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올 상반기 사상 최대 순이익을 달성하며 건설시장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 현대건설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월등히 높은 순이익과 영업이익을 냈다고 밝혔다. 올 들어 6월까지 순이익은 3천311억원, 영업이익은 2천83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22.4% 급증한 사상 최대 이익을 냈다는 것이 현대건설 측의 설명이다.
현대건설의 약진은 공격적인 경영전략으로 시장 다변화에 집중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론이다.
실제로 상반기 해외 플랜트 및 해외 건축부문은 각각 7조1천537억원과 3조5천406억원을 기록, 모두 10조6천943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3% 증가한 수치로 6월 말 기준 52조6천88억원의 수주 잔고를 기록, 5년 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게 된 것.
현대건설 관계자는 “지난해 김중겸 사장 취임 이후 해외 시장에서의 시장 다변화로 역량을 집중한 것이 주요했다”라며 “올해는 매출 10조원, 수주는 20조원 이상을 달성할 계획이고 신규시장 개척으로 120억달러(약 14조원) 이상의 수주실적을 올릴 전망이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건설관계자들은 국내 건설경기의 침체 속에 공격적 경영전략으로 해외시장 다변화를 꾀하고 있는 현대건설이 위기극복의 롤 모델이라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
이와 관련 김중겸 사장은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신성장 사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것이 관건이다”라며 “환경이나 대체에너지, 물 산업, 원자력사업 등 저탄소 녹색성장 분야 및 중남미를 중심으로 발주가 예정된 고속철도사업 등을 찾아보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만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녹색성장사업과 관련이 많은 원자력 사업에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한편 현대건설만이 가진 독보적인 원전 시공능력을 바탕으로 유관기관과 연계해 해외시장으로 동반 진출한다는 것이 김 사장의 하반기 경영전략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김 사장은 상반기 실적에 만족하지 않고 해외수주에 있어 단순 토목과 건축에서 벗어나 플랜트·전력·원전 등 고부가가치 공종에 적극 진출해 하반기 현대건설의 비상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 현대건설만의 독보적 ‘기술력’이 밑천
이처럼 현대건설이 공격적인 해외시장 공략으로 불황의 파고를 넘을 수 있었던 밑천은 40년 가까이 국내 원전 건설을 주도한 현대건설만의 기술력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론이다.
현대건설은 1970년대 초 국내 건설업계 최초로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시작, 고리원자력 1호기를 시작으로 현재 운영 중인 20기의 원자력발전소 중 12기를 성공적으로 준공했다. 또 현재 건설 중인 6기의 원자력발전소 중 4기를 시공하고 있는 등 해당 영역에서 높은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아울러 국내 원자력 산업이 걸음마 단계였던 원전 도입 초기 미국 웨스팅하우스(Westinghouse)사와 함께 참여하면서 원자력 건설 경험과 기술을 축적하는 등 기술적 토대를 구축한 것이 현재 현대건설의 가장 큰 무기가 되고 있다.
이와 관련 현대건설 관계자는 “신성장 동력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원전기술”이라며 “현대건설이 국내에서의 축적된 기술과 시공경험으로 독보적인 기술을 확보, 마침내 해외시장의 높은 벽을 넘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현대건설의 기술력으로 완성된 신고리 3·4호기의 1400MW 발전용량은 프랑스, 독일, 미국, 리투아니아 등 4개국만이 건설, 운영한 경험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규모나 기술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특히 현대건설의 한국형 경수로 원자로 APR1400(Advnced Power Reactor 1400)은 경수로 해외 진출 원전 모델이어서 경쟁력이 우수하다고 평가돼 왔다.
현대건설은 수명이 최대 60년에 달하는 세계 정상급의 원자력 모델 APR1400을 시공해본 경험과 함께 이번 UAE원전 수주를 계기로 향후 전 세계적인 원전 건설 시장에서 수주 경쟁력을 확보할 전략이다.
이에 더해 설계 표준화 및 최신 시공기술을 바탕으로 건설 기간을 단축하는 것은 물론 기술자립·자재 국산화·풍부한 경험인력 확보 등으로 인한 상대적으로 낮은 건설단가로 경제성까지 우위를 점한 상태다.
◆ 한국건설의 혼(魂)을 심다
현대건설의 해외시장 다변화 전략이 성공가도를 달리며 고부가가치 대규모 공사를 잇달아 수주하자 해당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고 있다.
녹색성장사업과 관련이 많은 원자력 사업에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어 타 건설사들이 참고하기에 좋은 롤 모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국내 최초로 진출한 UAE 원전을 시작으로 향후 세계시장에서 400기 이상의 원전건설 발주 물량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현대건설의 행보에 업계의 시각이 집중되고 있다”라며 “공격적인 해외시장 진출과 사업 다각화 전략은 타 건설사들이 참고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대건설은 올해 기존 중동 중심의 시장에서 범위를 넓혀 동·서남아시아, 아프리카, CIS 국가로의 영역확대를 통한 사업영역 확대와 함께 수주 극대화에 사업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올 초 싱가포르에서 1억2천600만달러 규모의 콘도미니엄 신축공사와 함께 중국에서 2천600만달러 규모의 하이닉스공장 개조공사 등 2건의 건축공사를 수주한 현대건설은 카타르 도하랜드(Doha Land)에서 발주한 총 4억3천만 달러 규모의 ‘하트 오브 도하(Heart of Doha) 복합개발사업 1단계 공사’를 연속해서 따내며 시장 다변화의 결실을 이루고 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이와 관련 “현대건설은 위 현장 외에도 UAE 보르쥬 사에서 발주한 ‘보르쥬 3차 석유화학 플랜트 단지’ 제반 부대시설 공사를 따내며 플랜트 사업으로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라며 “이는 원전시공에서 벗어나 플랜트사업으로 사업포트폴리오를 다각화 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아울러 최근 쿠웨이트 공공사업성에서 발주한 미화 총 11억3천만달러(원화 약1조3천918억원) 규모의 부비안 항만공사 1단계 공사를 수주하며 대형 국책사업에도 손을 뻗었다”라며 “현대건설이 해외시장을 개척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건설의 혼을 알려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무기”라고 평가했다.
◆ 5대 신성장동력 사업에 집중, 일류 글로벌 기업으로 약진
현대건설은 원전 시공능력에서의 독보적인 기술력을 밑천으로 2015년까지 '글로벌 톱(Top) 20'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은 전사적인 사업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5대 신성장동력 사업을 육성, 시장공략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현대건설이 꼽은 5대 신성장동력사업은 이미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해외원전분야는 물론 해양석유 및 가스 채취사업, 환경, 신 재생에너지, 복합개발사업으로 요약되고 있어 실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아울러 현대건설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지금과 같은 단순시공에서 벗어난 '글로벌 인더스트리얼 디벨로퍼(Global Industrial Developer)'로의 변혁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인더스트리얼 디벨로퍼란 단순히 공사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대형 건설사가 공사를 기획·제안하고 디자인과 엔지니어링, 구매, 시공, 금융조달까지 도맡아하는 디벨로퍼로를 의미하며 이를 통해 투자 대비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와 관련 현대건설 관계자는 “자사 내부적으로 지속 성장을 목표로하고 신성장 사업 진출에 힘을 쏟고 있다”라며 “특히 녹색성장사업과 관련이 많은 원자력 사업을 강화할 계획으로 지난해 말 국내 최초로 진출한 UAE 원전을 시작으로 해외 동반 진출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전 세계적인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담수산업도 새로운 먹을거리고, 풍력·조력 등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서도 기술력을 확보할 계획”이라며 “해외 시장에서 단순 공사만 수주하는 것이 아니라 플랜트 건설을 일괄 수행하는 EPC 능력을 길러 글로벌 톱 기업으로 부상한다는 게 현대건설의 최종 종착지”라고 설명했다.