이듬 해 6월에는 같은 지역에서 원유적하시설 공사를, 7월에는 역시 같은 지역에서 9호기 보일러 설치 공사를 연이어 수주하며 중동 건설의 교두보를 다졌다”라며 “이를 시작으로 대림산업은 국내 업체 최초로 쿠웨이트에 진출해 슈아이바 정유공장 기계 보수 공사를 착공했고, 같은 해 5월 국내 업체 최초로 이란에 진출해 이스파한 군용 공장 공사를 실시해 국내 건설사들에겐 무주공산(無主空山)이었던 중동 건설시장을 선점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1975년 9월1일 국내 최초로 남아프리카 공화국 정유공장 건설 공사를 수주하면서 아프리카 진출 1호라는 기록을 달성한 것도 대림산업의 개척자 정신이라는 독특한 기업문화가 반영된 결과라는 게 그의 부연설명이었다.
블루오션을 공략하며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는 대림산업은 지난해까지 사우디, 이란, 쿠웨이트, UAE 등 24개국에서 플랜트는 물론 댐, 도로, 항만, 공공주택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해외건설 실적을 계속 갈아치우며 플랜트시장에서 국내 넘버 원 기업이라는 면모를 여전히 과시하고 있다.
◆ 해외시장 공략 ‘기술력’과 ‘기업문화’가 좌우한다
해외플랜트 시장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개척에 발 벗고 나서고 있는 대림산업의 사례를 보며 전문가들은 국내 건설사들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신규시장에 눈길을 돌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신규해외시장의 경우, 발전 에너지플랜트, 태양광산업, 담수산업 등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업체 간 전략적 제휴를 통해 기술력을 담보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이와 관련 김 연구원은 “해외시장 공략의 핵심은 얼마만큼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라며 “이를 위해서는 오랜 실적과 경험도 필요하지만 국내 업체는 물론 해외 업체 간 전략적 제휴를 통해 기술적 우위를 선점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전했다.
대림산업의 경우 해외 사업의 신성장 동력 발굴차원에서 해외 발전 에너지 플랜트 시장의 성장성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사업의 대형화 추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기술력 확보 및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세계 선진 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를 강화, 해외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한다는 게 대림산업의 새로운 전략이다.
이를 통해 해외 프로젝트 발주량과 함께 장비부족, 인력 부족 등 공기 준수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발주처와의 약속인 ‘공기 준수’를 담보하고 기술력 확보 및 사업관리 역량 관리에 집중한다는 전략인 셈이다.
김 연구원은 대림산업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플랜트 시장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는 대림산업 또한 기술력 향상 및 리스크 관리를 위해 업체 간 전략적 제휴를 강화하고 있는 추세”라며 “건설 불황의 파고를 넘고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는 건설사라면 이런 대림산업의 행보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내수시장에 만족하지 않고, 신성장동력을 발굴해 해외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하려는 기업문화 또한 글로벌기업이 가져야할 필수조건으로 지목되고 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난 2006년 수주 1조원 돌파 이후 2009년에는 4조원 수주를 달성하는 등 매년 높은 성장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다”라며 “대림산업은 ‘Value Creating, Global Plant Builder’라는 비전 아래 올해부터는 양적인 성장을 지양하고 내실을 다지며 신뢰성 향상이라는 새로운 목표로 해외시장 공략에 접근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